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의 상장 소식에 ‘저평가’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SNS기업들의 가치를 추정하는 기준은 없다. 그나마 MAU, ARPU 등을 활용한 방법론이 있지만 이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라인이 시장의 예상대비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평가가 라인에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라인의 일본 증시 상장 소식에 네이버의 주가가 급락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시장은 라인의 가치를 15조~20조원으로 평가하고 있었으나 공모가가 10조원 정도로 예상되면서 라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의 주가가 이에 반응한 것이다.

한편, 지난 10일 네이버는 이사회 결의 후 라인의 유상증자 및 상장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는 라인이 일본증시에 상장될 경우 약 6조5000억원의 시가총액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는 라인의 가치를 10조원 대로 추정하고 있어 지난 2014년과 마찬가지로 괴리가 존재한다.

물론 시장의 예상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 다만, 지난 2014년 이후 현재까지 라인의 가치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물론 증권업계는 여전히 라인의 성장가치를 부각시키며 라인의 대주주인 네이버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SNS 기업의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

라인이 시장에서 예상보다 저평가를 받는 이유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의견은 라인의 트래픽 증가세 둔화 및 기대한 만큼 수익창출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기준 네이버의 포털 매출액을 제외한 일본 매출 비중은 68.7%에 달한다며 9100만명의 월간활동이용자수(MAU)를 보유한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의 향후 성장 가치보다는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일본시장의 가치를 대부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라인의 상장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 라인의 성장성에 대한 전망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일각에서는 라인 가치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예상치를 현저히 벗어난 라인의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 2013년 11월 유진투자증권은 SNS 기업 가치평가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SNS 기업의 가치평가는 사업구성 측면에서 기존 제조업 중심의 분석 툴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글로벌 주요 SNS 가입자당 가치(2013년 11월 기준) [출처:유진투자증권]
▲ 글로벌 주요 SNS ARPU (2013년 11월 기준) [출처:유진투자증권]

당시 기준으로 보면 각 기업별 시가총액을 월간활동이용자수(MAU)로 나눠 계산하는 가입자당 가치(가입자당 시가총액)은 페이스북이 10만8205원(MAU 11억9000만명), 링크드인 14만2139원(MAU 1억8000만명), 트위터 4만6084원(IPO신고서상 주당 18.5달러 적용, MAU 2억3000만명)이었다.

SNS기업의 경우 가입자 규모가 많아지면 발생하는 네크워크 효과로 인해 전세계 가장 많은 가입자를 가진 페이스북의 가입자당 가치가 높아야 하지만 링크드인의 가치가 오히려 31%높고, 링크드인과 비교적 유사한 MAU를 기록했던 트위터의 가입자당 가치가 링크드인 대비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따라서 상대가치 비교측면에서 단순히 절대적인 가입자당 가치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기업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 위험하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들 기업에 대해 시장에서 부여하고 있는 가입자당 가치를 각 사별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과 비교하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 글로벌 주요 SNS 분기별 실적 및 지표 추이 [출처:유진투자증권]

그러나 지난 2014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매 분기별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과 매출액, MAU, ARPU 등을 보면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ARPU가 SNS 기업들의 시가총액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들 SNS 업체들의 시가총액은 과거대비 더 커졌어야 한다.

2014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이들 기업의 분기별 ARPU는 페이스북이 2.0에서 3.3으로, 링크드인은 5.8에서 8.1로, 트위터는 1.0에서 1.9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제외한 링크드인과 트위터의 시가총액은 이 기간 동안 각각 20.9%, 62.9% 하락해 ARPU와 SNS기업가치의 연관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MAU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쳤을까. 아니면 MAU 증가율 대비 매출액 증가율이 영향을 미쳤을까. 이 또한 아니다. 즉, 이에 대해 명확한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없다. 그렇다면 ARPU와 MAU를 통해 라인의 적정가치를 추정하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기간 동안 비교 대상 SNS 기업 중 페이스북 홀로 승승장구 했다는 것이다. 또 여타 SNS 기업의 시장가치하락은 2014년과 비교한 최근 라인에 대한 시장가치 예상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음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페이스북을 제외한 SNS 기업들의 주가는 왜 하락했나

페이스북을 제외한 SNS 기업들의 주가하락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SNS에 대한 시장의 인식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빠른 확산력’과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파급력’이다. 따라서 플랫폼으로 시장을 점령할 경우, 해당 기업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서비스 산업을 독점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SNS 산업에서 2등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 글로벌 주요 메신저 이용자 현황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시각을 좁혀 글로벌 메신저 시장만 보면 라인의 입지가 드러난다. KB금융지주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글로벌 주요 메신저 이용자 수(MAU 기준)는 왓츠앱이 10억명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페이스북 메신저(9억명), QQ모바일(8억5000만명), 위챗(6억9700만명), Kik(2억4000만명) 등이 뒤를 이었다. 라인은 2억1500만명으로 6위를 기록했다.

라인이 그동안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메신저 시장을 포함한 SNS 기업들의 산업성장 기반이 MAU라는 점에서 현재 라인이 처한 위치를 웃으며 바라보기 어렵다. 특히 왓츠앱은 페이스북이 인수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편, 텐센트는 QQ모바일과 위챗을 보유한 상태에서 지난해 Kik에도 투자했다. 하지만 텐센트의 주가가 폭락했다는 점은 라인에게 위로가 될지 모른다.

라인, 상장 전 ‘의문의 1패’...차세대 플랫폼 전쟁 준비해야

라인의 경쟁대상은 앞서 언급한 기업들뿐만이 아니다. 향후 O2O사업을 확장함은 물론 이 과정에서 여타 경쟁사들과 또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코노믹리뷰>는 지난 1월 3일 ‘인공지능, 차세대 플랫폼 전쟁의 서막’ 기사를 통해 글로벌 ICT업체들의 인공지능(AI) 관련 동향을 소개하며 지능형 소프트웨어의 글로벌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이 부분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 속에 단순히 머무는지 아니면 현실화 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글로벌 ICT기업들의 AI에 대한 사랑은 관련 기업들에게 넋 놓고 지켜볼 시간이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만약 인간이 AI에 익숙해진다면 모든 결정권은 AI가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구글은 AI인 ‘알파고’를 통한 선전능력을 앞세워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완벽한’ AI의 모습을 보기까진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메신저 기반의 ‘챗봇’ 등을 통한 글로벌 ICT 기업들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구글의 어시스턴트를 가리키며 챗봇의 시대도 갔다고 하니 말이다.

라인의 빗나간 예상 상장가치는 플랫폼 시장 관점에서 볼 때 ‘의문의 1패’로 보인다. 하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라인은 물론 네이버의 입장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