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아무리 저금리라지만 기관투자자들은 부동산 펀드 등 부동산 간접투자로 '짭짤한' 재미를 본다고 한다. 그런데 목돈 둘 곳을 찾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재건축 아파트이나 '꼬마빌딩'에 직접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설립한 지 5년 남짓 될까하는 회사가 국내 부동산자산운용업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조갑주 대표를 만나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 가졌던 궁금증들을 풀어보기로 했다. 이지스가 현재 운용하는 부동산 중 국내 자산이 7조원, 해외 자산이 3조원으로 10조원 규모다. 이들은 자산별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6월 현재 오피스가 53%, 리테일 30%, 호텔 10%, 물류 등 기타 7% 정도로 구성돼 있다.

 

올 초 인사동 쌈지길 인수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리테일 부동산 자산은 2가지 형태를 띈다. 통임대 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용사에서 투자만 하는 마스터리스(master lease)형 리테일과 쇼핑몰 형태의 멀티탤런트형이 있다. 이지스는 명동 '눈스퀘어몰'을 직접 경영해 본 경험을 기반으로 멀티탤런트형 자산을 확장하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쌈지길이다. 서울 인사동은 명동, 강남역, 홍대 등의 상권과는 달리 대체할 수 없는 특징이 있는 곳이다. 게다가 쌈지길은 확장성이 없어 규모를 더 넓힐 수도 없어 더 특별하다. 앞으로 인사동 쌈지길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홍대나 명동에도 진출하고 싶다.

쌈지길과 같이 올해 하반기 주목하고 있는 매물이 있나?

하반기 투자전략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5000억원 규모의 국민연금 ‘코어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코어자산에 집중하고 저평가된 자산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입지는 좋은데 건물이 노후화됐거나 임차인 구성이 좋지 않을 때 이를 교정하는 작업이다.

그 다음 집중할 분야는 물류다. 한국의 물류 시장은 낙후돼 있지만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함께 커갈 것으로 보인다. 과거 호텔 개발이 성공한 것이 인바운드 관광업의 성장 때문이었듯이 결국 시장 수요가 있는 곳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개인 투자상품이다. 워낙 저금리인 시장에서 개인들도 자산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리스크와 수익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주식의 경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고 채권 시장은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워, 실물 자산이 받쳐주고 있어 중수익 중위험의 특징을 가진 부동산에 일정부분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본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채권보다 리츠(REITs) 등 부동산 간접투자가 더 어렵지 않나.

과거 개인투자자를 위한 시장 정보가 많지 않았다.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 활성화되고 1~2년이면 투자자에게도 충분히 익숙해질 것이다.

올해 말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부동산 재간접 공모펀드 도입 방안 ‘펀드상품 혁신 방안' 확정된다. 이지스에서는 개인투자 전문팀을 꾸렸다. 이미 전에 일반투자자 대상의 공모펀드 운용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부동산 펀드는 주로 49인 이하의 사모 펀드였다.

개인적으로 볼 때는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인데, 정부 입장에서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중에 노후 대책이 막막한 국민들을 위한 투자처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개인 공모를 하려면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했지만 금융당국에서 대대적으로 불합리한 절차를 간소화 해줘 기대가 크다.

국내 부동산펀드는 5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상품으로 단기간 내에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런 종류가 폐쇄형 펀드이고 개방형이 따로 있는데, 개방형 펀드 상품은 상장이 돼 원하는 시기에 사고팔 수 있다. 개방형 상품 위주로 상품을 개발 중이다.

개인 전용 상품의 경우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수익금은 연 몇%를 예상하나?

기관들에게도 그렇지만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실적뿐이다. 이지스의 지난 3개년간 총자산운용 평균 수익률이 약 7조원에 대해 7.0%다. 지난 3년간 부동산 시장이 좋지는 않았던 것을 감안할 때 나름대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사실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높은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6%대를 목표로 하지만 외부 시장 여건에도 4%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안정성을 중심으로 4~7%대 수익을 내는 상품을 만들고 싶다.

하반기 외부 시장 환경 위험요인은 무엇인가?

부동산은 경제의 ‘바로미터’다. 기업이 성장해야 고용이 늘고, 고용이 늘어야 오피스 임대시장이나 물류 부동산 거래도 활발해지는 것 아닌가. 그러나 현재는 과거와는 다른 저성장 시장에 돌입했다고 본다. 여러 투자처 중 실물자산을 담보해 변동성을 가장 예측 가능한 자산이 부동산이라고 생각한다.

▲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국내 상업용 부동산 중 호텔, 오피스, 리테일 중 가장 전망있는 투자처를 꼽는다면?

물류 시장이다. 상대적으로 시장 수요가 많다. 2-3년 호텔이 ‘핫’했고 이제는 이미 공급이 많이 이루어졌다. 물류가 향후 2~3년은 시장의 각광을 받을 것이다.

오피스는 기본적으로 시장수요가 있다. 임대주택도 현재는 공공성을 띄고 국가가 정책적으로 끌어가는 면이 있지만, 미국이 분양보다 임대시장 중심이듯 한국에서도 주택이 소유보다는 이용의 개념으로 인식 변화가 일어나면 임대주택 시장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코람코자산신탁 설립 멤버로 알고 있다. 부동산 금융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부동산 금융의 매력을 느낀 건 20년 전 미국 출장 길에서였다. 당시 우리는 부동산을 사서 가격이 오르면 파는 자본이득(캐피털게인, capital gain) 위주 거래만을 했는데 미국은 자본이득이 아니라 부동산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부동산 수익을 통한 배당이 노후 연금이나 기관의 포트폴리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 시장에도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짧은 역사에도 연기금, 보험사, 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경영진 중 전직 기관 또는 관료 출신이 많아서인가?

가끔 우스개소리로 그런 말을 한다. '투자자들이 저녁은 가장 친한 사람이랑 먹지만 아침에는 내 자금을 잘 운용할 사람을 찾을 것'이라고. 시장에서 중요시 하는 것은 과거 실적을 말하는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도덕성, 그리고 새로운 부동산 금융 기법을 적용하려는 도전 등이다. 이를 충족시켜야 한다.

해외 자산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국내 기관들이 해외부동산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주로 해외 운용사에 의존하는 것 같다.

블랙스톤, KKR, 브룩필드 등의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도 시작은 우리와 같았다. 이지스도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아시아, 미국, 유럽 시장이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는 진입단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아 위험도가 낮은 오피스를 시작으로 마스터리스 리테일, 또 계속해서 물류 등 다른 것으로 확대한다. 이지스의 해외 자산 중 오피스 비중은 75%이고 다른 것들에도 투자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는 임대형 중심으로 개발형이 주는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는 물건 발굴(소싱), 자금 모집(펀드레이징), 운용(매니징)의 세 단계가 다 중요하다.

해외 투자에서 현지 소싱(sourcing) 시 가장 눈 여겨 보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이 가진 특유의 고정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입지가 가진 지속성, 비즈니스 영속성이 중요하다. 물론 임차인들이 장기임대차 계약을 통해 변동성을 적은가 하는 것도 본다. 기본적으로 임차인이라는 요소는 변동이 있는 것이라 새로운 임차인을 쉽게 유치할 수 있나 같은 것이 입지 지속성이다.

최근 건설사들이 잇따라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에 나선다. 어떻게 보나.

먼저 시장이 성장을 해야 한다는 면에서 환영한다. 유럽, 미국, 일본, 호주에 비해 우리 의 부동산 금융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개발 사업에서 다양한 금융기법을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경쟁했으면 한다.

올해 목표한 신규 부동산 펀드 운용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2조원 정도로 잡는다. 거의 다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