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두뇌는 생각, 감정, 인식, 행동, 그리고 기억을 관장하는 곳이다. 대략적으로 1000억개의 신경세포들과 이들을 에워싼 신경교세포들이 전기화학적으로 복잡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곳이다. 모든 사람들이 해부학적으로는 비슷한 두뇌구조를 갖고 있지만 이들 세포들 간의 연결이나 상호작용들은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 그래서 두뇌는 사람의 지식과 지혜 그리고 개성을 결정하는 곳이다. 두뇌는 우리 각자가 누구인지, 과거에 어떤 경험을 겪었는지, 불의에 어떻게 대응하는 성향인지,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는지를 결정하는 곳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4월에 ‘브레인 이니시어티브(BRAIN Initiative)’란 국가연구계획을 수립하여 2025년까지 인간의 두뇌작용을 기술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연구를 지원하기로 했다. 두뇌 속의 복잡한 신경회로망이 어떻게 생각의 속도에 맞춰서 작동하는지 밝혀내고자 하는 시도다. 이 장기 계획의 전반 5년 동안은 두뇌의 작동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데 중점을 두어서 어떤 기술들을 개발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데 주력한다는 구상이고, 후반부 5년 동안은 두뇌현상을 발견해내는 기술개발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사실 이 연구를 통해 어떤 기회가 올지, 또 어떤 부분에 더욱 주력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은 채 시작된 우주여행 같은 막연한 연구프로젝트이다.

 

두뇌의 작동을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그렇지만 두뇌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류가 해결해야만 할 지적인 도전임에 틀림이 없다. 두뇌회로의 작용을 깊이 이해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치매나 파킨슨씨병 같은 두뇌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두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좀 더 깊게 알게 되면, 지금까지 인간을 평가하거나 이해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사고체계를 규명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두뇌 질병을 좀 더 정밀하게 다룰 수 있고, 아이들 교육도 보다 효과적으로 시킬 수 있고, 법을 적용하는 일이나 규범을 정하는 일까지도 인간의 행동패턴을 기반으로 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을 찾게 될 것 같다.

‘브레인 이니시어티브’는 미 연방정부기관인 국가과학재단(NSF),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식약청(FDA), 지능첨단연구재단(IARPA), 국립보건연구소(NIH) 등은 물론이고 많은 민간연구단체들이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에서 DARPA는 군 장병과 참전용사의 정신적 후유증, 신체 질병 또는 불구를 극복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두뇌 신경을 조종하여 재활시키는 방법에 관심이 높다. 구체적으론 두뇌에서 발생하는 생체신호를 전자 신호로 해석해서 대응하는 여러 가지 연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한 가지로 일렉트릭스(ElectRx) 기술이 있다. 이는 인체의 말초신경작용을 조절하여 정신 질환은 물론 신체건강과 면역능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전기처방법이다. 군 장병과 참전용사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나 정신적 불안증상이 인체 장기를 조절하는 말초신경계의 비정상적인 작동에 기인한다는 점에 착안하고 있다. 말초신경의 신호변화를 추적하고 특정 조건이 되도록 신경신호를 조절해줄 수 있다면 수술이나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도 질병치료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재 개발되어 있는 뇌신경조절장치는 크기가 너무 커서 인체에 삽입하는 수술이 곤란하고 측정 정확성도 떨어지므로 마지막 치료 수단으로 시도되고 있을 뿐이다. 전기처방법이 마지막 수단이 아니고 광범위한 질병들에 대해서 안심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 수단이 되려면 여러 가지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말초신경회로를 감시하고 자극하는 기술

일렉트릭스 프로젝트의 목표는 건강을 복원하고 유지하는 인체의 타고난 신경생리학을 이용한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 특정 뇌신경회로가 건강과 질병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내야만 한다. 특정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치료법은 전통적인 약물치료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가 치유를 촉진시킬 수 있다. 일렉트릭스 기술은 인체 장기기능을 제어하기 위해서 특정 말초신경회로만을 감시하고 자극하는 센싱기술이 필요하다. 즉, 평소에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감시하다가 이상이 생기면 건강한 생리 상태로 복원시킬 수 있는 환자에 맞는 신경자극 패턴을 부가해 주는 뇌신경조절기술이다. 우선 부작용 없이 특정 신경만을 제어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임플란트 전기장치가 필요하다. 주사기를 통해서 인체에 삽입시킬 수 있도록 초미세전기장치를 만들어서 특정 두뇌신경세포 주변에 주사해 설치한 다음, 원하는 신경신호를 감시하고 필요한 전기자극을 외부에서 무선으로 부가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

최근 하버드대학과 중국 국립나노과학기술센터 공동연구팀은 0.1㎜ 직경의 주사기 바늘 속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유연한 전기회로 수액을 개발했다. 연구자들은 이 전기회로를 주사기로 주입이 가능한 전자기기라 부르고 있으며 이 회로가 담긴 수액을 쥐의 뇌 속에 주사하면 전기회로가 30배 크기로 펼쳐져서 그물망을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이때 쥐의 뇌세포들이 그물망 사이로 성장해서 세포와 망이 물리적으로 완전 접합되었을 뿐만 아니라 생물화학적으로도 한몸이 되었다. 쥐의 두뇌 실험에서는 삽입된 전기회로망이 무선으로 컴퓨터와 연결되었으며 말초신경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감지하고 또 뇌신경세포에 전기 자극을 무선을 가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같은 방법으로 인간의 두뇌 속에도 전기 회로망을 삽입할 수가 있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인체의 두뇌에 이런 회로망을 삽입할 수 있다면 질병이 발생한 부위를 관장하는 두뇌나 척수, 그리고 해당 장기의 기능이 회복되도록 말초신경에 인공적인 자극을 가하는 치료기술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신경 삽입물을 보통 뉴럴 레이스(Neural Lace)라 부른다.

뉴럴 레이스란 표현은 Iain Bank의 공상과학소설 <Surface Detail>에서 처음 도입한 개념으로, 두뇌에 인공신경망을 심어놓고 원하는 시간에 각성제, 환각제, 진정제 등 두뇌의 신경조절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인간의 기분을 마음대로 조절하고 필요하면 지능도 증강시킬 수 있다는 상상의 두뇌 임플란트이다. 현재도 심한 근육경련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마지막 수단으로 기다란 침을 두뇌 깊숙이 박고 전기적 자극을 주는 전기충격치료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이는 두뇌에 손상을 입히는 위험이 있다. 하지만 만약에 뉴럴 레이스가 아주 미세해서 두뇌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주사기로 삽입될 수 있고 또 시간이 지나면 전자회로와 신경회로의 구분이 희박해질 만큼 인간두뇌와 완전히 접합할 수 있게 된다면, 현재는 치료가 불가능한 여러 가지 뇌신경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지능을 증강시키는 두뇌삽입물은 없다

한편 최근 코드 컨퍼런스에 출연한 테슬러의 CEO인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사이보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발전하게 되면 언젠가는 인간의 생물학적인 두뇌 잠재력이 인공지능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인공지능이 어느 날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면 질병들을 치료하거나 글로벌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계가 사람들의 판단을 결정하게 되고 인간은 인공지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애완동물로 전락하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두뇌에 뉴럴 레이스를 심어서 인체의 지능을 인공적으로 증강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 생각에 인공지능에 휘둘리지 않는 가장 좋은 해법은 인공지능 층을 두뇌에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대뇌피질이 변연계와 공생하듯이 제3의 디지털 층이 인간의 두뇌와 공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머스크는 말했다.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기술로 두뇌능력을 증강시켜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두뇌에 전자회로 층을 심어서 매순간마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인지능력이 강화되도록 하는 상상을 하고 있다.

DARPA가 추진하는 일렉트릭스 프로젝트는 두뇌 임플란트를 이용해서 인지능력을 강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인체의 장기를 관장하는 말초신경의 신호를 진단하고 역으로 전기자극을 가해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근본적인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어쩌면 동양의학에서 다루는 침술을 무선통신방법으로 전기자극을 전달하는 응용기술이란 생각이 든다. DARPA는 우선 1단계 기초연구로 질병의 생리학을 관장하는 신경망 지도를 그리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예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의 정밀도와 목표지향성 그리고 미세한 크기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생체신호를 바르게 읽어내는 장치를 우선 개발해야 한다는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런 두뇌삽입 장치가 머스크가 언급했듯이 인공지능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뉴럴 레이스를 삽입하지 않아도 인공지능의 장점을 얼마든지 두뇌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려면 반드시 해당 전문가와 함께 꾸준히 학습을 거쳐야만 한다. 이 세상에는 부정확하고 잘못된 지식이 널려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스스로 모든 분야의 지식을 간추려서 스스로 고도의 수준으로 지적능력을 높이기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인공지능은 새로운 지식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머스크가 전망하듯이 인공지능을 의인화하여 마치 주관을 가진 생물로 취급하는 관점은 틀렸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