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지주사는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정점에 있는 만큼 각 계열사들의 고른 성장이 중요하다. 계열사들의 고른 성장을 위해서는 계열사 간 시너지가 필요한데 이러한 측면에서 ‘융합시대’의 흐름은 LG그룹에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LG그룹은 그렇게 시대를 뛰어넘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LG그룹은 그린 경영 전략인 ‘Green 2020’을 선포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함은 물론 녹색성장 추진을 통한 지속가능경영을 달성하기 위함이었으며 현재는 어느덧 약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시점이 돼버렸다.

이 기간 동안 LG그룹은 쉽지 않은 산업 환경에서 고군분투했다. 그만큼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이 걷히지 않는 상황이 지속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그룹은 뭔가 홀린 듯 이상하리만치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묵묵히 나아가고 있다.

‘Green 2020’ 발표 당시, LG그룹의 성장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다. 2020년까지 전체 매출의 15%를 그린 신사업에서 달성한다며 LED, 태양광, 전기자동차, 수처리 사업 등을 주력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임을 선포했다.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실질적으로 ‘Green 2020’이 LG그룹을 어떻게 바꿨는지 묻는다면 명확한 대답을 하기는 어렵다. 다만, LG그룹의 사업 방향성 및 전략이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LG그룹은 조용한 준비를 한 것이다.

LG그룹은 IT, 화학에 집중됐던 사업영역을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확대해 변화하고 있다. 최근 미래 성장산업과 관련해서는 소재산업이 웨어러블,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제조기술과 같은 산업의 메가트렌드를 이끌고 있으며 전기차와 스마트카의 핵심은 IT 부품과 VC 부품에서 온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장 트렌드 변화에 부응하듯 지난해 LG전자는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GM 전기차인 볼트 개발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

LG그룹 관점에서 보면 LG전자는 전기차 부품 사업의 컨트롤 타워다. LG전자는 구동장치, 차량용 공조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기차 배터리팩, 지능형 안전편의 장치로 불리는 첨단 운전자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 또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LG이노텍은 차량용 센서, 카메라모듈, 통신모듈 등,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는 차량용 내외장재, LG CNS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담당해 그룹 전체가 전기차 산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주사란 이름으로 미래를 그린다

전기차 사업과 관련된 LG그룹 계열사들은 단순 전기차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각 분야 고유의 사업을 유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미래성장동력인 전기차 분야로 확대한 것이다. 이는 ‘융합시대’가 열리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시점에서 지난 2003년 지주사 전환이후 LG그룹이 언급한 ‘유비쿼터스’와 ‘컨버전스’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LG그룹은 모든 사업 분야에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실패도 맛봤으며 시장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LG그룹이 내뱉은 ‘미래의 시대’를 바라보며 달려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만약 LG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현재의 LG그룹을 이뤄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생긴다.

지주사의 최대 목표는 계열사의 고른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주사의 가치를 증대시키고 지배주주의 지위를 굳건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따라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업 부문별 인위적인 조정 등의 편법 등은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LG그룹의 여러 계열사들이 ‘전기차’라는 테마에 묶여 하나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각 계열사의 관점보다 ‘LG’라는 하나의 기업으로 인식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LG그룹이 전기차 외 여타 신성장 동력으로 눈을 돌릴 때,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될지 모를 일이다. 큰 규모의 조직이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지주사 체제 안에서 계열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면 규모의 경제는 물론 기동력도 확보되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미래 산업의 대부분은 IT 기반 인프라가 주축이다. IT 기반 인프라는 크게 전자와 통신산업이 담당한다. 특이한 점은 삼성그룹은 통신회사가 없으며 SK그룹은 전자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전자 및 통신회사를 보유한 국내 유일의 그룹은 LG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LG그룹의 2003년 지주사로의 전환은 시대를 뛰어넘는 승부수였다고 할 수 있다. 다가올 미래시대에 누가 강자가 될 요건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미리 예상한 것처럼 말이다.

 

2020년을 향해 가는 LG

지주사 역량 강화는 (주)LG의 지분율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주)LG의 지분율은 지난 2004년 10.26%에서 2015년 말 기준 11.28%로 증가했다. 한편,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 상무의 LG에 대한 지분율은 이 기간 동안 2.80%에서 6.03%로 상승했다. 이미 승계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타 그룹사들의 승계 과정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셈법과는 분명히 다르다.

출처:이베스트투자증권, 전자공시

구 씨 일가의 (주)LG에 대한 총 지분율은 지난 2008년 48.60%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큰 변화가 없다. 이는 누군가가 지분을 내놓으면 또 다른 누군가는 다시 지분을 사들인다는 것이다.

2004년 이후 LG 지분 변화 형태를 보면 주로 장내 매수 혹은 증여다. 이는 LG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누르는 매수하는 ‘편법 승계’가 아닌 것이다. 일찌감치 지주사로 전환한 만큼 승계 작업에 대한 부담이 적을 뿐만 아니라 구 씨 일가의 (주)LG의 견고한 지분율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현재 구광모 상무는 LG상사 지분 2.11%를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이 LG상사의 지분 27.62%를 보유하고 있다. LG상사는 (주)LG의 자회사는 아니지만 구 씨 일가의 소유다. 지난해 LG상사가 범한판토스 지분 51%를 확보하고 범한판토스가 하이로지스틱스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LG그룹은 LG상사를 성장시키고 향후 (주)LG가 구 씨 일가가 보유한 LG상사의 지분을 사들이면 ‘지주사’의 그림은 더욱 견고해진다.

최근 국내 시장은 지주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편법 승계’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등 지주사에 대한 관심만큼 재벌그룹들을 향한 따가운 눈초리의 시선도 많아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LG그룹이 이러한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향후 LG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도 여타 그룹사 대비 복잡하지 않다.

2020년의 비전을 목표로 두고 있는 LG그룹의 모습에서 지난 2003년 LG그룹의 모습이 비춰진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겠다는 다짐은 여전히 변함이 없고 시장의 쓴소리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나아간다. 그것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길이라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다. 변함이 없기에 2020년의 LG그룹은 2003년과도 같은 모습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