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1. 우울증 환자의 전두엽과변연계 기능의 저하, 그림2. 자살 생각이 있는 우울증 환자에서 변연계의 활성화, 그림3. 우울증 환자에서 자살 생각의 발생 기전

국내외 연구팀이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 중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과 실제로 자살시도를 하는 원인을 규명해 발표했다.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 중에는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고 실제로 심한 경우에는 자살시도를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와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성준경 교수,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정신건강의학과 우울증임상연구센터 모리죠 파바 교수 공동 연구팀이 2011년부터 5년간 '자살 생각이 있는 우울증과 없는 우울증 환자의 뇌 영상과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 우울증이 뇌의 전두엽과 변연계 기능 저하시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에서는 전체적으로 뇌의 기능이 저하되는데 특히, 뇌 전두엽 및 변연계의 기능에 저하가 발생한다. 전두엽은 이마 쪽에 위치해서 판단, 사고, 계획, 억제 등을 하는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하는 곳이고 변연계는 뇌 심부에 위치,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충동, 수면과 섭식, 기억을 관장하는 곳이다.

우울증이 오면 전두엽 기능 저하로 인해 기분이 우울해지고 의욕이 떨어지며 집중력에 지장이 온다. 또한 변연계 기능 저하로 불면증, 식욕저하, 감정 기복 등이 발생한다. 학교나 직장에 가도 제대로 된 기능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대인관계의 의욕마저 저하된다[그림1 참조].

이번 연구에서는 자살 충동이 발생하면 뇌기능의 변화가 발생해 뇌 심부에 위치한 변연계가 흥분된다는 것을 기능적 MRI를 통해 밝혔다. 변연계는 분노, 화, 불안 등의 증상이 있을 때 흥분되며, 과거의 트라우마가 회상 될 때도 흥분 된다.

이에 비해서 우울증으로 인한 전두엽의 기능저하는 회복되지 않은 상태가 되어 전두엽이 변연계를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술을 과량 마셨을 때 전두엽 기능저하가 되어 충동이 증가하는 원리와 유사하다[그림2 참조].

◇ 전두엽-변연계 연결성 저하 있는 경우, 충동성 증가해 자살 생각 증가

뇌 백질의 연결성을 볼 수 있는 확산텐서영상을 통해서 우울증에서 전두엽-변연계 간의 연결이 줄어들수록 자살 생각이 더 증가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또한 두 영역간의 연결성 감소는 충동성의 증가와 일을 순차적으로 계획해서 실행하는 실행 기능의 저하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살 생각이 있는 우울증 환자에서 전두엽(노란색), 변연계(갈색)간의 백질 연결(붉은 색 선)의 저하(연구결과)

이로 인해 뇌의 전두엽 아래쪽에 있는 곧은이랑(gyrus rectus)이 활성화되는데 기존 연구에 의하면 이 부위의 손상이 충동조절장애와 관련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갑작스러운 충동성이 생기고 이로 인해 자살생각이 발생할 수 있다[그림3 참조].

◇ 방치된 만성 우울증과 어린시절 학대 경험, 전두엽-변연계 연결성 문제 유발

우울증이 발생하면 뇌신경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가 저하되는데 이로 인해 뇌 신경의 연결성이 저하될 수 있다. 우울증이 만성화되고 치료 받지 않으면 전두엽-변연계 연결성이 저하되며 이로 인해 자살 생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전 교수팀은 어린시절 학대를 경험한 경우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분비가 만성적으로 저하된다고 보고했다.

어린시절의 트라우마 외에도 알코올, 약물 오남용, 분노감, 화병 등으로 인해서도 우울증이 발생하고 자살 생각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홍진 교수는 "우울증을 조기에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선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이는 우울증만이 아니라 자살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미국 정신의학회지 (Translational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