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Brexit)에 대해 시장은 어떻게 평가를 내렸을까.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이 1.4를 하회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1.4선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재차 상승하면서 시장의 우려는 누그러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브렉시트를 희망하는 표수가 많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1.4선은 힘없이 무너졌다.

▲ 달러 대비 파운드 환율 추이와 주요 사건 [출처:한국투자증권]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 1.4 지점이 중요한 이유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1992년 소지소로스의 영국은행 공격 당시 강한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지지점은 어디일까. 이는 지난 1985년 마거렛 대처 수상의 노동조합 탄압시기인 1.1이다. 따라서 현재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 수준으로만 보면 ‘브렉시트’에 대한 시장의 생각은 “미국발 금융위기보다 위험하지만 대처의 노동탄압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당시 대처 정부가 추구한 노동시장 모델은 높은 이동성, 임금의 하향 유연성 등 고용주가 낮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파트타임, 계약직 일자리다. 따라서 대처 정부 노동탄압의 주 타겟은 자동차, 철강, 탄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었으며 이들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는 대처 정부의 승리로 끝난다.

노동탄압 진행과정에서 실직자들이 증가했고 경제활동을 아무도 하지 않는 세대의 비율은 1975년 6.5%에서 1985년 16.4%로 급증한다.

대처 정부는 적자가 발생했던 철광, 탄광업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가했다. 이에 영국의 북부와 스코틀랜드가 큰 타격을 입게 됐고, 북부 노동자의 20%는 실직했으며 자살률은 무려 60% 증가했다. 반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고용주 혹은 고소득 계층은 더욱 부유해졌다.

물론 대처 정부는 노동자들의 잦은 파업, 과도한 복지로 인한 재정악화, 근로의욕 저하 등 고비용·저효율의 경제구조를 해결하고 영국을 다시 번영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반면, 대처 정부는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질타를 받기도 한다. 즉, 일자리 문제다.

영국의 일자리문제는 현재도 이슈다. 지난 2012~2013년 데이비스 캐머런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시행을 내세웠던 당시 영국의 실업률은 8% 내외로 이는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영국인들의 일자리 부족의 문제의 원인으로 이민자 유입을 지적했고 캐머런 총리를 ‘브렉시트’를 공략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브렉시트’와 ‘대처정부 노동탄압’은 일자리 문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1985년 이후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이 1.1을 저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일자리 문제가 해결돼서 일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오히려 경제활동을 아무도 하지 않는 세대의 비율은 점점 늘어나 1994년는 19.1%에 달했다. 즉, 일자리 문제는 파운드화의 방향과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 '브렉시트' 투표일 폭락하는 파운드 가치 [출처:키움증권]

그렇다면 무엇이 파운드화 가치를 위협한 것일까. 우선 영국 국민들의 불만은 영국 정부가 EU 통합과 관련한 조약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언급할 수 있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중요한 조약이 있을 경우 국민투표를 실시해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영국의 경우는 이런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를 보면 영국의 EU에 대한 분담금 문제보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다고 볼 수 있다. 1975년 영국에서 ECC(EU 전신) 탈퇴 여부(1973년에 가입)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됐을 당시에도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은 1.6을 지지했다.

종합해보면 대처 정부의 노동탄압 당시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이 1.1까지 하락했으나 일자리와는 무관하게 노동탄압이 마무리되자 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 같은 브렉시트 이슈지만 1975년과 2016년의 투표는 시장으로 하여금 파운드화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국민에 대해 얼마나 생각했는지의 차이가 파운드화의 가치를 갈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국민의 주권을 말한다. 파운드화는 국력은 국민의 힘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오랜 기록으로 보여준 것인지 모른다. 단연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인들의 찬성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 무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