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바람은 절대적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015년 연간 매출기준 27.5%, 수량기준 21.0%의 점유율을 기록해 매출과 수량 모두 1위를 달성해 눈길을 끌었다. 10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 지난 10년 사이 매출액과 판매량이 각각 2배 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는 평가다. 지난 10년간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판매한 TV는 4억2700여만대에 달한다.

특히 UH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2015년 매출기준 34.1% 점유율로 전년도 35.3%에 이어 30%대 중반의 튼실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으로 정의되는 SUHD TV가 자리하고 있다.

▲ SUHD TV와 간송문화전의 만남. 출처=삼성전자

퀀텀닷, 정체는?

삼성전자는 UHD TV의 미래를 구상하며 LCD 퀀텀닷 기술을 적용했다. 소형 패널시장에서는 OLED의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지만 대형 채널에서는 퀀텀닷을 강력한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왜 퀀텀닷일까?

퀀텀닷은 물질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나노 크기 영역에서 광흡수와 광발광 파장이 달라지는 양자 국한 현상을 보이는 초미세 반도체 나노 입자를 말한다. 입자 크기와 모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어 조명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자연색에 가까운 색 표현이 가능하기에 고화질 고선명성의 TV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광화학적 안정성, 높은 색 순도, 높은 광효율, 좁은 발광폭 등으로 인하여 색 표시를 필요로 하는 모든 기술에 적용될 수 있다. 특히 퀀텀닷 기술을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면 자연 그대로의 색상 표현이 가능하며, 순도가 높은 색상 표현으로 선명한 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퀀텀닷은 기존의 LCD 제조공정에 쉽게 적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크기의 화면에도 적용하기 편하다. 특히 대형화면에 적용하기에 용이하고 그 자체로 튼튼한 내구성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퀀텀닷 기술을 바탕으로 자사의 UHD TV 브랜드, SUHD TV를 출시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2012년부터 2013년경 일본과 중국 업체들이 퀀텀닷 기술을 활용한 TV를 일부 제작하기도 했으나 인체 유해물질인 카드뮴이 퀀텀닷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로하스 환경규제 등에서 유해물질에 대한 규제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뮴 리스크는 너무 큰 도박이었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카드뮴을 쓰지 않는 친환경 기술을 위해 5년 이상 연구에 돌입했다고 한다. 지난 5월 26일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국제퀀텀닷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나선 장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퀀텀닷 연구를 시작하게 된 건 20여 년 전이지만 소비자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카드뮴을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한때 불가피하게 연구를 중단했었다”며 “하지만 2010년 추가 연구를 통해 ‘카드뮴 프리(Free)’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색 재현력과 명암비가 우수한 퀀텀닷 기술 개발 연구에 착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관련 특허만 150여 건을 획득해 독자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학계에서도 놀라운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QD2016 기술위원장이던 현택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가 비카드뮴 퀀텀닷 SUHD TV 양산에 성공했다는 말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며 “카드뮴을 쓰지 않으면 퀀텀닷 디스플레이 특유의 색 재현력과 명암비 같은 장점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 교수는 “비카드뮴 소재는 관련 연구 결과도 많지 않은 데다 소재의 특성상 일정 크기를 유지하면서 빛 효율을 높이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며 “그만큼 어려운 기술이었고,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 SUHD TV 라인업 확대. 출처 삼성전자

SUHD TV, 미래를 쏘다

퀀텀닷의 마지막 약점이 해결되는 순간, 삼성전자의 SUHD TV는 나름의 존재감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퀀텀닷을 디스플레이의 백라이트에 활용하게 되면 청색이나 백색 LCD로부터 빛을 받아 효율성이 좋으며 색도 선명한 밝은 빛으로 변환된다. 또 나노미터 크기의 퀀텀닷 결정의 크기를 조정하면서 순수한 색을 구현할 수 있으며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퀀텀닷 입자의 크기를 더 고르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더 순수한 색상을 얻는 것도 꿈이 아니다.

그리고 순수한 색상 표현은 기존 LCD 디스플레이에 비해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전력효율을 30% 이상 좋아지게 만들기도 했다. HDR 표현에도 강점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돌비비전의 가능성과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HDR 경쟁력은 현재 다양한 라인업을 바탕으로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은 SUHD TV의 경쟁력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런 삼성전자는 2세대 퀀텀닷 기술을 천명하고 나섰다. 지난 3월 12일 삼성전자는 2세대 퀀텀닷 기술을 채용한 SUHD TV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국내에 출시해 본격적인 퀀텀닷 디스플레이 시대 개막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가 1세대 퀀텀닷의 시대였다면, 올해 3월은 2세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국내시장에 49형부터 최대 88형까지 SUHD TV 총 14개 모델로 지난해보다 30% 이상 확대해 출시했다. 특히 커브드 TV 모델은 10모델로 확대하고, 65형(163㎝) 이상 초대형 TV도 8모델로 대폭 늘려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HDR1000도 관심을 모았다. 최대 1000니트(nit) 밝기의 HDR(High Dynamic Range)을 그대로 표현하는 기술을 통해 2세대의 경쟁력을 가감 없이 전했다. 컬러 맵핑 알고리즘을 개선해 색상의 정확도를 25% 향상시켰고 TV 시청을 방해하는 반사광을 제로에 가깝게 감소시키는 ‘눈부심 방지’ 패널도 지원됐다.

더불어 공중파 방송, 케이블TV, IPTV,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게임 등 다양한 TV 사용 환경의 경계를 아우르는 획기적인 사용자경험(UX)도 제공했다. 리모컨을 통합해 운용의 선택지를 넓혔으며 타이젠 OS 기반의 ‘스마트 허브’에는 기본 메뉴는 물론 방송,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한 화면에 합쳐 빠르고 쉽게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즐길 수 있게 했다. 기존 CJ E&M, EBS, JTBC가 제공하는 방송 콘텐츠 외에도 웹 드라마, 인기 유튜브 영상 등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Multi-Channel Network) 등의 콘텐츠 외연 확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SUHD TV의 디자인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TV에서 불필요한 부분들을 모두 없애고 하나의 나사도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 360도 디자인을 완성했다. 베젤이 보이지 않는 ‘베젤리스(Bezel-Less) 디자인’을 통해 화면이 TV 프레임 안에 갇히지 않도록 유도하는 한편, 몰입감을 배가시킨다는 평가다.

더불어 미국에서도 2세대 퀀텀닷 TV의 미래를 보여줬다. 4월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위치한 ‘삼성 뉴욕 마케팅센터’에서 퀀텀닷TV를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UHD 블루레이 플레이어,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기술을 탑재한 사운드 바 등 홈 엔터테인먼트 신제품을 대거 공개하는 한편 SUHD TV의 강점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NPD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북미 평판 TV시장에서 금액기준 37%의 점유율을 확보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북미 UHD TV시장에서는 금액기준 52.7% 점유율로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월 29일에는 2세대 퀀텀닷TV 라인업을 대폭 늘려 눈길을 끈다. 88형(223㎝) ·78형(198㎝)·65형(163㎝) KS9800 시리즈 3종을 출시했다. 초대형 제품으로 출시해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복안이다. 그런 이유로 88형, 78형과 65형의 KS9800 시리즈를 비롯해 78형, 65형과 55형(138㎝)의 KS9500 시리즈는 물론 65형, 55형과 49형의 KS8500 시리즈, 65형, 60형(152㎝), 55형, 49형의 KS8000 시리즈로 라인업 자체가 풍성해졌다.

▲ 미국 뉴욕 마케팅센터에서 공개된 SUHD TV. 출처=삼성전자

이어지는 찬사, 그리고 나아가야 할 ‘길’

2세대까지 이어진 퀀텀닷TV는 글로벌 무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먼저 영국이다. 영국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소비자연맹지 <위치(which)>가 삼성전자 TV 제품을 ‘올해의 최고 브랜드’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사운드와 비전(Sound&Vision)’ 부문에서 삼성 TV 38개 모델을 ‘베스트 바이(Best Buy)’로 선정하고, 이 부문의 최고 브랜드로 삼성 TV를 선정했다. 더불어 ‘올해의 최고 브랜드’ 10주년을 맞아 신설한 ‘10주년 특별상(10th Anniversary Award)’도 함께 수상했다.

독일 AV 전문 매체 <비디오(Video)>도 6월호를 통해 삼성전자 ‘퀀텀닷 디스플레이 SUHD TV’ UE65KS9590에 최고점수를 부여하며 ‘레퍼런스(Reference)’로 선정했다. 실제 거실환경에서 삼성 TV를 대적할 제품이 없다며 이는 TV의 새로운 기준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아직 UHD TV를 향한 각자의 경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일단 UHD TV를 넘어 전체 UHD의 미래가 플랫폼의 최종 지향점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하노 바스 UHD 얼라이언스 의장은 서울에서 열린 UHD 얼라이언스 총회에서 “향후 5년간 UHD가 모든 기기에서 대세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초대형 UHDTV 출시. 출처=삼성전자

다만 그 방식에 있어 TV의 경우 퀀텀닷의 미래와 OLED의 비전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쟁은 각 제조사와 ‘단체’를 위시한 다양한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전망이며, 나아가 기술규격 및 표준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지며 상당한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SUHD TV는 이미 카드뮴 문제 및 기타 화질, 기능적 기술력에서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세대를 넘긴 SUHD TV의 발전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나아가 TV 이상의 가치에서 퀀텀닷 기술이 보여줄 미래도 제기된다. 퀀텀닷 기술에 있어 세계적 권위자인 알렉산더 에프로스(Alexander Efros) 미국해군연구소 박사는 “퀀텀닷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류는 새로운 이상을 꿈꿀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어떤 기술이든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정체기를 겪게 마련이지만 퀀텀닷의 경우, 응용 단계로 넘어가면서 오히려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가, 우리가 믿고 있던 패러다임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