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업계는 어디쯤에 있을까.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지만 여전히 경쟁은 심하고 그 과정속에서 대형화, 특화를 향해 각 증권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증권업계의 더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증권사들은 두각을 나타낸 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퍼포먼스를 보인 증권사도 존재한다.

또 국내 증권업계는 변화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등이 꼴지가 될수도 있고 꼴지가 1등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리한 경쟁을 통한 실익없는 양적발전보다는 질적인 발전이 증권업계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 국내 증권사 ROA-자본규모 산포도(가로: 자기자본 세로: ROA. 단위: 억 원,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재구성]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은 같은 환경에서도 분명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메리츠종금, 키움, 이교보,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비교적 적은 자본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총자산이익률(ROA)을 기록했다. 증권업 특성상 레버리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를 충분히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NH투자, 미래에셋대우, 삼성, 한국, 현대, 미래에셋,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대형증권사들은 레버리지 효과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의 총자본은 비슷한 수준이나 ROA에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2.3%를 기록한 반면, 하나금융투자는 0.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 2015년 1분기 대비 2016년 1분기 증권사별 자기자본증가율(단위: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재구성]

한편, 올해 1분기 기준 전년동기대비 자기자본증가율을 보면 메리츠종금증권(아이엠투자증권 인수)이 101.15%의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한화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8.59%를 기록해 메리츠종금과는 109.74%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자금조달 증가 등 외부변수가 없다는 가정하에 자기자본증가율 단연 레버리지 효과와 비례하게 나타난다. 미래에셋증권은 레버리지 효과가 미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본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이유는 지난해 실시한 대규모 유상증자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작년 한해 동안 키움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상대적으로 여타 증권사 대비 높은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며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증권사별 충당금 커버리지 비율(단위: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재구성]

올해 1분기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충당금커버리지비율(충당금/요주의이하여신)은 43.4%, 키움증권은 98.9%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할 경우, 자산건전성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종금사'로서 단편적인 비교가 어렵다. 한편, 키움증권은 여타 증권사 대비 월등한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NH투자증권이 레버리지효과도 누리지 못한 가운데 자산건전성도 충족치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인수 이후 시너지도 미진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한 메리츠종금증권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규모’ 덕택에 순요주의이하자산비중((요주의이하여신-충당금)/자기자본)은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 증권사별 순요주의자산 비중(단위: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재구성]

국내 증권산업은 지난 2007년 이후 위탁매매부문을 중심으로 수수료수익이 증가하고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이 이뤄지면서 재무안전성이 향상됐다. CMA, 파생결합증권, 금전신탁 등 상품범위가 넓어지면서 수익구조도 다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변동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자금유입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업종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업기반 확대를 위한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 메리츠종금증권의 아이엠투자증권 인수 등으로 대형화가 이뤄지면서 향후 업권내 경쟁구조 변경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신NCR제도 시행으로 자기자본 기준 1조원 이상인 대형사의 평균 NCR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자기자본 3000억원 미만인 소형사의 NCR은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신NCR 기준 적용시 대형사들은 NCR 개선으로 자기자본활용도를 제고할 수 있으며 위탁매매 위주의 업무에서 벗어나 다양한 금융상품 및 투자업무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중소형 증권사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형증권사와의 경쟁보다는 특화증권사로 발돋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메리츠종금증권을 제외하고 증권사들의 대형화와 실질적 합병 효과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갈길이 멀다. 이뿐만 아니라 증권업 내 무리한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증권사간 합병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국내 증권업계는 그만큼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순 몸집 불리기에 지나지 않은 합병보다는 실익을 추구하는 질적인 발전에 목마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