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22일 서울 상암동 팬택 R&D센터에서 신형 스마트폰 IM-100을 공개했습니다. 기사와는 별도로, 현장에서 읽은 분위기를 거칠게 전해보겠습니다.

 

"등짝을 보자! 등짝을!"

도착하자마자 IM-100을 살폈습니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가볍다’였습니다. 손에 꼭 들어오는 그립감도 나쁘지 않아요.

퀄컴의 스냅드래곤 430, 2GB RAM을 비롯해 3000mAh 배터리를 탑재한 지점은 유출된 스펙과 동일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살피며 직원에게 “알려진 것과 다르지 않네요”라고 말하자 그냥 웃더군요.

가장 색다른 지점은 역시 후면의 휠키였습니다. 등짝을 보자! 배우 박기웅 씨가 다시 등장해 만들어진 티저광고, 맷돌춤의 원형이에요. 솔직히 이런 스마트폰은 처음 봅니다. 비슷한 후면버튼은 많이 있지만 원형 황동색의 휠키는 의외로 예쁘더군요! 이리저리 돌려보니 아날로그 감성을 내세웠다는 팬택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다만 한 가지 쓸데없는 걱정은 있었습니다. “기능성 좋고, 보기에도 참 예쁘지만 혹시 부러지는 것 아닐까?” 기자회견장에서 이 부분을 질문하려 했으나 아무리 손을 들어도 제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던 관계로, 이건 차차 살펴볼 생각입니다. 다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튼튼하게 만들어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휠키를 적용한 배경에 팬택은 “화려한 모델을 바탕으로 막강한 마케팅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다르다’라는 것을 고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스카이가 돌아왔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휠키는 오디오에만 활용되는 기술이 아닙니다. 카메라에서도 휠키를 돌려 타이머 촬영을 할 수 있고, 휠키만으로 쉽게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에요. 동영상과 음악 앱에서는 휠키 조작을 통해 초 단위로 정밀하게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돌리는 맛’이 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스타일리스트

팬택은 IM-100을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로 부르더군요. IM-100과 함께 제공되는 ‘STONE’이 시너지를 발생시켜 실생활에 필요한 ‘안락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단순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벗어나 라이프 스타일을 규정하는 일종의 ‘패러다임’이라는 야심찬 주장입니다. 무선충전기술과 STONE의 웰컴라이팅, 음악재생 기능등을 더하는 개념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소프트웨어적 강점이 없는 상태에서 하드웨어만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잡아내겠다는 주장은 다소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팬택은 기자회견장에서 별도의 티저영상을 통해 알람 및 자동조명 기능으로 라이프 스타일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했는데, 정말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하려면 인공지능 정도는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용자 경험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너무 ‘순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 및 LG전자를 위시해 다양한 중저가 스마트폰이 마구 등장하는 상황에서 팬택은 “프리미엄에 이어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는 중저가 시장에서 똑같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위해 라이프 스타일을 강조하는 것 아닌가라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해 봅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디자인과 음향

IM-100과 STONE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정말 예쁘게 디자인이 되었다’라는 느낌이 들어요. 정말 ‘different’합니다.

특히 오디오 기술력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입니다. 퀄컴의 오디오 코덱 칩(WCD9326)과 APT-X 코덱을 탑재했습니다. 사용자 이어폰 임피던스에 맞게 자동으로 최대 음량 조정이 되는 자동 임피던스 체크 기능, 무손실 음원 FLAC(Free Lossless Audio Codec, 24bit/192kHz) 재생과 DRE(Dynamic Range Enhancement) 성능을 기존 110dB 대비 123dB로 향상시킨 지점도 눈길을 끌어요. 원플레이어와 휠키의 만남까지 더해져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들어보니 음악의 ‘질’이 다릅니다. 체험장에 마련된 공간에서 휠키로 1단계부터 100단계로 음량을 조절해봤습니다. 이건 글로 옮기기 어려운 수준이에요. 초정밀입니다. 참고로 STONE의 경우 저음역에서 고음역까지 한 대로 재생하는 전대역형 블루투스 스피커로 제작됐으며 저음 상쇄를 막기 위한 인클로저(Enclosure) 채용이 눈길을 끕니다. 패시브 라디에이터(Passive Radiator) 기술과 스테레오 사운드 적용을 바탕으로 360도 서라운드 재생도 가능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성공을 위하여!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늘 전국은 오후부터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내립니다. 진한 흙냄새와 함께 하늘이 잔뜩 흐렸는데요. 팬택의 하늘(SKY)은 어떨까요?

본격적인 기자회견이 열리고 문지욱 팬택 사장은 “IM-100은 시대정신을 고민했다”며 “개인의 삶에 집중하고, 우리의 일상을 생각하는 스마트폰을 꾸준히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포스트 모더니즘’ 이야기를 하더니 “팬택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고객을 위로하겠다”고 하더군요. 당황하셨나요? 저도 당황했지만 일견 일리있는 말입니다. 팬택의 기구한 운명과 아픔을 IM-100에 투영시키고, 라이프 스타일을 재구성하는 진정한 ‘친구’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이해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그래서일까요? 팬택 관계자는 “소박하게 출발하려 한다”고 전했습니다. 목표는 30만대 출고로 세웠으며,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을 집행할 생각도 없다고 합니다. 지상파 광고도 없다고 하네요.

한 때 팬택은 베가 스마트폰 시절 고급 외제 승용차를 경품으로 걸기도 했었죠? 당시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충실하고 우직하게, 경쟁사를 의식하지 않고 고객만 보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물론 시대가 바뀐 지점도 있어요. 팬택 관계자는 현장에서 “배우 박기웅이 등장한 광고가 소위 대박이 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박은 소셜, 온라인에서의 대박을 말하는 것이고, 팬택은 이 지점에 주목한 것 같습니다.

AS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소개하더군요. 문 사장은 전국 65개 AS 센터를 거점으로 구축하며, 서비스는 계속 확대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고객의 AS 소요 패턴을 분석하고 최근 사회적 인프라를 고려해 모바일AS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는 택배와 대여폰 서비스를 결합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질의응답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달라는 요청에는 답변을 아끼더군요. 살짝 불안하지만 팬택은 이 지점도 충분히 이겨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당분간 베가 브랜드는 사용하지 않으며 스카이 브랜드가 팬택의 주력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차분했습니다. 기자회견장이 지나치게 넓어서인지 자리는 반도 차지 않았고, 특별한 퍼포먼스도 없었습니다. 팬택 스스로도 몸을 낮추는 분위기가 역력했어요. 소박하다는 표현까지 쓰며 예민하게 시장에 접근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을 15분만 허용한 관계로 다양한 질문도 나오지 않았고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IM-100이 중저가 시장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줄까요? 정말 50:50의 확률인 것 같습니다. 중저가 시장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으며 외적인 요소, 즉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지원금 상한제 폐지 등의 변수도 지켜봐야 합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관계로 지속적인 시장 다지기에 나서지 못한 것도 우려스럽고 무엇보다 ‘왜 스카이의 재림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정말 중요한 지점입니다. 도대체 왜?

다만 눈으로 직접 본 IM-100과 STONE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시너지였습니다. 디자인적 심미성과 충실한 스펙, 나름의 스토리텔링도 인상적이며 라이프 스타일로 무리하게 패러다임을 잡은 것도 ‘일단은’ 주효해 보입니다. “I'm back”을 외치며 터미네이터가 나타날 수 있어요. 한국의 비보와 오포가 되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예단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팬택은 변했고, IM-100은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성공을 기원합니다. 아, 참고로 출고가는 49만9000원 예정, 통신사는 SK텔레콤과 KT로 출시됩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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