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에이치클리닉 이재철 원장

두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식당에서 함께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굴보쌈을 먹었다. 한 사람은 멀쩡한데 다른 한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번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구토, 발열에 시달린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똑같이 노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면역력이 강하면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지만 면역력이 약하면 금세 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세시대에 오랫동안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면역력’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하지만 막상 면역력이 무엇인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우리 몸의 질병 방어선인 면역력에 대해 알아보자.

면역은 피한다는 뜻의 면(免)과 전염병을 뜻하는 역(疫)으로 이뤄진 단어다. 즉 면역력은 전염병을 피하는 힘을 말한다. 수많은 미생물과 세균,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로 둘러싸여 살고 있으면서도 매번 병에 걸리지 않도록 우리 몸은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다.

면역은 크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천면역과 후천적으로 생활하며 얻는 획득면역으로 나뉜다. 가장 먼저 외부의 병원체와 맞닥뜨리는 면역체계는 피부, 콧속 점막, 눈물, 강산성의 위산 등의 선천면역이다. 병원균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기도 하고 효소, 위산, 향균물질 등을 이용해 나쁜 균의 몸 속 침입을 막는다.

선천면역체계에도 불구하고 체내로 침입한 세균, 바이러스 등은 획득면역체계인 백혈구, 포식세포, B림프구, T림프구, NK세포 등 면역세포에 의해 제거된다. 면역세포들은 직접 병원체를 죽이는가 하면 항원-항체반응을 통해 처음 침입한 병원체를 기억하고, 나중에 다시 침입 시 알맞은 공격물질을 분비해 감염된 세균을 없애기도 한다.

우리 몸의 선천면역체계와 획득면역체계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면 면역력을 증강할 수 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수면, 운동, 영양 세 가지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 쾌적한 환경에서 7~8시간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일주일에 3번 30분 이상 너무 격렬하지 않으면서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한다. 마지막은 매끼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간과하기도 쉽다. 균형 잡힌 식단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3대 영양소에 비타민, 미네랄, 물까지 총 6가지 영양소를 포함한다.

그중 비타민 D와 미네랄의 한 종류인 아연을 특히 신경 써서 챙겨먹어야 한다. 대표적인 면역질환인 대상포진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비타민 D와 아연 결핍증일 정도로 면역력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비타민 D는 햇빛을 쬐면 피부에서 합성되고, 아연은 육류, 굴, 조개류, 정제하지 않은 곡물 등으로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자외선 차단제, 미세먼지 등으로 자외선을 직접 쐬는 경우가 줄어 비타민 D를 얻기 힘들고, 식품으로 아연을 섭취할 경우 체내흡수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면역력이 떨어졌다면 기능의학 혈액검사를 통해 각 영양소의 결핍 정도를 파악한 뒤 적당한 용량의 건강기능식품이나 주사로 보충하는 것도 좋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날에는 쉽게 지치고 면역력이 금세 바닥을 보이기 십상이다. 이런 때일수록 수면, 운동, 영양을 잘 챙겨 면역력 증강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