국제유가는 현재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탈퇴)쇼크로 상승세가 한 풀 꺾였지만 지난 6개월 동안 두 배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기준 연초 26달러대에서 6월 초 51달러까지 올랐다. 수요측면에서는 연초 중국 발(發) 금융불안이 완화되고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연되면서 나타난 달러화 약세와 위험자산 선호 경향이 유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급측면에서는 유가급락을 초래한 미국 셰일 오일의 생산 감소와 주요 산유국의 공급 차질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6월 초, 연초 대비 두배 가까이 상승한 WTI. 출처=네이버

이같은 상승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08년 12월~2009년 6월, 97%상승)와 지난해 유가급락 후 반등시기(2015년 1월~5월, 53%상승)를 뛰어넘는 10년래 가장 가파른 추세다. 브렉시트라는 돌발 변수가 등장한 가운데 향후 국제유가가 지난해처럼 상반기에 반등한 후 다시 하락세로 전환될 것인지, 현 추세대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현 수준에 머물 것인지 유가 전망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LG경제연구원이 ‘석유 공급 과잉 줄면서 공급 차질에 따른 리스크 상승’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이광우 책임연구원은 “캐나다의 석유생산은 회복되겠지만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 등에서의 공급차질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감산이 주도하는 석유 공급과잉 축소 국면이 이어지면서 유가가 완만히 상승하고 공급차질 리스크는 높아질 것”이라며 “최악의 저유가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어 산유국 경제불안은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출처=LG경제연구원

캐나다 생산 회복으로 공급차질 개선

최근 유가 상승세를 이끄는 주된 원인으로 주요 산유국에서 불거진 석유공급 차질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 해 4분기 대비 올해 2분기의 수요는 비슷한 수준인데 반해 공급은 150만 배럴 줄어들었다. 테러와 산불, 가뭄 등 정치불안과 자연재해로 인해 나이지리아와 캐나다, 베네수엘라 등 3개 산유국의 5월 산유량이 연 초 대비 161만 배럴 감소(미국은 34만 배럴 감소)하여 세계석유 공급 감소를 초래했다. 때문에 1월에 295만 배럴에 이르던 초과공급 규모가 5월에 67만 배럴로 대폭 축소됐다.

그러나 이들 중 생산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난 캐나다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화재로 인한 캐나다의 공급차질 규모는 86만 배럴로 5월에 빚어진 3개국 생산 감소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화재로 인한 오일샌드 생산시설이나 송유관 피해가 미미해 7월 중으로 캐나다의 석유생산이 복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원유 초과공급 규모는 5월 대비 2배 이상인 153만 배럴로 확대될 전망이다.

초과공급 감소 추세는 계속

캐나다의 석유생산 재개로 석유시장에 초과공급 규모가 일시적으로 늘어나겠지만, 미국 셰일 오일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공급확대로 인해 초과공급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석유 수요는 세계경제 성장세가 하락하는 가운데 유가 하락폭도 줄어들며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IEA는 지난 해 2%, 186만 배럴 증가 확대된 석유 수요가 올해 미국과 인도, 중국을 중심으로 1.4%, 133만 배럴, 내년 1.3%, 129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출처=LG경제연구원

다만 석유수요 확대가 초과공급 축소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50달러에 이르면서 미국 셰일 업체들의 시추 수가 소폭 늘었으나 이는 원유 생산 증가 보다는 원유 생산 감소폭을 완화시키는 정도의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의 석유공급 확대를 견인하고 있는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한계도 공급조정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올해 초 제재 해제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해 지난 5개월간 76만 배럴 증산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시장점유율 사수를 위해 30만 배럴 생산을 늘렸다. 그러나 5월 기준으로 이란의 추가생산능력이 1만 배럴로 줄어들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2백만 배럴 규모의 추가생산능력이 해상유전 등 고비용 유전으로 구성돼 있어 추가생산 여력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이라크는 남부지역 전력부족 문제로 원유 생산이 감소하고 있다.

▲ 출처=LG경제연구원

때문에 미국의 석유생산 감소가 견인하는 초과공급 규모 축소가 계속될 전망이다. IEA와 미국에너지정보청(EIA)는 공급차질이 초과공급 축소를 촉진시키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과잉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완만한 유가 상승 속 공급 리스크 점증

유가는 캐나다의 공급 회복에 따라 단기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안전자산 선호경향도 단기적인 유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7월에 캐나다의 석유생산이 정상화된다면 유가가 40달러대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IA와 투자은행들 다수는 3분기 유가 평균이 5월 평균(47.7 달러) 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유가 상승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 출처=LG경제연구원

다만 이 연구원은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가 투자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세계경제 성장세가 훼손될 경우에는 석유 수요가 둔화되고 초과공급 해소가 지연되면서 유가 상승세는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 하반기에 미국이 금리인상을 할 경우 달러화 강세도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화 강세로 석유 수입국들의 석유 수입 부담이 높아져 석유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 출처=LG경제연구원 *타이트오일=셰일오일

유가 상승으로 산유국 경제불안 완화 기대

일반적으로 유가 상승은 석유 수입국에게 수입 확대와 물가 상승 등을 통해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만, 올해세계경제의 석유의존도는 2.1%로 과거 2차 오일쇼크(7.4%)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9%)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따라서 완만한 유가 상승세가 세계경제 성장에 주는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출처=LG경제연구원

오히려 유가 상승으로 산유국 경제불안이 완화되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유가 급락 이후, 석유수출에 성장을 크게 의지하는 산유국들의 경제가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고 미국 역시 셰일 개발 관련 원자재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인해 금융부실 우려가 지속되고 투자부진과 고용악화 등 부정적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연초에 20달러 초반까지 주저앉았던 유가의 상승세 전환은 이러한 산유국 경제불안과 선진국 금융불안 등을 완화시키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