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출처 = 카타르항공

외국항공사(외항사)들이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승객 유치를 위한 국적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에 취항 노선을 대폭 늘리는 것 뿐 아니라 특가 이벤트 등을 통한 ‘저가 공세’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단거리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LCC)들과, 장거리 노선에서 외항사들과 ‘하늘길 전쟁’을 벌이게 됐다.

국제선 이용객, 꾸준한 증가세

24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해외로 나가는 국제선 여객기 이용자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살펴보면 2015년 한 해 국제선을 이용한 사람은 6143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5678만명) 대비 8.2% 증가한 수치다.

국제선 여객 이용객은 2011년 4265만명에 불과했지만 2012년 4770만명, 2013년 5099만명 등으로 꾸준히 많아졌다. 4년만에 승객이 44% 이상 많아진 것이다.

▲ 국제선 여객 추이 / 출처 = 국토교통부

최근 분위기도 비슷하다. 2016년 1분기 국제여객 수는 1760만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1555만명) 대비 13.2% 성장한 기록이다. 2013년 1분기 1251만명에 불과했던 국제선 이용객이 3년만에 40% 뛴 것이다.

LCC 중심의 신규노선 및 운항 확대, 저유가에 따른 국제선 유류할증료 면제, 항공 여행 경비 절감, 내국인 관광 수요 증가 등이 이 같은 상황을 연출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15년에는 메르스, 북핵문제 등의 위험 요인이 있었음에도 여객 성장세가 계속됐다. 항공사들이 여객기를 꾸준히 들여오고 환율 부담이 줄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항사 적극행보

한국을 오가는 여객기 수요가 많아지면서 외항사들 또한 국내 시장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취항 노선 숫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는가 하면 특가 이벤트, 취항 기념 행사 등을 개최하며 고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 에어아시아는 ‘문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20일에는 에어아시아 엑스가 인천-방콕 노선 취항 2주년을 기념해 ‘드림 플라이트’ 이벤트를 열었다. 에어아시아는 축구선수 박지성을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 에어아시아는 최근 문화 마케팅의 일환으로 축구선수 박지성과 함께 '드림 플라이트' 이벤트를 진행했다. / 출처 = 에어아시아

지난 5월에는 ‘드림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며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기도 했다. 에어아시아그룹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도 직접 한국을 방문해 콘서트에 참가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인도네시아의 국영 항공사인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발리와 자카르타 특별요금을 선보였다. 발리 지역은 이코노미 클래스 왕복 항공권을 56만원부터, 자카르타 지역은 이코노미 클래스 왕복 항공권을 50만원부터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7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출발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또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인천-발리, 인천-자카르타 항공편에 한국인 승무원을 탑승시키고 있다. 인천 출발 항공편의 경우에는 한식 기내식을 제공한다. 한국인 승객에게 부담 없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다. 노선 또한 각각 주 7회, 주 6회 운항하고 있다.

▲ 자료사진 / 출처 =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카타르항공은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대폭 개편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기내 제공 옵션을 기존 2000여개에서 3000여개로 크게 늘린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두바이 국제공항에 프리미엄 라운지를 열며 고객들에게 최고의 탑승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와이안항공도 특가 이벤트로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5월 ‘마우이 특가 프로모션’을 실시한 것. 주중 출발 인천-호놀룰루-마우이 구간 이코노미석 왕복항공권을 인천-호놀룰루 왕복항공권보다 저렴한 가격(72만3000원)에 판매했다.

터키항공은 ‘1+1’ 전략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올해 초 1인 가격으로 2인 항공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연 것. 이와 함께 이스탄불에서 환승하는 승객에게 ‘무료 시티투어’와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터키항공 이용객 중 이코노미 클래스 기준 8시간 이상의 대기 시간이 필요한 승객은 교통비, 식사, 가이드, 입장료 등 모든 경비가 제공되는 시티투어를 제공 받을 수 있다. 10시간 이상 대기 승객의 경우 투어 대신 호텔을 선택할 수 있다.

▲ 자료사진 / 출처 = 콴타스호주항공

콴타스 호주항공은 6월30일까지 ‘여름에 떠나는 겨울여행 특가 이벤트’를 펼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지리적 특징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호주 시드니는 85만원 브리스번·멜번은 90만원, 뉴질랜드의 오클랜드·크라이스트처치·웰링턴은 112만원부터 항공권을 각각 구매할 수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두바이 여행객들을 위한 할인 혜택을 론칭했다. 오는 8월 31일까지 두바이를 여행하거나 경유하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탑승권과 신분증만 제시하면 두바이 주요 명소와 여행지에서 최대 40%의 할인 혜택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에미레이트 항공 장준모 지사장은 “에미레이트 항공은 앞으로도 두바이를 허브로 전세계 네트워크를 지속 강화하여 더 많은 승객들이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핀에어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제10회 하나투어 여행박람회’에 참가했다. 행사장에 핀란드 관광청과 함께 홍보부스를 설치,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직항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경유노선에 대한 거부감이 줄면서 외항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외항사들이 한국인 승무원을 탑승시키고 한식 기내식을 서비스하는 등 경계 장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한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고민 깊어지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외항사들의 ‘적극 행보’에 국내 대형 국적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고속성장을 계속하는 LCC에 밀려 여객 점유율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국제선 여객 점유율 추이 / 출처 = 국토교통부

2016년 1분기 대형 국적사 여객기를 이용한 국제여객은 830만5651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765만7874명) 8.5% 많아진 수치다. 승객수는 늘었지만 점유율은 떨어졌다. 대형 국적사의 점유율은 올해 1분기 47.2%로 2014년(53%), 2015년(49.2%)에 이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LCC들은 ‘폭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제선 이용 승객은 319만280명으로 전년 동기(205만3759명) 대비 55.3% 급증했다. 점유율도 2014년 1분기(12.1%), 2015년 1분기(13.2%), 2016년 1분기(18.1%)로 늘고 있다.

대형 국적사 승객들을 LCC가 가져간 셈이다. 국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외항사들은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14년 1분기 34.9%, 2016년 34.7%로 큰 변동이 없었다. 공격적으로 노선을 확장하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LCC 열풍‘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국적사들이) 표면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역성장을 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조급할 필요는 없다. 저유가 등 외부적인 요인도 아직은 긍정적”이라며 “단거리 노선에서 LCC와 정면승부가 힘든 만큼 중·장거리 노선을 공략하는 작전이 필요해 보인다. 서비스 질 개선과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