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회장님이 회사 직원들에게 위기관리 마인드를 심어주라고 지시했습니다. 담당 임원으로서 제가 준비하는데 힘든 게 많네요. 혹시 성공한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아세요? 어떤 회사가 가장 위기관리를 잘하나요? 몇 가지 알려줄 수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필자가 위기관리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한 케이스를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참 곤란해집니다. 정확하게 말해 성공한 위기관리는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관리’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다면 그 케이스는 어떻게든 성공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위기가 곧 성공적인 위기관리의 작품입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어떤 문제를 수면 하에서 시스템적으로 방지 완화했다는 의미거든요. 소리소문 없이 말이죠.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알 방법이 없는 그런 위기가 성공적이라면 성공적인 위기관리라 하겠습니다.

공장 화재 같은 경우는 어떨까요? 화재가 일어나지 않게 평소 안전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고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화재 발생 가능성은 최소화되겠지요. 만에 하나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초기 진화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떠들썩하게 알려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품 하자는 어떻습니까? 제품에 발생한 하자가 있다면 그 문제를 스스로 신속히 해결해 고객들에게 대규모 컴플레인을 받거나, 규제기관으로부터 리콜 권고를 받지 않는 것이 성공한 위기관리죠. 스스로 해결해서 고객들을 잘 관리하면 그 외 여러 사람들이 해당 제품하자 문제를 알 수 있을 리 없습니다.

거래처 이슈는 어떻습니까? 제대로 된 거래처 관계를 관리하고 있으며, 간간히 발생하는 거래처들과의 갈등을 제대로 풀어 나가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해 왔다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갑질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부 악의적인 거래처가 시끄럽게 해도 회사를 잘 아는 다른 많은 거래처들이 문제가 커지도록 놓아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어떤 암묵적인 의도를 가지고 발생시킨 위기에 대해서는 결코 성공적인 위기관리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사내에서 암묵적으로 업계 경쟁사들과 가격담합을 하면서 발생시킨 공정위로부터의 대형 과징금 폭탄 케이스를 상상해 보세요. 분명히 범법의 의도가 있었던 케이스입니다. 이런 케이스에서 성공한 위기관리란 무엇일까요? 연이은 행정소송을 통해 과징금액을 최소화하는 것이 성공일까요? 고객들에게 각인된 ‘나쁜 회사’ 이미지는 관리 대상이 아닐까요?

임직원들이 대규모 공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하다 내부고발에 들어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는 어떻습니까? 사내의 고질적인 성희롱 문화를 개선하지 못하고, 가해자들을 감싸다가 대대적으로 언론에 의해 문제가 되는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요? 식중독균이 우글거리는 아이들 먹거리를 만들어 속여 팔다 걸린 회사는 어떻습니까? 이런 회사들에게 성공적 위기관리란 어떤 의미이겠습니까? 그들의 그 생각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라 볼 수 있을까요?

가장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해서 발생시키지 않는 관리입니다. 그 다음으로 그나마 성공으로 간주할 수 있는 위기관리는 위기가 피치 못하게 발생했을 때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관리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간’입니다. 위기상황의 지속시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회자되는 연예인의 스캔들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A라는 연예인과 B라는 연예인은 인기도 비슷하고, 발생한 스캔들도 비슷한 유형이라고 전제해 보세요. 연예인 A는 스캔들의 상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언론과 온라인으로부터 엄청난 관심과 비난을 10일간이나 감수해야 했습니다. 수많은 공방전으로 위기관리를 지속해 결국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부담을 덜었습니다. 하지만 그간 받은 엄청난 비판과 이미지 손실로 인해 복구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을 것입니다.

반면 연예인 B같은 경우에는 최초 스캔들 상대를 압도적으로 관리해서 사건이 보도된 지 이틀 만에 문제를 해결해 버립니다. 언론에서 후속 취재를 하는데 아무도 해당 스캔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잠깐 들끓었던 온라인이 점차 잠잠해집니다. 팬들이 해당 스타를 지원하고 나섭니다. 일부 자극적 기사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해당 연예인은 정상적인 활동을 개시합니다.

이 둘 중 ‘비교적’ 성공한 위기관리는 어떤 것인지는 분명합니다. 일반 기업이나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성공적 위기관리지만, 막상 위기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초전에 승리를 거두는 체계와 역량을 가진 곳이 성공합니다. 그것이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 목적입니다. ‘비교적’이라도 위기관리에 성공해보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