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담이든 보험상담이든 고객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거절이 ‘여유가 없다’입니다. 당장 상품도 좋고 뭔가 미래를 준비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거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고객 자신도 정말 저축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필자가 하는 이야기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맞기도 하고요.

온갖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상술과 마케팅 기법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돈을 모으고 저축을 하라는 말은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유가 없게 된 이유를 찾아보면 ‘카드값’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카드로 뭘 했길래, 늘 카드값 때문에 돈이 없어서 저축도 못하고 미래를 준비하지도 못하는 것일까요?

카드를 쓰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돈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카드를 긁는 것은 카드 회사의 돈을 빌려다 쓰는 것이죠. 그 편리함과 더불어 자신이 돈을 들고 다니는 듯한 달콤한 자유로움 때문에 카드 사용은 쉽게 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포인트, 할인 등의 혜택을 조금이라도 받게 되면 더 그렇지요. 문제는 카드를 쓰는 행위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 인해 통제되지 않는 삶이 지속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카드를 없애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는 이유들은 ‘급할 때 목돈이 필요할 것 같아서’ / ‘돈을 써야 할 때 현금이 없어 곤란한 상황이 생길까 봐’ /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이 아쉬워서’ 등입니다.

자, 한번 생각해보세요. 실제로 우리가 언제 카드를 쓰는지. 정말 큰돈이 필요한 긴급한 경우인지, 그 순간에 카드를 긁지 않아서 생긴 곤란함이 정말로 큰 문제인지, 혹시 그것은 잠시의 창피함에 불과한 것인지. 카드의 혜택과 할인이 실제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필자도 개인적으로도 카드를 쓰고 있습니다만 그 한도는 월 30만원입니다. 딱 그만큼만, 그리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씁니다. 올바른 소비습관이 들지 않은 채 카드값으로 100여만원이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 외식이나 쇼핑 등인데, 우리가 아끼고 절약하면 충분히 자제할 수 있는 부분들이죠. 그래서 ‘카드값 100만원’은 100만원짜리 물건을 한 번에 산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쓰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커진 금액인 거죠.

어떤 사람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행복한 것이 아닌가 묻기도 합니다. 물론 맞습니다. 지금 행복해야죠. 그럼, 지금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맛있는 음식도 먹고, 멀리 다른 나라로 여행도 가보고, 갖고 싶은 것들을 사다 보면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행복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닐 것입니다. 즉, 행복의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지요.

한 조사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나눔을 한다고 합니다. 얼마나 벌어야 부자인지, 얼마나 써야 욕심을 채울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진정 자신의 삶에 큰 행복인지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돈을 쓸 때만이 아니라, 돈을 모으면서 행복해질 수도 있고 빚을 없애가며 행복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을 즐기라는 말은 지금만 즐기라는 뜻이 아닙니다. 필자는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계속 그 균형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 포인트로 낮췄습니다. 초 저금리시대라고 하면서 예금 불황이라고 합니다. 경기불황, 전세대란에 심지어 이젠 예금도 불황이라고 합니다. 저축을 시작하려고 할 때, 대안은 많지 않습니다. 보다 정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들을 세분화해서 계획을 잘 세워야 합니다. 그 계획들이 생각처럼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또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 시대에 어떤 방법으로 지출을 하고 어떤 방법으로 저축을 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