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 DB

평년보다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한낮에도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17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전국이 무더운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경북내륙 지역에서는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낮 기온이 당분간 30도 내외로 오를 전망이라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름철 무더위가 이어지면 열사병과 열탈진, 일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부종 등의 열 손상 질환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열 손상 질환은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지만 특히 4세 미만의 어린이과 75세 이상의 노인, 만성 질환자, 알코올 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 심장약이나 이뇨제 복용자 등은 체온조절 기능이 약하고 쉽게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열사병 등 폭염관련 질환 진료인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월별 평균진료인원은 날씨가 더운 기간인 6월부터 9월을 제외하면 약 1000명 정도이지만 가장 더운 8월에는 3000명을 넘어 기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해 6월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 일주일 이상 폭염으로 1233명이 사망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한 가운데 카라치 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열사병 환자도 6만5000명에 이르고 기타 폭염과 관련된 질병으로 1923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열사병' 등 월별 진료인원(5년평균)과 '폭염' 발생일수. 자료=기상청

◇ 열사병

무더위에 장기간 노출되면 체온조절 중추의 기능이 마비돼 중심체온이 40℃ 이상으로 올라가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열사병은 노인이나 만성질환자에게서 자주 발생하고 고령, 알코올중독, 더운 주거환경, 정신과 약 복용, 이뇨제 사용,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치매,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에 해당한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고열, 땀이 사라짐, 의식변화가 열사병의 3대 징후이며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섬망, 발작, 혼수가 나타날 수 있다. 주변에 열사병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면 서늘한 그늘로 옮기고, 옷은 다 벗기며 냉각요법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신속하게 찬물 혹은 얼음물에 몸을 담가 체온을 낮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열사병은 응급에 속하는 질환이므로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 열탈진과 일사병

열탈진과 일사병은 고온 환경에서 적절한 수분 섭취가 이뤄지지 않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작업을 할 경우 탈수와 피부혈관확장으로 인해 발생한다. 중심체온은 38.3~40℃이며 중추신경계이상 소견인 경련이나 의식장애는 나타나지 않는다.

주요 증상으로는 피로, 기력저하, 어지럼증, 두통, 오심, 구토, 근육경련 등이 나타나는데,  땀을 심하게 흘리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가 발생하면 옷을 벗기고 서늘한 곳으로 이동시키며, 안정을 취하게 하고 물을 마시게 하는 것이 좋다.

◇ 열실신

더운 환경에서는 말초혈관 확장이 일어나면서 심장으로 되돌아오는 혈액량이 감소해 혈관의 톤이 떨어지고 어지러워 서있기가 힘들게 된다. 중심체온은 정상이거나 아주 약간 증가할 뿐이다. 노인이나 혈액순환이 어려운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나며 기립성 저혈압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더운 환경에서 많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을 때 또는 오래 앉았다가 일어날 때 현기증과 함께 나타난다. 증상으로는 피부가 차고 습하며 맥박이 약하게 나타난다. 안정을 취하고 치료를 위해 수액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 열경련

격렬한 활동을 한 직후나 휴식, 샤워 중에 종아리, 허벅지, 어깨, 배 근육 등에서 근육 경련과 통증이 나타난다. 운동 중 땀을 많이 흘리면서 전해질이 들어 있지 않은 물만으로 수액을 보충해 저나트륨증이 오면 열경련이 더 흔하게 나타난다.

치료 방법으로는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물만으로는 증상 개선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염분이 함유된 전해질 용액을 섭취하거나 생리 식염수의 정맥주사가 필요하다.

◇ 열부종

열부종은 열로 인한 피부 혈관확장과 부종에 의한 간질액 증가로 손발이 붓는 것을 뜻한다.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에서 그대로 두어도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고 몇 주 이상 지속되지는 않는다. 손발을 들어 올리고, 심한 경우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이뇨제는 혈액용적감소를 초래하므로 삼가야 한다.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김병성 교수는 "갈증이 심하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며 어지러움과 두통 그리고 입 안이나 눈, 코 점막이 바짝 마른다면 열 손상 질환을 의심해 한다"며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시간에는 작업이나 운동, 물놀이를 피하고 어린이나 노역자는 낮 시간 동안 야외 활동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열사병이 의심되는 환자를 만났다면,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즉시 119에 신고 해야 한다"며 "물에 적신 얇은 천을 몸에 덮거나 찬물 스프레이를 환자에게 뿌린 뒤 선풍기나 신문지 등으로 부채를 만들어 직접 바람을 쏘여 열을 식히고 가능하다면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해야 한다. 다만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물을 먹일 경우 기도로 흡인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