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 S7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3월 갤럭시 S7 시리즈가 출시된 후 20일 만에 1000만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가운데, 2분기에 무려 1500만대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와 2분기를 합산할 경우 갤럭시 S7 판매량이 25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출처=삼성전자

불안한 시작

삼성전자는 갤럭시 S7을 지난 2월 MWC 2016이 열리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 센터(CCIB)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16’을 통해 공개했다. 한계를 넘어서(Beyond Barriers)를 주제로 진행된 언팩 행사는 가상현실 및 360도 중계를 통해 눈길을 끌었으며, 실제 언팩에 참석한 5000여명은 기어 VR로 제품을 체험하기도 했다.

핵심은 삼성전자의 상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7 시리즈였다. 강점은 뚜렷했다. DSLR에 사용되는 최신기술인 듀얼 픽셀 이미지 센서를 사용해 어두운 곳에서도 밝고 선명한 사진을 빠르게 촬영이 가능하다. 듀얼픽셀을 비롯해 전면 카메라는 후면 카메라와 동일한 F1.7의 밝은 렌즈를 탑재했으며 메탈과 글래스 디자인을 바탕으로 바디가 구축됐다. 방수 및 방진 최고 규격인 IP68 등급을 적용했으며 USB 단자 및 이어폰잭 등 개별 부품을 포함한 스마트폰 전체 구조에 방수기능을 탑재해 USB 커버가 없이도 방수가 가능하다.

배터리 기술도 눈길을 끈다. 갤럭시 S7은 갤럭시 S6(2550mAh)보다 배터리 용량을 18% 늘린 3000mA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갤럭시 S7 엣지는 갤럭시 S6 엣지(2600mAh) 보다 38% 늘어난 3600mAh 배터리를 채용했다. 초고속 충전과 게임을 위한 다양한 편의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 론처(Game Launcher)’ 및 ‘게임 툴즈(Game Tools)’도 눈길을 끌었다. 시계, 달력, 테마 이미지 등 사용자가 지정한 각종 정보를 디스플레이 화면 전체에 항상 표시해 주는 AOD(Always On Display) 기능도 적용했다.

특히 갤럭시 S7 엣지는 전후면 모두 커브드 글래스를 적용해 곡선미가 더욱 강조됐고 5.5형의 대 화면에도 불구하고 베젤은 더욱 얇아졌다.

나아가 갤럭시 클럽도 론칭했다. 해마다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교체해주는 구매 프로그램이며, 일정 금액만 납부하면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갤럭시 S7 시리즈에만 적용되며 2년 약정으로 단말기를 구입한 후 1년만 쓰고 반납하면 신형 단말기로 바꿔준다. 나머지 할부금액은 면제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갤럭시 S7이 전작인 갤럭시 S6에 비해 하드웨어적 업그레이드만 끌어냈을 뿐, 비약적인 퀀텀점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혹평을 남기기도 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을 비밀무기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출시 초반 업계의 관심은 LG전자의 모듈식 스마트폰인 LG G5의 혁신에 집중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쟁자들의 성장도 문제다. 이미 중국 시장을 석권한 샤오미와 더불어 P9을 통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시작한 화웨이, 이어 최근 급성장한 비보와 오포를 비롯해 프리미엄의 왕자 애플이 보여준 존재감은 갤럭시 S7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었다.

▲ 출처=삼성전자

“갤럭시 S7, 장인이 만들었다”

지난 3월 10일 삼성전자는 갤럭시 S7 미디어 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은 “모바일 시대의 장인정신을 가진 집단은 바로 삼성전자”라며 “우리가 감히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갤럭시 S7이 다소 부진했던 갤럭시 S6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3월 말 갤럭시 S7가 출시되며 다양한 마케팅과 더불어 스펙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살아나자, 갤럭시 S7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3월 26일 서울역, 합정 메세나폴리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몰, 광주 유스퀘어, 롯데 백화점 본점 등에서 체험존을 운영하는 한편 4월에는 전국 2200개 매장을 포함하는 전국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 출처=삼성전자

4월로 접어들며 갤럭시 S7의 심상치 않은 인기가 가시적으로 감지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 S7의 인기는 이미 전작인 갤럭시 S6의 인기를 넘어 출시 첫 달 실적을 앞질렀다. 약 25% 정도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출하량은 1000만대 이상이다. 대륙별 첫 달 판매고 상승률은 미국에서 30%, 서유럽 20%, 중국 10%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의 성과가 고무적이며 VR 헤드셋인 기어 VR 무료 배포와 통신사들의 1+1 판매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삼성전자 북미 시장 점유율은 약 40%를 기록하며 전성기던 2014년 3분기 수준을 회복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 애널리스트는 “갤럭시 S7 시리즈는 곡선형의 뒷면과 돌출부를 최대한 감소한 카메라처럼 섬세한 디자인 업그레이드가 돋보이는 모델”이라며 “카메라 성능 업그레이드, 확장 가능한 메모리 용량, 방수 기능을 낮아진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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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5일, 갤럭시 S7의 2분기 판매량이 1500만대에 달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는 갤럭시 S6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며 1, 2분기 모두 합치면 25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1분기 매출 기준 점유율이 전년과 비교해 약 2% 상승하고 판매량 기준 점유율이 0.3%로 떨어지는 등 편균판매단가(ASP)가 높아지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갤럭시 S7 판매 중 갤럭시 S7 엣지 비중이 50%에 달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고가인 갤럭시 S7 엣지가 많이 팔렸다는 점은 전체 수익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가격 비교사이트인 카카쿠 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출시된 갤럭시 S7 엣지는 전체 인기순위에서 도모코 버전으로 1위, au 버전으로 5위를 꿰찼다.

자연스럽게 2분기 삼성전자 실적전망도 맑음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과 순이익을 각각 7.7%, 7.5% 상향하며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6조8530억원에서 7조7350억원으로 올렸다. 유진투자증권은 7조4520억원으로, IBK투자증권은 7조7900억원으로 전망했다. IM부문의 호성적이 예상된다. 영업이익 4조원 회복이 조심스럽게 예상된다. 최근 반도체의 DS부문에 왕좌를 내주며 고전했던 갤럭시 신화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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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갤럭시 S7을 날게 만들었나?

갤럭시 S7이 일각의 우울한 전망을 떨쳐내고 고공행진을 거듭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본에 충실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는 성공 방정식을 충실하게 풀었기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의 확보가 하드웨어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아웃도어 특화는 물론, 그 기능적 강점을 촘촘하게 강조했다는 뜻이다. 기술상향표준화의 여파로 독특한 기술력을 강조하기보다는 방수 및 방진은 물론 준수한 배터리 능력을 어필한 것이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는 뜻이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특단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해석도 있다. 원래 삼성전자는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될 경우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벌였으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다양한 배경설명이 나오고 있지만 아이폰 SE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LG G5의 출시가 생각보다 늦어지자 판촉 타이밍을 늦췄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이제 삼성전자 갤럭시 S 시리즈는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세계적 인지도를 갖췄다는 평가다.

갤럭시 S7 엣지의 경우 곡면 디스플레이의 수율을 끌어올리고 물량 확보에 주력해 초기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점도 꼽힌다. 갤럭시 S6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초반 분위기를 이어갈 기회를 잡았다는 뜻이다. 동시에 갤럭시 노트 4부터 시작된 엣지의 기능성을 시장에 적절하게 설명해 프리미엄 라인업의 중요한 무기로 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패블릿 및 투톱 라인업 기조를 충실히 잡아가는 한편 하반기 스타일러스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 시리즈와 상반기 갤럭시 S 시리즈의 시너지도 노리고 있다. 정해진 라인업을 파괴하며 ‘플러스’ 모델까지 추구하는 방식이 이용자의 눈도장을 찍었다는 뜻이다.

나아가 국내시장의 경우 공시지원금을 낮춘 대목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 출처=삼성전자

경쟁자들이 의외로 부진했다는 해석도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아직 일정정도 남아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야심차게 준비한 아이폰 SE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며, 그 외 프리미엄 시장에서 뚜렷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갤럭시 S7의 대항마로 LG G5가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1, 2주 만에 최장자에서 내려오며 갤럭시 S7을 위협하지 못했다”며 “그 외 글로벌 시장에서도 갤럭시 S7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상대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브랜드 효과 및 현지화 전략도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7을 출시하며 일부 지역에서 통신사 및 자사 로고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글로벌 브랜드임을 강조하는 한편, 현지상황에 맞는 네이밍 등으로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다양한 프로모션과 더불어 한정판 에디션을 계획하는 등 나름의 마케팅 노력도 빛을 발한다는 소식이다. 삼성전자는 13일 오전 10시부터 갤럭시 S7 엣지 인저스티스 에디션(Injustice Edition) 패키지를 1000대 한정으로 삼성전자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공급했다. 인기 모바일 게임 인저스티스: 갓스 어몽 어스 (Injustice: Gods Among Us)의 배트맨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본 에디션은, 지난달 27일 언박싱 영상과 함께 티저가 공개되어 많은 관심을 끌었던 바 있다. 블랙과 골드를 바탕으로 배경 화면에 인저스티스 테마를 적용했다. 후면 중앙에는 골드 색상의 배트맨 앰블럼을 배치하고, 하단에는 0001부터 1000번까지 한정판(Limited Edition) 일련번호를 각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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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경쟁력 등 다양한 플러스 알파의 인프라도 주효했다. 기어 VR을 중심으로 기어360 등 적극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가상현실의 만남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구글의 데이드림과 페이스북 오큘러스 등 다양한 생태계 동맹군과 만나 스마트폰 이상의 가치를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특별한 사용자 경험이 갤럭시 S7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고동진 사장의 지도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있다. 무선개발실장으로 근무하던 고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갤럭시 시리즈를 총괄하며 현장에서 체득한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디자인과 내부구조를 크게 변경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끌어내는 전략의 이면에는 고 사장의 의중이 주효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부품 재고를 줄이고 단가를 낮추는 방법론이 가능했던 원동력이다.

물론 갤럭시 S7 시리즈의 앞날이 마냥 평탄한 것도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8일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총 15억대로 성장률은 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14.4% 성장률에 비하면 절반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렇게 흘러가면 2020년 스마트폰 판매량은 19억대 수준에 머물 것이 유력하다. 로베르타 코자(Roberta Cozza) 연구원은 “선진시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사용 주기는 2.5년이며, 이러한 양상은 향후 5년 동안은 급격하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 중저가 라인업을 내세운 중국 제조사의 반격도 만만치 않고, 하반기 애플의 새로운 아이폰도 ‘강렬한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중저가 라인업을 튼실하게 유지하며 프리미엄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그리고 갤럭시 S7은 사실상 성공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