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들을 볼 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지금은 ‘변화의 과도기’라는 것이다. 소위 유통의 혁신이라고 불리는 현재의 변화들이 미래에 어떤 변수를 만나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메르스급 이상의 악재(물론 생각하기도 싫지만)가 다시 찾아오거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더 오래 지속되거나 혹은 지금껏 유통 혁신의 모티브처럼 여겨왔던 아마존이나 알리바바가 유통업에서 큰 실패를 겪는다면 미래 업계의 모습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특별한 악재가 없다는 가정이 있다면 그 방향성에 있어서는 유통업체들의 물류업 진출 시도와 더불어 유통업계 내에서 온-오프라인 영역 구분의 의미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나름의 시사하는 바가 있다. 공통적으로 귀결되는 방향은‘영역의 파괴, 그리고 통합’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현재 지속되고 있는 유통업계 혁신 움직임들은 업계의 구조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전문가 분석을 통해 미래 유통업계의 변화를 짐작해봤다.

 

                              “소비자 편익 극대화, 유통구조를 바꾼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부교수 

   <유통혁신 5가지 키워드>

1. PRICE: 가격은 핵심 경쟁력

검색 기술의 발달로 실시간 가격 추적(Life Hacking)이 가능해졌다. 가격 검색이 손쉬워지는 만큼 가격 경쟁력의 유지는 앞으로도 유통업의 핵심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아울러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검색한 후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쇼루밍 현상이 일반화될 것이다.

 

2. SHOWROOM: 온-오프라인의 쇼룸화

현실적으로 자산 투자가 최소화된 온라인 대비 가격 경쟁력 및 다양성 측면에서 다소 불리한 오프라인은 철저한 쇼룸화(체험형 매장 개설)가 이뤄질 것이다. 한편, 제품 체험 측면에서 취약한 온라인도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쇼룸을 개설하는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는 소비자 경험을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비즈니스 활성화를 의미한다. 이미 아마존 북스토어·일본 츠타야 서점·한국 교보문고 리뉴얼·이마트 타운·도심형 프리미엄 아울렛 등으로 쇼룸화는 충분히 구현되고 있다.

 

3.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

구글 CEO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는 “Mobile First에서 AI First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즉, 모바일 시대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됨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유통업계와 소비자들의 구매행위를 바꿔 놓을 것이다. 아마존 블루투스 스피커 ‘Echo’를 통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는 음성만으로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연구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Buy’ Button을 테스트하고 있다. 핵심은 고객 맞춤형 상품 구매 서비스 제공이다.

 

4. DELIVERY: 온라인-오프라인은 최종 승부는 ‘배송’

유통업계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사라질 것이다. 여기서의 핵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연결성 제공 및 탁월한 배송 체계 구축이다. 이에 익일배송, 당일배송, 1시간 배송 등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맞는 물류체계 구축이 가속화된다. 단, 여기에 투입되는 투자 및 운영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근 직매입 및 당일배송 물류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구축한 중국의 징동(京東)닷컴의 시장점유율이 알리바바를 따라잡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5. MEMBERSHIP: 멤버십 기반 독점 공급 시대가 열린다

고정 고객 확보의 측면에서 ‘멤버십 고객’은 일반 고객 대비 높은 충성도와 구매 금액을 유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의 멤버십 서비스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연간 99달러의 연회비로 제공하는 아마존의 프라임(Prime) 서비스는 D+2일 표준배송·당일 배송(Prime Sameday)·2시간 배송(Prime Now) 서비스 무료 제공 등으로 멤버십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 월마트와 구글, 택배업체 포스트메이츠(Postmates)는 최근 멤버십 기반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멤버십 고객들을 통해 고정적으로 확보되는 재원(財源)은 배송 시스템 구축에 투입되는 많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버팀목으로도 작용한다.

 

혁신, 세계 시장과의 경쟁을 위한

유통업계의 혁신은 진행 중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 특별한 변수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다면, 변화의 방향은 비교적 뚜렷하다. 그렇기 때문에 각 유통업체들에게는 현 상황에 대한 분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에 대해 유연한 대처가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앞으로의 경쟁 상대는 국내의 동종업계, 업체가 아니다.

아마존이나 월마트,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각 국가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준비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조건 그들을 따라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들이 이룬 성과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경쟁 업체를 시장점유율에서 몇 퍼센트 앞서려고 ‘목숨을 거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유통 업체들은 거시적인 관점을 통해 업계의 글로벌한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