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빌딩 임대의 대명사였던 서울 강남권 오피스 빌딩 임대시장 분위기가 싸늘하다. 지난해 부터 시작된 공실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더니 이제는 저층부의 상가들마저 텅텅 비어가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건물주들도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 한두달 임차비용을 무료로 제공하는 렌트프리 방식은 이제는 다반사, 최근에는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할인해주는 임대물건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쉽사리 공실률을 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서울 강남권 오피스 빌딩 임대시장이 임차인을 못구해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는 판교 밸리 등 인근 지역으로의 이주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삼성타운의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이동과 강북지역으로의 이전 수요가 겹쳤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 등의 업무 인프라 발달로 재택 근무 등이 활성화 되면서 사실상 강남 밀집의 장점이 많이 희석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오피스 임대 빌딩 강남시대 마감, 임차인이 갑입니다

28일 빌딩전문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렌트프리’를 넘어 임대료를 낮추는 사례가 생겨났다. 주요 기업이 서울 강남지역을 떠나면서 강남 빌딩 공실이 크게 늘어나자 임대료를 대폭 인하한 것. 

한 빌딩임대 전문가는 "강남을 대체할만한 업무지구가 늘은데다 기술발달과 인프라구축으로 거리 제약이 없어진 것도 한 몫했다"라며 "몇년전부터 임차인이 '갑'인 시대가 돼 빌딩소유주들의 임차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 위치한 모 빌딩에는 ‘임대료 인하, 20% off’라는 글이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유영 기자

해당 임대업체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보증금을 3.3㎡당 45만원, 월 임대료를 4만5000원으로 파격적으로 낮췄다"라며 "현재 3~5층, 10~12층 총 6개층이 비어있고 한층(135평)에 월 임대료는 1230만원, 관리비는 78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프라임급 빌딩(권역 내 랜드마크 수준의 빌딩)이면서 초역세권에 위치했지만 강남에 사무실을 둔 기업들이 작년부터 강남을 떠나 판교, 분당 등지로 이전하거나 임대료가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내린 것이다. 

특히 저층부 상가들이 비어져 있고 임대문의를 내 건 건물이 종종 보였다. 2층 한개층이 텅비어진 강남 대로변 건물에는 몇개월전만해도 커피숍이 운영했지만, 보증금 2억 5000만원에 3.3㎡당 100만원 수준의 고액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송기욱 젠스타 선임연구원은 “리테일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강남이나 홍대의 경우 1층 상가들이 비싼임대료에 권리금까지 더해져 임차인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공급과잉 우려   

부동산관리회사 젠스타가 지난달 내놓은 '2016 5월 오피스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 이동과 정부기관 지방이전 영향으로 강남권 빌딩 공실률이 7개월만에 소폭 상승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공실률은 8.6%로 전월대비 0.2%p 상승했으며, 이달 전망도 0.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젠스타

특히 프라임급 빌딩인 포스코 P&S타워의 공실 영향과 A등급 빌딩인 아이파크타워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주로 이전하면서 공실률이 전월대비 각각 0.5%p, 0.6%p 상승했다.

또한 테헤란로권과 강남기타권 공실률도 전월대비 각각 0.7%p, 0.9%p 상승했다. 반면 강남대로권은 삼성생명 서초타워와 삼성생명 역삼동빌딩 영향으로 공실률이 전월대비 1.5%p 하락했다.

지난해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과 잠실 종합운동장역을 잇는 강남 봉은사로를 중심으로 신규 빌딩이 늘어난 것도 공실률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올해 서울에 공급될 오피스 물량의 약 62%가 강남권에 몰릴 것으로 예상돼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내달 완공될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와 10월 송파구 신천동에 들어서는 제2롯데월드타워 등 프라임급 대형 오피스빌딩 공급이 예정돼 있어 공실률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 전망도 밝진 않다. ‘판교창조경제밸리’(제2판교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인데,  이 지역의 임대료가 주변 시세 대비 70~80%에 수준이고 각종 세제 혜택도 많아 강남권 오피스시장엔 직격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