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핵심적인 소비 트렌드 중에 하나가 ‘가성비’다. 가성비란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을 의미한다. 가격파괴 제품의 경우 값은 싸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 때문에 장기적으로 롱런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에 비해 가성비 상품들은 값이 싸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저가격에 품질 수준이 높아서 재구매가 많아 성공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창업자들 사이에서도 가성비 창업이 핫이슈다. 가성비 창업이란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거나 투자수익성은 비슷하지만 업종 수명이 길어 장기적인 투자수익에 유리한 경우, 같은 투자비라면 상대적으로 더 간편하고 손쉽게 운영할 수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업종 간 비교를 통해 같은 투자비라면 품격이나 수익성이 더 좋은 창업 설계를 하면 창업의 가성비를 높일 수 있다.

A 씨의 경우 최근 성인피아노학원인 ‘피아노리브레’를 오픈했다. 투자비는 2억원대 중반 남짓.

“어떤 업종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재미있는 것은 떡볶이 전문점, 김밥 전문점, 커피숍, 주스 전문점, 돼지고기 전문점, 국밥집같은 업종들이 모두 그 정도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더라구요. 평형도 10평부터 50평까지 모두 창업이 가능해서 무슨 업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러웠어요.”

10평짜리 분식 매장이나 테이크아웃 커피, 주스 전문점은 인테리어 설비 등 개설에 들어가는 투자비는 7000만~8000만원이 들었지만 상권 입지 등급이 높아야 해 권리금이나 보증금이 2억원가량 투자되어야 했다. 국밥집이나 돼지고기 전문점은 30평에서 50평대 창업이 가능했는데 점포 구입비, 개설비가 모두 많이 들었다. A 씨의 선택은 사업의 품격, 투자수익성과 손쉬운 운영이었다. 성인피아노학원은 품격 있는 문화 사업인 데다 창업자가 매장에 상주하지 않고 점장을 두고 운영이 가능했는데도, 인건비와 임대료 외에 지출되는 비용이 없어 매출액 대비 순수익률이 좋아 투자손익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동일한 브랜드나 업종이라도 상권 입지 조건이 더 유리하면 창업의 가성비가 높아진다.

‘퍼스트클래스’라는 힐링안마카페는 비행기 일등석을 콘셉트로 하는 이색적인 테마카페이다. 티켓을 끊고 1등석처럼 생긴 부스로 들어가면 안마 의자가 있다. 안마를 받으면 비행기처럼 기내식이 제공되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신 마사지와 눈안마까지 받으며 피로를 풀고 힐링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젊은 층들에게 인기가 높다. 퍼스트클래스는 모두 7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성비로 따지면 쇼핑몰 입점 매장의 수익성이 거리에 있는 로드샵 매장보다 두 배 가까이 좋다. 몰에 입점된 매장은 총투자비 대비 순익이 6~7% 선이지만 로드샵은 3~4% 선에 그친다. 아울렛에 입점한 한 매장은 12평에 규모에 매출액은 1000만원대에 불과하지만 순수익은 500만원이 넘는다. 퍼스트클래스의 윤찬준 대표는 ‘가성비 창업만 생각한다면 힐링안마 카페는 로드샵보다 몰에 입점하는 게 더 유리하다’며 ‘쇼핑몰의 경우 유동인구가 보장돼 있어 일 년 내내 매출이 안정적이다’라고 말한다.

중저가 액세서리 분야의 1등 브랜드인 ‘못된고양이’ 가맹점 중에도 가성비 높은 매장들이 있다. 못된고양이는 액세서리 업종이므로 A급 입지에 출점하는 게 일반적이다. 권리금이 비싼 매장에 들어가므로 총투자비가 보통 4억~5억원대이다. 이런 매장들은 매출액이 6000만원에서 1억원대에 달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못된고양이 가맹점 중에 매출액이 4000만원대인데도 알찬 소득을 올리는 점포들이 있다. 경남의 한 매장은 점포 권리금 보증금 개설비용까지 포함 총 2억원대를 투자했는데 매출액이 4000만원대이다. 이 매장의 월임대료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대부분의 매장들이 월임대료 500만~30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덕분에 월 순수익은 1200만원대에 달한다. 경기도의 버스터미널에 입점한 한 매장도 총투자비가 2억원이 채 안 들었는데 매출액은 4000만~5000만원이고 월세가 250만원대이다. 역시 순수익은 1000만원대이다. 못된고양이 점포개발팀의 유승현 팀장은 ‘일반적으로 투자비가 높으면 순수익이 높은 게 일반적이지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월임대료와 경쟁 상황, 상권입지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잘 분석하면 가성비 창업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창업 설계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가성비 창업이다. 투자 대비 손익, 경쟁의 강도, 업종이나 브랜드의 수명, 노동의 강도, 사업의 품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가성비 지수를 얻을 수 있다. 가성비 창업을 할 때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 중에 하나가 창업자 특성이다. 열심히 일한다고 더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 업종에 따라서는 점장을 두고 편하게 운영해도 투자수익성은 상대적으로 좋은 업종도 있다. 반면 성격이 적극적인 창업자라면 사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업종을 택해야 자신의 인건비도 절약하고 매출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며 투자수익성면에서 가성비를 높일 수 있다. 가성비 창업을 위해서는 다양한 업종과 창업 변수에 대한 정보를 보유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