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부산국제모터쇼 현장. 르노삼성 부스를 관람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 출처 = 부산국제모터쇼 사무국

자동차와 함께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 부스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가상현실(VR) 체험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전기차를 시승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신차의 향연’ 2016 부산국제모터쇼가 6월12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1일간 70만여명이 부산을 찾았다.

올해 부산모터쇼의 키워드는 ‘반전’이었다. 다른 모터쇼에 비해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그동안의 ‘오명’을 말끔히 씻어냈다는 평가다. 규모를 키우면서 동시에 차별화를 꾀한 전략 덕분이다.

▲ 2016 부산국제모터쇼 현장. 부산 일원에서는 참가 업체들이 신차 시승행사 이벤트를 열었다. / 출처 = 부산국제모터쇼 사무국

체험형 행사···관람객 心 잡았다

부산모터쇼는 2001년 9월 처음 막을 올렸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모터쇼, 도쿄모터쇼, 베이징모터쇼, 상하이모터쇼 등에 비해 규모가 현저히 작았기 때문이다. 별다른 특장점 없이 행사를 이어왔다. 매번 ‘신차 부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단순히 규모를 키우기에만 급급해 내실을 챙기지 못했었다.

2016년에는 달랐다. 모터쇼의 본질을 잊지 않았다.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됐다. ‘체험형 행사’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질적 성장이다. 자연스럽게 업체들도 신차 출품 규모를 늘렸다. 양정 성장도 뒤따라온 셈이다.

▲ 2016 부산국제모터쇼 현대차 부스 전경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2016 부산모터쇼의 가장 큰 특징은 행사장이 벡스코 전시장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각종 시승행사, 모터스포츠 등을 통해 ‘즐길 공간’이 부산 시내 일원으로 확대됐다. 각종 관광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도 이어졌다.

모터스포츠와의 접목을 통해 짜릿한 스릴을 전해준 ‘4X4 오프로드 대회 및 시승체험’, 부산 스포원파크 일대에서 진행된 전기차 시승행사, 어린이 소형이륜차 체험인 ‘키즈 라이딩 스쿨’ 등 부대행사장에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 2016 부산국제모터쇼 현장. 현대차 부스에 마련된 ‘키즈존’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일반도로에서는 신차 시승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BMW 등의 차를 타고 부산을 누빌 수 있었다. 르노삼성이 진행한 ‘전기차 에코투어’는 모터쇼를 넘어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모터쇼가 단순히 차를 보는 행사를 넘어 관람객들이 자동차 문화를 체험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며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 뿐 아니라 가족·연인 관람객들의 이목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다. 부산모터쇼가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 관람객들이 제네시스 부스에 전시된 EQ900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신차의 향연’ 양적 성장 이뤘다

양적 성장도 뒤따랐다. 올해 부산모터쇼에는 국내외 25개 완성차 브랜드가 참여했다. 49종의 신차를 포함 230여대의 차량을 출품했다. 지난 2014 행사 대비 전시면적이 14% 늘었다. 신차는 40% 많아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

특히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가 5종,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아시아 프리미어가 5종으로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부산이 국내외 브랜드들의 최대 격전지인 만큼 참가업체들은 신차뿐 아니라 다양한 전시장치물과 디자인 등을 적용해 모터쇼의 질을 높였다.

▲ 기아차 전시관에 자리잡은 콘셉트카 ‘텔루라이드’는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브랜드별 부스의 분위기는 제각각이었다. 현대차 전시관의 콘셉트는 ‘모터스포츠’와 ‘친환경’ 이었다. 콘셉트카 RM16, 신형 i20 등을 출품해 이목을 잡았다. 아이오닉 전용 전시관을 마련해 친환경 기술력을 자랑했다. 한쪽에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준비했다.

관람객들은 기아차의 대형 SUV 콘셉트카 ‘텔루라이드’ 앞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발걸음을 멈췄다. 많은 이들의 감탄사가 이어졌다. 르노삼성이 준비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도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사람들은 이 차를 직접 타보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 2016 부산국제모터쇼 기아차 부스. 가상현실(VR) 체험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쉐보레가 선보인 아메리칸 머슬카 신형 카마로도 크게 주목받았다.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 전시관은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뤘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의 부스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제네시스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G80’은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었다.

▲ 2016 부산국제모터쇼 현대차 상용관 부스. 많은 사람들이 차량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트럭·버스 등 상용차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현대차가 상용관을 통해 소개한 쏠라티 캠핑카와 프리미엄 버스 유니버스 프레스티지 등 앞으로 수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차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 2016 부산국제모터쇼 현대차 상용관 부스. 많은 사람들이 차량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가족들과 함께 현장은 찾은 이모(39, 서울)씨는 “버스와 트럭 등의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어 (차를 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며 “아이들도 상용차 전시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터쇼를 통해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폭스바겐이 2016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신형 티구안 R라인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미래의 물결, 감동의 기술’

2016 부산모터쇼의 슬로건은 ‘미래의 물결, 감동의 기술’이다. 이에 걸맞는 다양한 볼거리도 많이 준비됐다는 분석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기아차 쏘울 EV, 제네시스 G80,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E클래스 등을 만나볼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VR을 통해 자율주행을 체험해 보는 기회도 가졌다. 특히 VR 기기가 준비된 기아차 부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체험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친환경차도 많았다. 도요타가 수소연료전기차 ‘미라이’를 국내 최초로 공개해 눈길을 잡았다. 르노삼성과 도요타가 각각 선보인 1인용 전기차 역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기아차, 쉐보레, BMW, 렉서스 등이 친환경 차량을 신차로 발표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30여대 전시됐다.

벤틀리, 마세라티 등 럭셔리 브랜드들의 분위기는 같은 듯 달랐다. 마세라티는 원활한 관람을 위해 부스 내 입장인원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쳤다. 내부로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경우 차를 자세히 살피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데서 착안한 방법이다. 입구와 출구를 따로 두고 진행요원들이 관람 인원을 통제했다.

▲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는 2016 부산국제모터쇼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벤틀리는 부스를 하루 세 차례만 개방하고 관람 인원도 100명으로 제한하는 등 프리미엄 정책을 펼쳤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한 조치였지만 많은 이들에게 차를 접해볼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벤틀리는 관람 가능한 시간대를 미리 설정해뒀다. 오전 11시~12시, 오후 2시~3시, 오후 5시~6시 단 세 차례만 전시관을 열었다. 전시관 동시 입장 인원은 10명, 한 회당 관람 가능 인원은 100명으로 제한했다. 차량 탑승도 금지됐다. 럭셔리 브랜드의 ‘전략’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벤틀리를 가까이서 접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점은 아쉬웠다.

2016 부산모터쇼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를 짚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미디어 갈라디너’는 예년의 단순 전야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적 명사의 강연을 듣는 자리로 발돋움했다. 업계의 최대 화두인 ‘자율주행’과 ‘친환경’등 미래 자동차 산업의 향방을 예측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 2016 부산국제모터쇼 현장. 현대차 부스에 마련된 ‘키즈존’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관람객 편의 증대 및 전시 전문성 면에서도 한 층 진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처음으로 관람객 재 입장을 당일에 한해 가능토록 개선했다. 편의시설도 확충 운영했다. 또 모바일 앱을 통한 발권으로 원활한 입장을 가능케해 대기시간은 대폭 줄였다. 참가 업체들은 지나친 ‘모델쇼’를 지양하고 차량 콘셉트에 맞는 모델들을 내세우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제회의, 세미나 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도 연일 개최됐다. 6월 1일부터 6월 4일까지 IEEE 수송전기화 국제학술대회가 동시 열렸고 부산 테크노파크에서 주관한 자동차 기술 세미나에도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찾았다.

▲ 2016 부산국제모터쇼 기아차 부스 전경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현장을 찾은 많은 이들은 “2018년이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외부 부대행사들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만큼 2018 부산모터쇼는 활력 넘치는 축제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토캠핑, 카레이싱 등 각종 모터스포츠와 레저를 도입해 더욱 다양한 체험행사를 마련, 차별화를 추구해야한다는 지적이다.

▲ 2016 부산국제모터쇼 야마하 부스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부산시 정진학 산업통상국장은 “이번 행사는 무엇보다 부산모터쇼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행사였다”며 “체험형 모터쇼로의 시도에 대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성과를 거둔 부분은 더 발전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적극 보완해 부산모터쇼를 아시아 최고의 자동차축제로 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