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의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고 통장을 개설하는 시대가 열렸다. 또한 지점 없이 인터넷으로만 거래하는 은행도 예비인가를 받은 상황이다. 금융사 100여년 만에 은행의 DNA가 완전히 다른 은행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7일, 편의점 사업자 BGF리테일(CU편의점)과 전략적 MOU를 체결하고 ‘디지털 키오스크’라는 펀의점은행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업무협약에 따라 시내 곳곳에 위치한 CU편의점 안에 새로운 형태의 무인 영업 지점 모델인 디지털 키오스크(Bank in CU) 라는 영업채널을 신설했다.

‘키오스크’란 옥외에 설치된 대형 천막이나 현관을 뜻하는 터키어(또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된 말로서 간이 판매대·소형 매점을 가리킨다.

새로 개점한 '디지털 키오스크'는 영업점 수준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무인 셀프점포 모델이다. 이 무인 점포에서는 카드나 통장 등 별도의 인증매체 없이 바이오 인증 방식(손바닥 정맥 인색)을 적용하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은행 채널 모델이다.

'디지털키오스크' 는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개인 실명확인 절차부터 통장 개설, 체크카드 신규/재발급, 비밀번호 변경, 인터넷뱅킹 신규, 예금 입/출금 등 100여 가지 영업점 창구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365일, 24시간 야간이나 휴일에도 상담사 연결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편의점은행(디지털 키오스크)을 통해 점포 및 채널의 새로운 모델 발굴 가능성을 열고 향후 다양한 이종 산업간 장점을 결합한 신사업-상품-채널 모델을 활용하여 인터넷,모바일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은행의 변신, 콜라보 은행

무인 은행, 은행과 타업종간 협업으로 콜라보(Collaboration)의 시너지를 활용한 기업의 변화를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하는 기업들의 자기 변신이 자연스런 현상처럼 익숙할 정도로 세상과 금융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파괴적 혁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 ‘파괴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크리스텐슨은 말했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이 자기가 주도하는 파괴적 혁신의 길을 서둘러 나서고 있다. 아직은 아무도 가지 않은 멀고 좁은 길이다. 그래서 여정은 외롭고 고독하다.

하지만 목적지가 있고 정확한 방향으로 가는 길은 끝이 있기 때문에 힘들지만 않다. 긴 터널을 나가면 눈부신 광명의 세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기대하며 간다.

ICT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전통적 은행관이 깨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은 결제수단으로서의 매체 능력을 새롭게 발휘하고 있다. 각종 새로운 지급결제 방식의 개발 속도와 적용되는 범위가 넓어지며 이를 증명하고 있다.

통신수단의 범주를 넘어서 문화소비의 채널이자 경제활동의 주요 도구인 스마트폰이 매체인 모바일 뱅킹이 대세인 시대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스마트폰과 연결된 문화적 코드가 세상을 좌우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과 커피를 접목시킨 새로운 점포를 금융권 처음으로 오픈했다. 지난 3월28일, 프리미엄 커피브랜드인 ‘폴바셋’과 함께 동부이촌동에 ‘카페 인 브랜치’라는 이름의 콜라보 점포를 개설했다.

오픈 행사에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두 개의 다른 업종이 협업해 기업 간 윈-윈 모델을 제시한 새로운 은행 채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위비뱅크’와 같은 온라인 채널뿐만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채널에 있어서도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혁신의 DNA를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는 변화의 의지를 밝혔다.

 

뉴스테이 사업-콜라보 먹거리

은행권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미래의 먹거리 마련과 새 수익원 확보 경쟁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한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인 뉴스테이 사업이 그것이다.

뉴스테이 사업자는 정부로부터 주택도시기금 저리 융자, 택지 할인 공급과 인허가 특례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신 입주자는 최소 8년의 거주기간을 보장받으며,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하로 제한된다.

핀테크의 발전과 P2P금융의 활성화,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의 다변화로 직원수가 줄고 은행의 지점 건물이 매각물건으로 속속 나오고 있다.

수많은 지점 건물을 한 꺼번에 매입할만한 기업이나 곳곳에 흩어진 건물을 함께 사용할 용도가 마땅치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PC나 모바일로 금융거래하는 사람이 늘면서 지점을 찾는 사람이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며 “전국에 수백 개의 지점을 가진 은행들은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은행 중에서 은행 소유 지점 건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은행은 농협은행으로 408개나 된다. 다음으로 국민은행 200개, 우리은행 139개, 신한은행 130개 등 순으로 은행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지점 건물이 매각 물건으로 쏟아져 나오게 되자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코자 앞다투어 뉴스테이 사업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KEB하나은행이 가장 적극적으로 뉴스테이를 공급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올해부터 차례대로 60개 지점 부지에 뉴스테이 기업형임대주택을 지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또 KB금융과 우리은행도 유휴 점포를 활용해 뉴스테이를 공급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새로운 은행업의 수익원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과 부동산 사업 담당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는 영업점 통폐합으로 문을 닫는 신한은행의 지점 건물과 KT의 옛 전화국 부지를 활용해 서울, 의정부, 부산, 대구 등에 뉴스테이를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 은행과 미국 산업의 변화

급변하는 금융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자기 변화는 중국은행이 먼저 시작했다. 중국 은행들은 일찍이 온라인쇼핑몰을 새로운 사업 채널로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은행인 건설은행, 공상은행은 현재 B2B, B2C 등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2012년 6월 건설은행은 중국은행 중 가장 먼저 쇼핑몰 사업에 진출하였다.쇼핑몰을 통한 고객 데이터 확보의 용이성과 은행비즈니스 활용 가능성을 인식한 혜안의 한 수 였다. 과거 알리바바와의 제휴를 통해 대출 상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플랫폼을 거의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직접적인 수수료 수익 증가는 없으나, 거래정보를 확보해 신용평가에 활용하거나 대출, 펀드 등 쇼핑몰 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연계·제공하는 등 온라인쇼핑몰을 하나의 채널로 활용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은행들의 온라인쇼핑몰 운영은 변화하는 금융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은행의 적극적인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상은행이 온라인쇼핑몰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E-ICBC(쇼핑몰, SNS, 다이렉트뱅킹 등 3대 플랫폼에 결제, 대출, 투자의 3대 금융서비스를 결합)’ 전략은 고객니즈 다변화, 핀테크 부상 등 금융생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혁신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기업들도 영속기업으로 남기위한  변화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미국의 IT기업 구글은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포털 기업이었지만 향후 몇 년 안에 자동차 생산 메이커와 인공지능과 로봇 생산업체를 꿈꾸고 있다.

또한 미국의 대형 화학기업인 몬산토는 ‘종자’ 관련 산업과 ‘데이터 기반의 바이오 농업’과 생명공학에 뛰어들었고 대표적인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DNA분석기업인 일루미나와 손잡고 개인용 건강관리 솔루션을 개발하여 새 영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변화에 매달리고 있다.

ICT의 발전과 핀테크로 대표되는 금융환경의 변화는 전 산업계와 사회 전반에 일대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영역의 담이 없는 무경계사회, 한마디로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열린 것이다.

모든 산업 간에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어떤 사회도 고정된 한 영역으로 남을 수 없다. 무경계사회, 통합과 융합의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의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가치의 시장을 만드는 것이 퍼플오션이라면 은행의 변신은 퍼플오션(Purple Ocean)을 향한 자기혁신의 껍질벗기(脫皮)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