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양국은 단기간에 부족한 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방법으로 집합주택의 형식을 도입했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에 걸쳐 주택 공급의 촉진을 이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약 3분의 2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분양공동주택을 맨션(Mansion)이라 부른다. 맨션은 사전적으로 대저택을 의미하는데, 아마도 서양에서 도입된 주택 형태이기 때문에 호화로운 이미지가 반영되었으리라 보인다. 가장 최근에 조사된 2013년의 센서스 자료에 의하면 총 주택수가 6062만9000호, 일본의 중앙정부인 국토교통성 추계 맨션 수는 601만2000호로 맨션 비율은 약 9.9%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전쟁으로 인한 주택의 소실, 그 후 인구의 증가와 인구의 도시유입으로 인한 주택 부족 등 비슷한 사회적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우리나라 아파트의 비율이 50%가 넘고 국민의 3분의 2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었다. 그 이유는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주택 형태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일 테다. 일본의 건축가 우에다 아쓰시(上田篤)는 현대 주택 스고로쿠(双六, 인생게임 같은 주사위놀이판의 일종)를 만들어 일본인들이 ‘교외의 정원 딸린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고 했다.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주사위 판에 나타난 번호 순서대로 다양한 주거 형태를 거치게 된다는 의미인데, 1번 아기 침대에서 시작해서 기숙사, 저층 목조 아파트, 공공임대주택 거주 시기를 거쳐 22번째로 분양맨션에 도달한다. 앞서 말한 대로 최종 목적지는 24번 교외의 단독주택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고 환경이 변함에 따라, 최종 목적지는 단독주택만이 아니라 고령자를 위한 주택, 도심의 초고층 맨션, 농촌 회귀 등의 다양한 형태로 대변되어 주사위판의 그림도 달라졌다.

‘토지문제에 관한 국민의 의식조사’(국토교통성)에서도 향후 주거이동 시 단독주택을 희망한다는 의견은 1995년에 90.2%였지만 2013년에는 69.1%로 크게 감소했다. 반대로 맨션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응답자는 1995년 4.1%에서 2013년 10.3%로 증가했다. 맨션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응답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단독주택이든 맨션이든 상관없다는 응답이 19.8%로 나타나(1995년 4.8%) 단독주택에 편향된 일본 국민의 의식은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5년마다 중앙정부에서 실시하는 맨션종합조사에서도 거주자에게 맨션에서의 영주의식을 조사하고 있는데 1980년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영주의식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고 1999년 조사결과에서 맨션에 영주하겠다는 거주자가 그렇지 않은 거주자의 비율을 상회했다.

그렇다면 단독주택의 압도적인 인기가 맨션으로 분산된 계기는 무엇일까?

일본 국민의 ‘지진’에 대한 불안감을 꼽을 수 있다. 국토교통성에서 2013년에 실시한 ‘주생활 종합조사’에 따르면 주택이나 주거환경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은 첫 번째가 ‘지진 발생 시 주택의 안전성’이었고 다음으로 ‘치안, 범죄발생을 방지하는 환경’이었다. 주택의 규모나 실내 배치, 생활편의시설, 입지적 요소는 그 다음 순위였다.

잘 알다시피 일본은 크고 작은 지진이 빈발한다. 대도시 도심에서 발생한 1995년의 한신·아와지(阪神・淡路) 대지진은 약 5만명의 사상자를 냈고 25만동의 주택이 전부 파괴 혹은 반파되는 등 국가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대지진 후 목조주택과 같은 전통적인 일본 가옥의 피해는 컸지만 맨션을 비롯한 고층 빌딩의 건축물이나 사상자 피해는 비교적 적었기에 ‘지진에 대한 맨션의 안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1999년의 맨션종합조사에서 영주의식을 가진 거주자와 그렇지 않은 거주자 비율의 우위가 뒤바뀐 것도 대지진의 영향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한편, 맨션에의 영주의식의 증가는 주거 관리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관리에 대한 인식변화가 주택에 영주하겠다는 의사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책적 지원과 관리 현장에서의 노력이 맞물려야만 가능하다는 전제를 해둔다. 일본에서는 중앙정부의 정책심의회에서 2003년 새로운 주택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발표하면서 앞으로의 주택 정책 키워드로 ‘시장 중시’와 ‘재고주택 중시’ 등 두 가지를 들었다. 2006년 주생활기본법이 제정되고 2009년에는 장기우량주택보급촉진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졌다. 양질의 재고주택을 시장에 유통시키기 위해 주택의 유지, 관리 수준을 향상시키자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정책적 취지는 맨션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데 한몫했다. 불특정 다수가 거주하는 집합주택 형식의 맨션은 관리의 수준이 건물의 수명을 결정하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서 다음과 같은 캐치프레이즈가 유행한 바 있다.

“맨션이라면 관리를 사라.”

이 말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가? 도대체 맨션 관리는 어디서 어떻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의미의 답을 찾기 위해서 우선 맨션 관리의 주체부터 알아보자. 일본에서는 맨션 관리의 주체는 소유자로 구성되는 관리조합이다. 맨션의 구분소유자는 관리조합으로 당연 가입이 의무화된다. 그러면 맨션을 구입한 후 관리조합원으로써 관리활동을 하게 되는데 그 이전에 관리를 사야 하는 것인가?

이 캐치프레이즈가 가지는 의미는 이러하다. 맨션을 구입할 때 구입하는 맨션의 관리 상황을 잘 보라는 의미, 즉 관리가 잘되고 있는 맨션을 사라는 조언 섞인 말이다. 관리비가 얼마 소요되는지보다 관리 체제가 잘 돌아가는지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자치 관리라면 관리조합에서 책임을 지고 유지, 운영, 생활 관리에 대한 사항들을 커버해야 하고, 관리 위탁을 한다면 관리조합에서 수행하는 주체적인 관리활동이 잘 돌아가도록 지원할 관리회사와 그 서비스를 잘 선택해야 한다. 자치 관리나 위탁관리 여부에 상관없이 관리조합에서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고 관리한다면 건물의 장수명, 자산가치 향상 등으로 맨션에서 영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공동주택 관리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공동주택 관리령에서 주택법으로 관리의 위상이 높아졌고 독립법령인 공동주택 관리법의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관리 현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아파트 관리 현장을 비리의 온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도 아파트 관리에 종사하거나 동대표로서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각은 좋지 않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비용을 지불한 만큼 결과물이 적절하지 않아 주민들의 소중한 재산인 관리비가 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리비가 ‘무조건 낮은 것이 좋다’는 인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숙고할 문제다.

정책은 모든 것을 해줄 수 없기에 현장에서의 시스템을 얼마나 잘 돌아가도록 하느냐가 관건이다. 즉 입주자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관리감독하는 체제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입주자들이 관리비로 얼마를 내느냐는 그런 시스템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백화점에 가도 고급스러운 매장 속의 상품과 이벤트 행사장의 매대 위의 상품이 각각 다른 소비자에게 선택되듯이 주거 관리에 있어서도 선택의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관리와 관련한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 정부는 동일한 잣대를 대고 선을 그어 그에 벗어난 관리 행위를 하는 경우에 가차 없이 행정처분의 꼬리표를 달아준다. 관리 현장에서 ‘더 나은’ 방법으로 관리를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주거 관리가 단지의 상황, 거주자가 획일적이지 않고 매우 개별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관리 또한 단지의 상황, 거주자의 경향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또한 우리는 국가나 행정기관에서 만들어낸 제도나 기준을 옳은 것으로 믿고 따르기 때문에 세부적인 관리 행위까지 정해 주는 것은 관리에 필요한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각 단지에서 행해지는 주거 관리의 개별성, 독자성을 존중하기 위한 정책적 해법을 앞으로 소개할 일본의 주거 관리 정책과 제도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