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특허 만료 의약품 및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 결정 기준을 대폭 낮추는 방향에서 검토하고 있는 약제비 관리방식 개편 논의에 대해 제약업계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힘.

정부가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특허 만료 의약품 및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 결정 기준을 대폭 낮추는 방향에서 검토하고 있는 약제비 관리방식 개편과 관련 보험약가 추가 인하 방침이 알려지면서 제약업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약업계는 정부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기존 보험약가 인하로 인해 8900억원과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에 의한 매출 감소(연간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분 등을 합산하면 이미 업계의 피해는 1조~2조원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12조3000억원의 보험약가를 24% 강제 인하시킬 경우 약 3조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획일적인 추가 약가인하는 국민건강보험과 제약 산업을 공멸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추가 약가인하 시 인력 구조조정 등 고용 불안정과 R&D 중단, 필수의약품 공급 기반 붕괴 등 산업 존립 기반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여러 부작용을 고려해 추가 약가 인하는 기등재의약품 정비 사업이 종료되는 2014년 이후 재정 효과와 시장 변화를 검토하여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R&D 지원정책만 믿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신약개발을 나설 수 없다는 것이 제약업계 입장이다.


또한 현재 보험약가는 기등재 의약품목록정비, 특허 만료 시 약가인하, 사용량·약가 연동 가격인하,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등에 의해 계속 인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의 약가산정방식 개선안은 신규 출시 의약품에만 적용하고 기등재 의약품에는 적용하지 말 것도 건의했다.

또한 국내 제약이 신약을 개발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매출에서 적정한 이윤이 발생, 이 이익이 재투자되어야 하기 때문에 적정한 약가 이윤을 정부가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리베이트를 이유로 하는 향후 약가 일괄 인하는 5.3약제비 정책과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 등 기존 약가 인하 정책으로 인하 제약 산업의 피해가 어느 정도 파악되는 2013년까지는 유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주권 상실 도외시한 무리한 정책

정부가 추진하는 약값 추가인하의 근거로는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고 고질화되었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불법으로 거래되는 리베이트만 없애도 업계가 주장하는 피해는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시각이다.

업계도 이에 관해서는 일부 동의하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는 지속적이고 보다 강력한 법 집행으로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법 리베이트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전체 약가 수준을 낮추는 것은 cGMP 등 품질관리에 필요한 설비투자,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 등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글로벌화를 꾀하려는 연구개발 제약기업의 투자 활동과 신약 개발 의욕마저 꺾어 버리는 조치라는 항변이다.

제약업계한 관계자는 “선량한 제약기업의 투자 활동 및 신약 개발 의욕이 상실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면서 “정부는 이미 제약기업의 불법 리베이트를 R&D 투자로 전이시키기 위해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약가결정기준 하향 조정으로 R&D 투자 위축과 의약 주권 상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특허 만료 의약품(80%)과 퍼스트 제네릭 의약품(54~68%)의 약가 산정 기준이 추가로 하향 조정될 경우, 제약기업은 채산성 악화로 국내 생산을 포기하고 수입으로 전환하거나 다국적 제약사의 판매 대행 체제로 이동할 것”이라면서 “38개 상장제약사의 평균 매출 원가 비중은 ‘09년 50.5%에서 ’10년 52.5%로 증가했으며 제조설비기준 강화, 원료의약품 가격 급등, 인건비 상승, 국제협약(나고야 의정서 등)의 강화 등으로 원가 상승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러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3개 상장 제약기업의 경우, 생산을 통한 제품 매출보다 공동판매나 수탁판매에 의한 상품 매출 비중이 2009년 22%에서 2010년 24%로 증가했다”면서 최근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불법으로 거래되는 리베이트 관행은 근절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약사가 병원에 납품된 보험의약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2009)>에 따르면, 제약 산업의 평균 매출 원가는 53.76%, 당기순손익은 5.87%이다. 이런 실정에서 특허만료 및 제네릭 의약품을 10% 추가 인하할 경우 9571억원(2010년 복수등재 의약품 EDI 청구금액 9조5709억원 ⅹ 0.1%)의 약가인하 피해가 추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

특정 의약품의 가격이 10% 인하되면, 기업은 이를 판매관리비(R&D투자비, 인건비, 광고비 등)에서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R&D 투자 위축과 인력 구조조정을 불러오게 된다는 논리다.

결국 신약개발 R&D 프로젝트 중단 및 R&D 투자 위축이 불 보듯 뻔하다. 선별등재제도 하에서 보험에 등재되는 신약의 가격은 이미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 수준 이하에서 결정되고 있는데 약가인하로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가 낮아지면 새로 진입하는 신약의 가격도 그만큼 낮아지게 됨으로써 신약의 가격은 다시 특허 만료에 따른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약가인하 효과가 연쇄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우리나라 보험의약품 가격은 지속적으로 인하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성공한 신약의 미래 가격이 현재의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보다 낮아질게 자명한 현실 앞에서 정부의 R&D 지원정책만 믿고 무모하게 신약개발에 나설 제약기업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제약업계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제약사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리베이트 감시 강화, 약가인하정책 등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별다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녹십자·대웅제약·유한양행·한미약품·종근당·LG생명과학 등 상위 제약사들이 올 상반기에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7개사 중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증가한 업체도 단 한곳도 없었다(중요 상위제약사 2011년 상반기 매출·영업익 추이(단위: 억원, %) 표 참조).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감시 강화에 따른 영업 활동 위축으로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부진을 겪으면서 전반적으로 매출 상승세가 주춤했다는 분석이다. 동아제약은 매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9%에 불과했다. 이중 전문약 매출은 3.6% 감소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1분기에 반영됐던 신종플루백신의 실적이 빠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신종플루백신 효과가 사라진 지난 2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리 수 성장세를 보였지만 굵직한 신제품 등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웅제약도 실적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우루사의 약국 매출이 ‘차두리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었지만 전문약 제품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유한양행도 실적이 호전되지 않았고 한미약품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부진의 늪에서 완전히 탈출하지는 못했다.


최근 상위제약사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던 종근당도 더 이상의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하면서 실적 상승세가 둔화됐고 LG생명과학도 좀처럼 실적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의 원인은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다 제약사들이 전반적으로 신약과 개량신약과 같은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지 못해 집단 부진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리베이트 감시 강화로 제약사들이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리베이트 쌍벌죄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등 정부의 제약영업 규제 강화로 전반적으로 제약사들의 실적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 고혈압약 등 대형 제네릭 시장 개방이라는 긍정적인 요인은 있지만 정부 규제 지속으로 단숨에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전망했다.

고용불안만 야기 일자리창출에도 역행

이와 함께 제약 산업의 몰락으로 고용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제약 산업 신규 채용 규모는 약 1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협회가 회원사 19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중 37개사가 설문에 답한 결과를 보면 2010년에는 2906명을 채용했다.

2011년에는 3월까지 988명을 채용하였으며 12월까지 1364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 2008년에는 3168명을, 2009년에는 2695명을 채용했다. 신규 채용 규모를 2010년 전 회원사(191개)로 확대해 추정하면 약 1만5001명을 채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이 작성한 산업연관표 자료를 보더라도 의약품산업의 고용유발계수가 2008년 6.6으로 IT의 전자기기부분품 5.7보다 높았다. 고용유발계수는 특정산업 부문에 대한 최종 수요 10억원 발생 시 해당산업 포함한 모든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고용 인원 수 즉, 생산의 파급과정에서 직·간접으로 발생하는 노동량을 계량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어느 산업부문의 생산물 한 단위 생산에 직접 필요한 노동량 또는 고용량을 말한다.


2008년 제약협회 전체 회원사의 매출 현황 13조 2640억원에 대해 고용유발지수(10억원당 6.6)를 대입하여 보면 8만7543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연구직은 360명, 378명, 402명으로 채용인원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영업직은 1579명, 1411명, 1315명으로 줄어드는 추세다(표 참조). 하지만 업계 위축으로 구조조정 등 고용이 불안정해지면 이 같이 일자리 창출 산업의 위상도 자연히 허물어진다.

한상오 기자 hanso11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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