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큰일이 났습니다. 대표님이 오늘 출근 중에 기자의 전화를 받았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30분가량 통화하면서 몇몇 민감한 주제에 대해 강하게 이야기한 모양입니다. 사후에 대표님이 걱정이 들었는지, 홍보실에 연락해 기사를 나가지 못하게 하라는데요? 가능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불가능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대표님이 확실하게 기자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기자 입장에서는 그런 중요하고 민감한 취재를 하고도 기사를 쓰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격이 없는 셈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리더들의 말실수 케이스가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일단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관리에 최선은 다해보되, 차후 이런 유사 상황이 재발되지 않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를 조언합니다. 이번 케이스에서 문제와 개선 방안은 무엇일까요?

첫째, 기자로부터의 갑작스러운 전화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대표님과 모든 임직원들이 가져야 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위험합니다. 둘째, 예상치 않았던 기자의 질문에는 답변을 꼭 상세하게 해줄 의무가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이는 기자의 질문에 무조건 묵비권이나 노코멘트를 행사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신 답변을 준비할 시간을 요청하는 게 순서입니다.

셋째, 어렵게 어렵게 답변을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면 신속하게 홍보실과 함께 답변 방식과 메시지에 대해 상의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의 문제는 기자의 전화에 대해 리더가 선 조치한 후, 후 내부 공유한 것입니다. 상당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기자의 전화에 대해서는 어떤 리더라도(답변을 위한 시간을 번 후) 선 내부 공유하고, 후 조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위의 질문과 같이 오랫동안 민감한 주제로 인터뷰하고, 홍보실에게 “기사를 나가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리더로서 참 창피한 행동입니다. 리더 스스로 특정 내용이 ‘기사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 내용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됩니다. 이건 당연한 상식입니다.

기자 입장에서는 취재 대상 조직의 최고의사결정자가 한 말에 대해 재차 의문을 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 조직의 리더가 주장한 의견은 곧 그 조직의 공식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리더가 기자에게 설명한 정보는 그 조직이 기자에게 전달하겠다고 작심한 정보라고 간주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해당 정보를 기사나 보도에 써도 된다는 허락을 상당 수준 받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가끔 기자에게 말실수를 한 리더가 이런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 기자… 생각해 봤는데, 아까 한 이야기는 민감한 것 같으니 내 얼굴을 봐서라도 기사로는 쓰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이 말을 들으면 기자는 아마 몸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것입니다. ‘아, 특종이구나’ 취재 대상인 조직의 리더가 그렇게 이야기할 정도면 큰 선물을 받은 셈이 됩니다.

일부 리더는 이런 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 기자…이 정보는 자네만 알고 있어. 다른 사람한테는 이야기 말고. 그러니까….” 이 또한 위험한 행동입니다. 아마 이 이야기를 들은 기자는 ‘이분이 나를 신뢰하는구나’하는 생각보다 ‘이분이 참 순진하구나’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어떤 리더는 이렇게도 이야기합니다. “이런 이런 내용이 있는데요. 기사는 쓰지 마시고요. 혹시 기사를 쓰더라도 제 이름이나 신분은 노출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런 독특한 요청은 기자들에 의해 어떻게 해석될까요? ‘이분이 조직에 무슨 악감정이 있나 보구나. 이렇게 내부고발을 하는 걸 보니’하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리더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기자들이 해석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리더는 기자에게 부주의해 보이거나, 순진해 보이거나, 조직에 대해 충성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져서는 안 됩니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이런 아주 당연한 원칙과 생각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합니다.

내부적으로 다시 한 번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공유하고,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실행 원칙을 강하게 재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적 경험이 필요하다면 반복해서 훈련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십시오. 왜 우리 조직 내에서 당연한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지,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기회를 가져야 차후 유사한 해프닝들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한 번은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실수는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