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출처 = 롯데렌터카

장기렌터카 시장이 뜨고 있다. 공유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발판이 됐다. 여행지에서 차를 빌려 타는 개념이 아닌, 신차 구매의 새 대안으로 장기렌터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롯데렌터카, AJ렌터카, SK네트웍스 등 기존 렌터카 사업자들 역시 이 같은 자동차 시장의 ‘뉴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야흐로 ‘차 빌려 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하호허’ 렌터카 ‘고속 성장’

업계에 따르면 장기렌터카가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배경에는 렌터카 시장의 성장이 있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자료를 살펴보면 2016년 초반 기준 전국의 렌터카 등록대수는 약 50만3895대로 집계됐다. 렌터카 사업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신규 등록된 렌터카 수의 경우 2000년 579대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1만3516대까지 늘었다. 2015년에는 15만6522대가 등록되며 ‘전성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5년 사이 등록 차량이 11.5배가량 많아진 것이다. 2000년 당시와 비교하면 약 270배 급증한 수치기도 하다.

성장을 이끈 것은 장기렌터카 상품이었다. 업계 점유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롯데렌터카의 경우 장기렌터카 보유대수가 2016년 4월 기준 10만4331대로 나타났다. 2010년(3만6051대) 대비 3배 가까이 많아진 것이다. 2012년 5만대, 2013년 7만대, 2015년 10만대 고지를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특히 법인을 제외한 개인 장기렌터카 수요가 크게 늘어 주목된다. 2010년 1689대에 불과했던 롯데렌터카 장기렌터카 등록 대수는 2011년 4072대, 2013년 1만4104대, 2015년 2만8534대를 거쳐 2016년 4월 기준 3만791대로 많아졌다. 5년 사이 개인 장기렌터카 이용 고객이 17배가량 많아진 것이다. 지난해에는 신차 10대 중 1대가 장기렌터카로 등록됐을 정도다.

▲ 출처 = 롯데렌터카

신차 구매자, 장기렌터카 ‘눈길’

‘스마트 컨슈머’들이 신차 구매의 한 대안으로 개인 장기렌터카 상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의 운전 습관, 차량 사용 빈도 등을 잘 고려해보면 장기렌트를 하는 것이 신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인 경우가 있다”며 “최근에는 차량 구매에 앞서 장기렌트 견적을 문의한 뒤 경제성을 따져보는 것이 당연한 순서가 됐다”고 밝혔다.

‘렌트’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내 차 구매의 방식이 ‘구매’에 한정됐었다. 하지만 차츰 리스, 렌트 등의 개념이 생기면서 그 경계가 허물어졌다. 장기렌터카의 경우 차를 빌려 탄 뒤 결국 반납해야 하지만,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3년 혹은 5년 단위의 계약 기간 이후 차량 인수를 원할 경우 ‘내 차’로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 부담 없는 월 대여료, 자동차세와 보험료 면제 등이 부각되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수금 등 초기 금액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 ‘허’ 번호판을 달고 다니면 창피하다고 여겼던 과거의 잘못된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허’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호’, ‘하’ 등의 번호판도 생겼다.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를 내놓는 주기가 짧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 ‘부분변경’ 이나 ‘연식변경’을 통해 신차가 많이 나오고 ▲수입차 시장이 커지며 차량 선택의 폭이 넓어진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금액으로 매번 신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이 주효한 셈이다. 이와 더불어 장기렌터카 선택지에는 신차 구매 시 이용할 수 없는 LPG차도 들어있다. 기름값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롯데·AJ·SK 등 ‘총력전’

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대여 기간(1~5년) 이후 차량을 인수할 수 있게 하거나 LPG차 전용 상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상품 구성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한 만큼 각각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점유율 1위 롯데렌터카의 경우 매번 신차를 탈 수 있다는 장기렌터카의 장점을 살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매년 새 차로 바꿔 타는 프리미엄 장기렌터카 ‘오토 체인지 프로그램’을 출시한 것.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의 인기 수입자동차 33종 중 3종의 차량을 선택해 계약기간 3년 동안 1년에 1번씩 새 차로 바꿔 탈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특히 3번째로 선택한 차량은 계약 종료 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수입차에 관심이 많거나 새 차에 금방 싫증을 내는 고객들에게 유용한 상품이라는 평가다.

▲ 자료사진 / 출처 = SK네트웍스

업계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인 AJ렌터카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웠다. 홈플러스와 제휴를 통해 상품을 최저 수준의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름도 ‘제로렌터카’로 정했다. 옵션과 선수금 등을 잘 조합할 경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을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가 이용하기에 적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는 SK네트웍스의 경우 정비, 주유, 사고 수리 등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 감동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장기렌터카는 신차 구매 시장의 ‘뉴 트렌드’”라며 “각 업체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이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합리적인 상품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