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대가 되면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 ‘Productivity Future Vision’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다. 이 동영상은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미래의 삶을 설명하고 있다. 제1주제는 사람들이 원격으로도 함께 ‘협력’하는 삶을 소개한다. 팀원들끼리는 필요하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원격으로 디지털 칠판을 공유하면서 토론에 참여하고, 가지고 다니는 디지털 캔버스에서 각자의 조사 내용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제2주제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한 판단을 지원하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삶에 대해 소개한다.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이미지화해서 쉽게 생각을 정리하고 이해시킬 뿐만 아니라 가능한 해법을 제안함으로써 쉽게 주제에 집중하고 생각을 정리하게 만들어 준다고 설명한다.

제3주제로는 ‘막힘없는 창의성’을 강조한다. 정보를 탐색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생각을 쉽게 문서로 작성하도록 시스템이 지원해준다고 소개한다. 제4주제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만의 작업환경을 설정하고 사무실처럼 일할 수 있도록 ‘원활한 이동성’이 보장된다고 소개한다.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디바이스들은 모두 얇은 판형이거나 고무처럼 유연하게 접히는 모습들이다. 사무실 책상 면은 디지털 캔버스가 되고, 사무실 벽면은 전자칠판이 된다. 건물의 유리 벽면도 디지털 캔버스로 바뀌어 필요한 작업을 터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 캔버스를 휴대할 때는 노트 크기로 접어서 다니고 일을 할 때는 대화면으로 캔버스로 펼쳐서 사용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모든 전자부품들이 판상으로 설계되고 유연하게 접힐 수 있어야 가능한 기술이다. 이런 환상적인 디지털 공간은 인쇄전자기술이 충분히 발전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세상은 인쇄전자제품들로 채워진다

인쇄전자기술은 인쇄 방식으로 전자소자나 부품 혹은 모듈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기능성(전도성, 절연성, 반도체성) 물질을 잉크로 만들어 플라스틱, 종이, 헝겊, 금속 박막, 또는 유리 등 기판에 인쇄하여 전자부품 기능을 갖도록 만든다. 기존의 식각기술이나 진공증착기술에 의존했던 전자회로작성을 대기 중에서 인쇄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이 획기적이다. 얇은 필름 위에 인쇄하면 유연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인쇄전자는 종전에 사용되지 못하던 곳에 전자부품 기능을 부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전자나 전기부품들에도 새로운 성능을 부가해 주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일반 가전 소비재 시장은 물론이고 헬스케어, 항공우주, 전자, 미디어, 교통산업 등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 세계는 인쇄전자기술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각종 컨퍼런스 및 전시회를 통해 기술교류가 활발하며 인쇄전자부품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인쇄전자의 필요성이 확산되면서 전자잉크 소재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전도체로는 금속염(할로겐화물, 황산염, 인산염 등), 금속(은, 금, 구리, 니켈 등) 나노입자뿐만 아니라 폴리아세틸렌, 폴리피롤, 티오펜 등 폴리머도 가능하고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 등도 가능하다. 절연체 물질로는 산화물, 질화물, 폴리머 유전체(PVP, PMMA 등), 파릴렌, 고체 전해질 등이 있다. 반도체로는 유기물 반도체와 산화물반도체(ZnO, InGaZnO), 탄소나노튜브, 반도체(Si, CdSe, ZnSe, GaAs) 나노입자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소재기술의 혁신은 유연한 광학부품 또는 전자부품을 산업적인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전자잉크는 인쇄 공법에 따라서 요구되는 점도 특성이 다르고 표면장력 그리고 증발 속도의 조절 등이 매우 중요하다. 인쇄 공법에 따라서 잉크 속에 함유된 나노물질의 종류나 농도를 미세 조정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인쇄전자부품을 제조하는 방법은 일반적인 인쇄 공법들과 원리가 같다. (롤)스크린 인쇄, 프렉소 공법, 요판 인쇄, 잉크젯 인쇄, 임프린팅, 롤2롤 프린팅 등 다양한 공법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용자는 인쇄 방식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최종 인쇄품질이 우수해야 한다. 실험실적인 공법을 생산설비 규모로 확장시키려면 인쇄 부품에 결함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공정 요소로서 주변 환경의 영향, 공정 시간, 공정 온도, 장력이나 인쇄 두께, 해상도, 균질성, 생산성, 재현성, 신뢰성 등 다양한 조건이 품질점검 대상이다. 인쇄전자 부품이 응용되는 분야는 전자회로, RFID 꼬리표, 스마트 카드, 안테나, 유기박막 태양전지, 각종 디지털 센서(의료용 포함), 박막 스피커, 박막 마이크, 박막 배터리, OLED 조명, 대화형 소형 디스플레이 등 다양하며 앞으로는 간단한 지능회로 또 나아가서는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에도 인쇄전자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은 인쇄전자기술로 완성된다

사물인터넷 시대로 전환되면서 박막 디지털 전자부품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우선 기기들 간의 데이터 교환을 위해서 가장 주요한 부품은 안테나와 기능 센서 그리고 배터리가 필요하다. 이는 모든 종류의 웨어러블 제품들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모든 데이터의 교환이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따라서 간단한 지능회로가 삽입될 수도 있다. 이런 전자부품들은 우선 값싸야 하며 아주 작은 공간 속에 삽입되도록 하려면 인쇄전자기술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무선 충전이 가능한 박막 배터리를 장착한 기능 센서는 24시간 365일 동안 주변을 감지하여 실시간으로 측정치를 마스터 컴퓨터에 전송해줄 수 있다. 예를 들면 폴리에스테르 박막 필름센서로 습도, 온도, 화학물질, 가스 성분을 분석할 수도 있고, pH나 Cl-, Na+, K+ 등 이온을 감지하는 플렉시블 센서도 인쇄 가능하다. 나노제조기술이 발달하면서 땀 속에 함유된 D-글루코스, L-젖산, 요소 등을 감지하는 고감도 바이오센서도 개발되었다. 피부에 부착하는 땀 측정 센서는 문신처럼 피부에 부착할 수 있는 인쇄회로인데 땀 성분을 통해 인체대사 작용을 추적할 수 있다. 운동을 하면 피부에 흐르는 땀 성분과 흐른 땀의 양 그리고 운동강도를 산출해 준다.

OLED 패널의 생산은 보통은 클러스터 타입으로 한다. 이 방식은 고분자 필름을 유리기판에 붙여서 증착시킨 다음에 다시 유리기판에서 필름을 분리해 내는 복잡한 공정이다. 유기막 코팅을 위해 기판을 증착 챔버에 넣다가 빼는 공정 등 단속공정으로 생산성이 낮고 비용도 높은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를 롤2롤 인쇄 방식으로 바꾸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원가도 적게 든다.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조명, 웨어러블기기 등 플렉시블 기능이 필요한 OLED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반이 된다. 롤2롤 생산방식을 활용한 플렉시블 OLED 패널 생산이 활성화되면 OLED 패널의 생산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필름 및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해서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부품 생산이 가능해진다. 최근 자동차업계에선 후미등을 중심으로 미적 감각을 강조하기 위해 OLED 조명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 OLED 조명은 다양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하므로 건축 시장에서의 수요도 무궁무진하다.

 

대화형 상품포장 기술이 확산된다

전자부품 인쇄는 모든 상품에 가능하다. 상품 포장지로 사용되는 종이에도 박막 센서를 삽입시켜 기능을 부가해줄 수 있다. 예를 들면 포장지에 인쇄된 글자들이 터치 센서가 될 수도 있고 대화형 안내판이 될 수도 있다. 포장지에 새겨진 설명서를 누르면 음성으로 상품 사용법을 설명하게 만들 수 있고, 약품의 부작용 여부를 약품 통에 인쇄된 빨간 단추 그림을 누르면 들려주도록 할 수 있다. 전자부품의 응용은 모든 분야로 확산될 수 있다. 모든 가전제품의 설명서는 별도의 책자로 만들지 않고 제품 표면에 부착된 센서를 누르면 음성으로 들려줄 수도 있다. 신간 서적을 펼치면 저자의 짧은 인사말을 음성으로 전해들을 수도 있다. 또 유아들의 책자는 모두가 음성이 더빙되어 있어서 전자인쇄 단추를 누르면서 문장을 소리 높여 따라 읽을 수 있다.

인쇄전자 부품기술의 백미는 플렉시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실용화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화면을 반으로 접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나 돌돌 말았다 펴는 디스플레이를 시제품으로 공개한 적이 있다. ‘프로젝트 밸리’라는 이름으로 개발되는 것으로 알려진 갤럭시 S7 후속모델인 ‘갤럭시 X’는 완전히 새로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라고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LG전자도 이미 돌돌 말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여러 차례 전시회를 통해 전시한 바 있다. 모두 시장이 무르익기만 기다리는 모습니다. 애플도 2018년에 출시될 8세대 아이폰은 폴더블 디스플레이 패널이 적용된 접는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의 기사가 있다. 레노버는 지난 6월 9일에 테크월드 컨퍼런스에서 몸체를 꺾을 수 있는 다관절 플렉시블 스마트폰을 깜짝 공개했다. 팔목에 접어서 걸칠 수 있는 플렉시블 폰과 함께 폴더블 태블릿까지 공개하면서 기술력을 과시했다. 조금 둔탁하다는 느낌을 주는 레노버 시제품이 시장에서 통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시장은 폴더블이라는 상징성만 가지고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유튜브를 통해서 여러 가지 기술 전망을 접해본 시장 참가자들의 안목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는 상태이다. 기존의 스마트폰이 가진 한계점을 뛰어넘는 새로운 플렉시블 스마트폰이 국내 기술로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