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장군이 좌수사로 임지에 처음 도착했을 때 장군과 친한 친구의 꿈에 큰 나무가 있어 구름에 닿은 듯하고 그 가지와 잎이 대단히 무성하여 우주 간에 가득하였는데, 그 가지와 잎 위에는 몇천만이나 되는 우리 백성들이 앉아 있는데, 그 큰 나무가 홀연히 쓰러지려고 할 즈음에 큰 사람이 있어서 그 큰 나무를 붙들어 자빠지지 않도록 해놓고, 자세히 본즉 그 큰 사람은 이순신 장군이었습니다. 그 꿈을 깨고 이상하게 여겼더니 후인들은 그 꿈을 옛날 송나라 문천상의 하늘을 받들던 꿈자리에 비교되었습니다.”
“장군과 같이 큰 인물의 사주는 영감력이 뛰어나기에 직관력이 잘 맞아떨어진다. 단, 운이 나쁠 때는 약간의 오차가 발생하는데 이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다는 예몽도 장군의 친구가 꿨었고, 실제로 남해안 일대에 배 만드는 나무 조각과 톱밥이 바다를 덮어 와서 장군은 히데요시가 일본 61개주를 통합한 여세를 몰고 현해탄을 건너 난을 일으킨다는 것을 예상하고, 일본에 흘러가 다년간 거주하고 있던 공대원이라는 사람을 불러들여 일본 국세와 저들의 수륙군제의 강약을 조사하게 하고 영의 진무를 시켜 장래의 제승방략(制勝方略)을 연구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네, 군자는 격물치지(格物致知)요, 치지(致知)는 재격물(在格物)이라 합니다. 범인의 알지 못하는 것을 항상 먼저 아는 법이 있으니 이것은 장군을 두고 한 말입니다. 선견지명(先見之明)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추구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선견지명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선견지명의 학문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의 상황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것을 예견할 수는 있어도 언제 이기고, 언제 패함이 오는지 모르기 때문에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설령 역학적으로 알아냈다고 해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군은 전쟁 발발 1년 4개월 전부터 좌수영과 그 밑의 5읍 6진=순천, 보성, 낙안, 광양, 흥양 및 사도, 방답, 여도, 녹도, 발포)에 대한 병기와 군량이며, 장졸의 신체 건강 여부와 군비의 충실 여부를 일일이 검열하여 전쟁에 대비하는 한편 각처에 쇠를 잘 다루는 직공과 미장이들을 모집하여 장군이 친히 지도하고, 감독하여 철사 줄을 뽑아 각처 해협의 요긴한 곳마다 가로 잘라 막되, 양쪽 언덕에 기계를 설비하여 만일에 적선이 오거든 양쪽 언덕의 철사줄을 감아 올려 통행을 차단하고 조수의 썰물과 밀물 때에 급한 파도를 이용하여 적선을 뒤집어 엎을 수 있게 하였고, 평상시에는 아군의 배가 항해하는 데 방해하지 않도록 철사 줄을 물 밑에 잠기게 하였으며, 해토와 옥중토를 반죽해 구워 염초 수천근을 만들고 쑥, 짚을 합쳐서 화약을 많이 만들고 쇠를 채집하는 군관을 파견하여 철광을 채굴하게 하였다.”
“네, 장군은 멀리 내다보는 혜안과 도량, 기지는 동서고금에 필적할 만한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인간이라면 그 어느 누구도 필적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렇다. 장군은 국가의 수장이 싫어하여 죽이려고까지 했는데, 백성에 대한 애정으로 국가를 살린 분이고, 또 실수가 없는 싸움을 하기에 반드시 이기고, 지키는 일도 완벽하게 보전하여 훗날 진도 벽파정 싸움에서도 적은 수로 큰 적을 바다를 막아 격파하여 능히 소멸한 것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준비하여 훗날을 대비한 방어책이었다. 그리고 전부터 내려온 좌수영의 배는 대맹선 2척, 중맹선 6척, 소맹선 2척, 무군소맹선(無軍小猛船, 비상사태나 전투 시의 소실(화재)을 대비해 군인을 태우지 않은 병선) 7척, 도합 17척이 있었다. 각색은 갖추었으나 절반은 썩고 부서져 배의 재료, 부속품이 되는 노와 닻이며 키 등이 실제 사용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많았다.”
“네, 병선의 증수는 8년마다 해야 하고, 6년 만에 개조해야 하는 법례가 있었는데요, 법례가 오래되어 백성들은 전쟁을 보지 아니하였기에 점차 해이해져 유명무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장군은 엄밀히 검열하여 쓸 것, 못 쓸 것을 구분하여 해군을 새롭게 하고 병선을 개혁할 안을 세워 관할 5읍 6진 안에 뛰어난 장인들을 불러들여 대, 소 전선을 전부 새롭게 정비하는 도형을 만들어 해군력을 증강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좌수영의 군사는 580명 중에 젊은 남자는 300 명도 안 되고, 그 나머지는 노약자와 어린이며, 또는 군적에 이름 뿐이며, 실제 없는 사람도 있었다. 장군은 관하 각 관포에 장정을 선발하여 군인의 숫자를 배 이상으로 증가시켜 훈련은 사랑으로 보살펴 충의와 믿음을 살려내니, 군심도 차차 감화를 받아 나라와 백성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자 하는 사기가 충천해가고 있을 때 장군은 특별히 괴이한 형태의 전선을 제조하니 그 형상이 거북과 같은 세계 최초의 장갑철선이었다. 장갑철선을 발명한 사람은 나대용 장군의 도움으로 이순신 장군이 개발한 장갑돌격전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