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조사기관 B3에 따르면 세계 ESS(에너지저장장치)시장은 2013년 4억달러(약 5000억원) 수준에서 2018년 6억달러(약 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시장 규모가 미비한 상태이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또 하나의 먹거리로 부상한 것이 바로 ESS다. ESS는 생산된 잉여 전기 에너지를 그 자체 혹은 변환한 형태로 저장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인 ‘셀’을 ESS 생산업체나 기관으로 납품하거나 해외로 수출할 수도 있어 배터리 생산 업체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ESS 보급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공공기관 및 대형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세계 최초로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보급 확산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10년에 ESS 설치 의무화 법안을 제정, 전력회사가 ESS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전력 계통용 대형 ESS와 주거용 ESS 등을 대상으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은 신재생 발전소용, 가정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특히 2011년 대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을 전면 가동 중단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전력 예비율을 확보·유지하고 비상 정전에 대비하기 위해 ESS 설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프랑스와 공동으로 Solion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태양광 주택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리튬이온전지 도입 타당성 평가를 위해서 약 75개 시스템에 대한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2013년 태양광 발전에 연계된 ESS 설치비용의 30%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ESS 기술은 상용화 정도나 실증 경험 측면에서는 아직 시장이 미비한 상황이다. 국내는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ESS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부 역시 에너지신산업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3년 28MWh 수준이었던 ESS 누적 설치량은 2015년 239MWh로 매년 3배 이상 증가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국내 ESS 도입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ESS를 통해 잉여 전력을 비축해 두었다가 피크 전력시간에 대응하고 지난 2011년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던 것처럼 전력 부족 시에 대안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이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앞으로 늘어날 전망인 만큼 신재생에너지 출력 안정화에 이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해외와는 달리 환경이 신재생에너지에 적합하지 않아서 주거용 ESS보다는 한국전력과 같은 기관 ESS에 주력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외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적합한 환경이나 넓은 대지를 가지고 있어서 국내와는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전과는 달리 국내 전력 수급 구조가 안정화됐고 가정용보다 산업용 전기가 더 많이 쓰이기 때문에 각 가정에 태양광 ESS 등을 굳이 설치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는 ESS 완제품 생산보다는 리튬이온 ‘셀’을 납품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 부분에서 수혜를 입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 시장의 ESS 시장 성장 속도가 국내보다 더 빠르고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2차 전지 중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전기전자 제품부터 사업용 에너지 저장부분까지 전 범위에 걸쳐 필요한 필수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물인터넷으로의 변화, 환경 규제로 인한 전기차 도입,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이슈의 중심에는 2차 전지가 있다. 그야말로 세계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2차 전지에서 나오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리튬이온 다음은 '고성능 전지'

2차 전지 시장에서는 이제야 납축전지에서 리튬이온배터리로 흐름이 바뀌었지만 벌써 리튬이온배터리 다음 성장 동력에 대한 개발이 한창이다. 리튬이온배터리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는 리튬이온배터리의 가격 문제다. 특히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전기차 상용화에 있어서 배터리 가격 하락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을 현재보다 50~80%까지 낮춰야 기존 에너지와 경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휘발유나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와 경쟁해야하기 때문이다.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kwh당 리튬이온 배터리팩 가격은 496달러 선이었다. 2010년에 비하면 60%가량 낮아진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200달러선까지 배터리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100달러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는 전기차 가격의 33%를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는데 만약 이 전망대로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꾸준히 낮아진다면 전기차 비용은 약 10년 후면 현재 가격의 10분의 1 수준까지도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일이다. 같은 무게에 더 높은 에너지밀도를 가진 배터리가 대용량 전력 축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터리 생산 업체들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구성하는 데에는 코발트와 구리 등이 필요한데 문제는 이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리튬이온배터리 이외에 다른 배터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인 리튬보다 가격이 낮으면서 에너지 고밀도 용량을 가지고 있는 마그네슘, 칼슘, 아연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2차 전지 시장에는 또 한 번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또 다른 배터리 대안으로는 유체유동 배터리가 떠오르고 있다. 이 배터리는 크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어서 자동차용이나 소형 전지로 활용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용량에 있어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차기 ESS 발전에 있어서는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 할 수 있는 전력망 구축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어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