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과전문 문성병원 김민지 과장

두통은 하나의 ‘질환’이라기보다 그저 조금 불편한 ‘증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일상생활에서 복잡하고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머리 아픈 일, 골치 아픈 일’이라는 표현을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하고, 누구나 평생 한 번 이상 겪게 되는 두통은 진통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하지만 두통은 어떠한 병의 증상만은 아니다. 갑자기 발생한 심한 두통은 뇌의 감염이나 뇌경색, 뇌종양의 신호일 수 있다. 이러한 질환은 되도록 빠르고 적극적인 침습적 치료가 필요하며, 환자에게 영구적 장애를 남길 수 있으므로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이 필요하다.

때문에 신경과 의사는 처음 만나는 두통 환자에게 이런 큰 병이 있지 않는지를 신경 써서 꼼꼼하게 살핀다. 하지만 진료와 원인 검사 후 단순한 긴장성 두통이나 편두통으로 확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치료 역시 단순하지만은 않다.

편두통은 WHO가 정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20대 질환 중 하나이며 전체 통증 치료비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사회 경제적 부담이 큰 질병이다. 전체 두통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긴장성 두통 역시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사용과 더불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만성 두통은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트려 환자를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 우울감이나 심한 통증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통증을 더욱 악화시키며, 이러한 만성 통증의 악순환을 끊는 치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두통은 원인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며,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보통 ‘한쪽 머리가 아프면 편두통’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편두통은 통증의 위치와 관계 없이 뇌의 국소 혈류 저하로 인해 신경이 자극되어 생기는 두통이며, 예방약으로 자율신경, 전해질 통로, 호르몬 수용체와 신경전달 물질을 차단하는 약제를 사용하게 된다.

편두통 환자에게 예방 약제의 복용을 권했을 때 ‘그 약은 간질약(혹은 우울증약)이니깐 복용하고 싶지 않다’는 대답을 듣기도 한다. 항전간제나 항우울제는 신경의 흥분이나 호르몬을 조절해 편두통의 발생을 줄이지만 막연한 거부감으로 인해 복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이러한 경우에는 두통의 원인과 약제에 대해 설명해주는 신경과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흔히 스트레스성 두통으로 더 잘 알고 있는 긴장성 두통은 과도한 근육의 지속적인 수축으로 인해 발생하며, 상부 경추의 긴장이나 나쁜 자세와도 연관이 있다. 적절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주사 치료 등을 병행해도 스트레스 요소를 제거하지 못하거나, 경추 및 후두부의 긴장도가 올라가면 통증을 다시 호소하게 된다.

“약을 먹어도 그때뿐이고 다시 아파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필자가 ‘평생 지니고 있던 자세나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거나 스트레스를 아예 받지 않고 살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바로 싹 나을 수는 없지만 적절한 약물치료로 통증에서 해방되고, 자세 교정이나 생활습관 조절 및 물리치료 등을 통해 잘 조절해 보자’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아주 오래된 두통 환자이다. 신경을 조금만 쓰거나 무리하면 띵한 두통이 시작되고, 구토가 동반되거나 ‘약발’이 잘 듣지 않는 심각한 두통도 1년에 수차례 경험한다.

20년이 넘는 만성 두통을 조절하기 위해 스스로도 진통제와 예방약의 복용, 주사 치료 등 여러 치료 방법을 시행해 보았고 지금까지 생활습관을 조절하고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래서 내원하는 두통 환자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은 기분이 들곤 한다. 응급실까지 달려올 정도의 심한 통증,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내 머리에 큰일이 난 건 아닐까?”라는 공포, 약물치료를 해도 다시 악화되어 병원에 오는 자신에 대한 좌절 등이 섞여있는 환자의 얼굴 표정을 볼 때마다 두통은 쉬운 병이 아니라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된다.

두통 환자 앞에서의 신경과 의사의 역할은 환자의 두통을 바르게 진단하고 올바른 치료법을 안내해 주는 것이다. 두통의 원인 질환에 대해서 정확하게 확인하고 다음 단계의 치료나 처치로 넘어가야 하며, 한 사람의 개인에게는 생활의 질을 결정하며 불안감과 우울감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두통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은, 필자의 직업적 기쁨이자 자부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