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수입차 업계에 위기가 찾아왔다.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오던 분위기가 올해 반전된 것이다.

지난 2015년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총 24만3900대. 전년 대비 24.2% 뛴 수치다. 점유율도 15%를 넘어섰다. 2010년 기준 등록대수는 9만562대에 불과했다. 5년 사이 169.3% ‘폭풍 성장’한 셈이다.

올해는 다르다. 2016년 1~5월 수입차 판매량은 9만3314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양이다. 개소세 인하 혜택이 제공되는 ‘판매 성수기’도 수입차 역성장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유는 많다. 폭스바겐이 지난해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켰다. 전대미문의 사기극이었다. 같은 그룹 내 브랜드인 아우디, 포르쉐 등도 영향을 받았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차에서 불이 나는 사건이 계속되며 땀을 흘려야 했다. 미인증 부품을 국내서 판매하다 적발되는 ‘촌극’도 있었다. 닛산은 환경부가 생각 없이 던진 돌에 맞아 커다란 혹이 생겼다.

수입차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한국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선택한 가장 큰 배경은 제품에 대한 믿음이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더 좋은 성능의 차를 가지고 싶다는 심리가 바탕이 됐다.

주목할 점은 위기를 극복하려는 수입차 업체들의 자세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가격 후려치기’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가격 인하,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부터 딜러사의 비공식 할인까지. 2015년 10월 947대였던 폭스바겐의 판매량이 같은 해 11월 4517대(376.9%↑)로 급증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파격 프로모션과 무이자 할부의 힘이었다.

미봉책(彌縫策)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도를 스스로 끌어내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수입차는 그간 꾸준히 ‘가격 거품’ 논란에 휩싸여왔다. 올해 초에도 개소세 환급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나중에는 아무도 수입차를 제 값 주고 사지 않을 것이다.

“가격을 깎으면 마진을 줄이는 대신 판매를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정책도 잘 안 먹히는 분위기입니다. 경쟁이 심화한 탓이겠죠. ‘고무줄 가격 정책’이 계속되다 보니 매장을 찾자마자 할인 폭부터 묻는 고객도 있습니다. 할인이 없으면 판매가 힘들죠.”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다.

국내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 값 받기’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가 정책을 펼치는 것. 이 같은 우직함은 현대차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중국에서는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문제는 가격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입차의 ‘롱 런’을 위해서는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위기 때마다 가격을 깎으면 된다는 유아적 발상은 접어야 할 때가 왔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