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의 시대다. 인터넷과 IT 기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1인 미디어의 등장은 산업과 경제, 생활,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화장품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댓글' 혹은 '리뷰'를 100% 믿지 않는다. 직접 경험해보거나 일반인이 생생하게 전달하는 사용 후기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혼자서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미디어 환경과 보여 지는 마케팅이 아닌 실제 사용 경험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만나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연예인 화장법을 직접 보여주거나 사용한 제품의 후기를 마치 내 친구가 말해주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들이 '뷰티 크리에이터'다. 그리고 그들이 자주 사용하고 추천하는 제품은 구독자들의 소비로 연결된다.

SNS와 영상을 즐기는 2030 ‘소비 트렌드’

최근에는 10대~30대까지 모바일을 통해 짧은 영상을 즐겨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스낵 컬처'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정도다. 스낵컬처는 출퇴근길, 점심시간 등 짧은 시간을 이용해 문화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곧 소비자들이 문자보다는 영상에 더 친숙한 환경을 만든다.

화장품은 사실 개개인에 따라 같은 제품을 사용했더라도 너무 다른 평가가 나온다. 사람에 따라 피부 톤, 피부 결, 화장 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장품 소비에서는 유행과 입소문이 큰 역할을 한다. '누가 써봤는데 이렇다더라', '요즘 이 제품이 나왔는데 좋다더라' 등의 말을 듣고 실제로 구매를 하는 여성들이 많다. 이런 말을 듣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려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동의에 따른 모방 소비 경향이 강하게 형성된다.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져가면서 화장품 마케팅에서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유튜브 10위 안에 꼽히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평균 영상 구독자 수는 60만명이다. 파급력도 그만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는 특정 제품을 인기 뷰티 유투버·인스타그래머·블로거의 추천 제품이라고 홍보하기도 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새로 나온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솔직하게 평가한다. 어떤 제형이며 어떤 피부타입에 잘 맞을지,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어떤지 등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 제품을 활용해 어떤 메이크업을 하면 좋은지까지 설명하기도 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사용해 보지 않고도 간접적으로 제품 특성을 알 수 있게 되는 통로가 된다.

특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는 다양한 뷰티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이 공유되면서 또 다른 파급 효과를 낳기도 한다. 화장품 브랜드들은 구독자 수가 높은 뷰티 크리에이터들과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내놓기도 하고 아예 마케팅의 일환으로 자사 제품을 활용해 화장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면서 전과 후를 비교하는 식으로 광고를 하기도 한다. 이런 콘텐츠에는 실제 일반인들이 제품을 사용한 후기를 댓글에 남기면서 그 안에서 사용자들끼리의 제품 정보 교환이 이뤄진다. 이는 또 다른 마케팅 효과를 불러온다.

가장 구독자 수가 많은 국내 유튜브 뷰티 크리에이터는 ‘포니’다. 13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씬님’으로 98만명의 구독자수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에 ‘포니’를 검색하면 ‘포니 유튜브’, ‘포니 메이크업’, ‘포니 틴트’, ‘포니 컨투어링’, ‘포니 쿠션’ 등의 연관 검색어가 함께 뜬다. 그만큼 사람들이 ‘포니’라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사용하는 틴트나 쿠션 제품을 알고 싶어 하고 또 포니의 메이크업에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제품 구매로 이어진다.

화장품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가 한 번 형성되면 소비자에게 신뢰도와 충성도가 강하게 형성되는 편이지만 또 소비자들은 '좋으면 값이 저렴한 화장품, 모르는 브랜드라도 괜찮다'며 제품 구매를 하는 경향도 있다. 사실 화장품이라는 건 직접 써보기 전에는 추측만 가능할 뿐 실제로 나에게 맞는지 좋은 건지는 알 수 없는 제품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제품이 나에게는 맞지 않다면 '별로다'라는 인식이 생겨나는 것처럼 화장품 소비자들은 각자가 다양한 수요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기에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은 소비자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

▲ 출처=포니 유튜브 페이지 캡처

중국도 뷰티 크리에이터 '왕홍' 열풍

중국 내에서도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은 아주 크다. 중국에서는 50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중국 뷰티 크리에이터를 왕홍(网红)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웨이보·웨이신·텐센트 등을 통해 활동한다.

유명 왕홍인 '장다이'와 '쉐리'는 각각 405만명, 141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언론이 '왕홍 경제' 규모가 18조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을 정도로 이들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화장품 시장에서 중국은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 한류를 타고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인기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뷰티 크리에이터, 연예인을 통해 입소문이 난 제품들은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서도 인기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CJ E&M 뷰티채널인 온스타일(OnStyle)의 '겟잇뷰티' 프로그램에서 MC 이하늬가 즐겨 쓴다고 소개한 '마유크림'의 경우 중국까지 그 열풍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타오바오 몰에서 인기 화장품 순위에 머물기도 했다. 

▲ 출처=삼성증권

따라서 중국의 왕홍은 한국 브랜드들에게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여겨진다. 중국에서 핵심 소비층으로 불리는 빠링허우(八零后, 80년대 출생자)와 지우링허우(九零后, 90년대 출생자)는 한국 여성들과 비슷한 소비 성향을 보인다. 이코노믹리뷰에서는 지난 2월 23일 <중국 소비 키워드는 ‘여성·지우링허우·빠링허우’> 기사를 통해 최근 중국 소비 시장에서 1980년대 이후 태어난 Y세대 중에서도 여성들이 주요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음을 조명한 바 있다. 화장품은 여성들의 소비 경향에 따라 시장이 좌우되는 제품이기도 하다.

중국 시장은 온라인이 매우 중요한 채널이다. 잇츠스킨의 '프레스티지 달팽이 크림'의 경우 지난 2014년 중국의 한 웨이보 채널에서 고가 화장품과 비교했을 때 비교우위가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6초에 하나씩 팔리는 제품으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왕홍들 사이에서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더페이스샵의 색조 제품들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어 추후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국내와 중국에서 뷰티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에 100여명의 뷰티 콘텐츠 개인 제작자 초청 행사를 열기도 하고 2015년에는 구글코리아와 함께 '씬님', '리아유' 등 글로벌 뷰티 크리에이터 17명을 초청해 K-뷰티 행사를 열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맵시메이커'라는 이름으로 직접 전문 뷰티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