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긴 여운을 남기기 마련이다. 저마다 다른 생활 모습을 하고 사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가슴속 깊은 곳에 뭔가를 담아올 수 있다. 개발이 됐든 그렇지 않든 중요치 않다. 빌딩 숲속에 갖혀 있던 사람이라면 자연과 벗 삼아 느리게 사는 삶을 꿈꾼다. 전 세계 국가 중 자연의 모습을 오롯이 담고 있는 몽골. 그곳에 가고 싶다.

몽골은 이름만큼이나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은 아니다. 사방이 사막에 뒤덮혀 있어 편안한 휴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목민의 특성상 발달된 도시도 없다. 교통편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의미에서 편안한 휴식을 위해서라면 몽골은 좋은 여행지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몽골은 최고의 여행지다. 한번 찾은 여행객은 다시 그곳을 찾는다. 이 시대 마지막 로맨스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벗 삼아 풍류를 즐기는 삶.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기고 물 흐르듯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몽골이다.

유네스코 지정 훼손되지 않은 세계 자연 유산
몽골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 유산의 보고로 전 세계 2%의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나라다. 자연 체험을 위주로 광활한 대초원, 몽골 제일 청정 흡수골 호수의 비경,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화 군락지, 사막과 호수에서의 장엄한 일출, 지평선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별천지인 밤하늘 쏟아질 듯한 별과 은하수 환상체험, 항가이산맥의 노천 온천, 사막 트레킹을 겸한 낙타체험, 테렐지대초원 승마체험 등이 가능하다.

인천공항에서 몽골 울란바토르 국제공항까지는 비행기로 3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몽골의 초원과 호수로 연결되는 대자연의 풍광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얘기다. 푸른 초원 위의 하얀 게르에서의 숙박은 기존 여행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 놓기에 충분하다.

몽골은 한국보다 15배 이상이 크다. 드넓은 초원과 사막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평균 기온이 15∼20도 정도로 춥지도 덥지도 않다.

몽골의 첫 관문은 울란바토르. 수도인 동시에 가장 번화가다.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몽골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번화가라고 해도 국내 지방 대도시 수준. 해발 1300m에 자리 잡고 있어 일교차가 큰 편이다. 울란바토르는 몽골어로 붉은 영웅이란 뜻이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지리적 특성상 침략에 따른 식민지로 전락했다가 오뚜기처럼 독립한 역사를 기념하는 이름이다.


시내 중심엔 말 위에 오른손을 높이 치켜든 동상이 있는 수흐바타르광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중국으로 부터 독립을 꾀한 몽골 영웅 수흐바타르를 기념하는 곳이다. 주변에 국회의사당과 오페라 하우스 등이 몰려 있어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울란바토르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은 울란바토르 역사박물관이다. 선사시대부터 구석기시대, 청동기시대까지 유물을 만나 볼 수 있다.

자이승전망대는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해 지은 전망대다. 전망대에 오르면 울란바토르 시내 전경을 한 눈에 감상이 가능하다. 겨울궁전은 몽골의 마지막 왕이 생활했던 곳으로 현재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시내 관광 다음엔 외곽을 둘러볼 차례.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테렐지국립공원은 꼭 가볼 필요가 있다. 기이하게 생간 바위산과 초원, 강이 만들어 내는 자연경관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특히 여름철 초원에 피어난 수많은 들꽃은 낭만적이다.

이곳에서는 사막과 호수에서의 장엄한 일출과 석양, 지평선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별천지인 밤하늘 쏟아질 듯한 별과 은하수 환상체험이 가능하다. 테렐지대초원, 고비사막, 헙스걸 호수는 세계 3대 별 관측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승마체험도 할 수 있는데 초보자라고 해도 잘 훈련된 말을 타고 푸른 초원과 숲을 질주하며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와 꼭 닮은 사람에게 느끼는 따뜻한 매력
테렐지국립공원에서 몽골인의 이동식 주택인 게르에서 머물면서 유목민 생활의 체험이 가능하다. 게르에서 방금 잡은 양고기를 맛볼 수 있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술잔을 기울일 수도 있다.

몽골은 여행지보다 몽골인과의 만남 자체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친절함과 섬세함, 자상함과 정열적인 성격의 몽골인에겐 사람 향기가 난다. 유목민의 특성상 사람들과 쉽게 친해진다.

몽골인은 손님을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에 손님이 찾으면 술로써 맞이한다. 술을 받으면 네 번째 손가락을 이용해 술을 묻혀 하늘과 땅, 그리고 자신의 이마에 털며 주인의 환대에 화답해야 한다.

몽골 여행을 하다보면 전통가옥인 게르에서 묵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점을 주의해야 한다. 게르는 3~4 명이 한 공간에서 보낼 수 있도록 고안된 임시 거처다. 풀로 만든 주머니에서 점차적으로 개량돼 지금의 양털을 사용한 게르가 등장했다. 현재 게르를 통한 몽골 전통 숙박을 체험하는 시설이 곳곳에 갖춰져 있다.

게르는 크게 나무로 된 틀과 펠트 천으로 된 겉부분으로 나뉜다. 벽은 약 1.5m 길이의 나무 10~15개로 만들어 접었다 펼 수 있게 만든다. 게르의 천은 여름에 외부의 열기를 차단하고 태양빛을 가려 시원함을 유지하게 해준다. 또 낮고 둥글어서 강한 바람을 잘 견뎌 웬만한 호텔 못지않은 편의성을 자랑한다.

몽골 여행은 크게 다섯 가지 테마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사막 트레킹. 낙타를 타고 사막을 지나고 세계 최대 공룡화석 발굴지인 바양작과 사막에서의 겨울을 체험할 수 있는 어름계곡 율린암이 주요 코스다.

두 번째는 헙스걸호수 관광. 몽골 제일 청정지역으로 유람선을 타고 야생화 군락지를 둘러보고 호수 주변에서 승마 체험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온천 체험이다. 유황온천인 짜르갈란트온천과 쳉헤르온천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넷째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문화유산 테렐지국립공원과 호스타이국립공원을 둘러보는 것이다. 톨강 산책과 야생화 감상은 초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또 세계 최대 야생마 서식지 호스타이국립공원도 수많은 볼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마지막은 러시아 연계 연행. 이르쿠츠크, 리스트반캬, 바이칼호수, 알혼섬 등 몽골과 러시아를 오가며 자연 경관을 즐기는 게 가능하다.

몽골관광사무소 찾으면 최고의 일정 OK
몽골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권 확보다. 대한항공과 몽골항공 두 항공사가 독점 운행하면서, 주 6회 이상 운항할 경우 복수 항공사 취항이라는 국제법상의 규정으로 인해 운항 편수 제한이 좌석 부족 현상을 매년 반복되고 있다.

또 매년 봉사활동을 위해 방문하는 단체, 선교 활동을 위한 종교 단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식수 행사 단체 등 굵직굵직한 단체들 방문이 많아 비행기 표를 구하기 힘들다. 성수기 항공권은 4월부터 원하는 일정의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4박5일 또는 5박6일 등 여행 일정과 동행 인원 명단을 확정한 후 제일 먼저 항공권을 확보해야 한다.

몽골은 패키지여행보다 4인 이상 팀을 구성해 몽골관광청 서울사무소와 상의를 하면 최고의 일정을 만들 수 있다. 몽골관광청 서울사무소에서는 몽골여행 전문가의 경험과 다녀온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여행 일정, 인원 수, 항공편, 테마에 따라 맞춤여행 일정 등을 한 번에 조율이 가능하다.

여행에 필요한 짐을 챙길 때도 준비가 필요하다. 몽골은 극도의 대륙성 자연을 갖고 있는 곳이다. 몽골의 북쪽 지방을 가로지르는 분수령을 경계로 몽골의 기후는 서로 다른 2가지로 나뉜다. 북쪽 지방에는 동시베리아의 자연 풍경이 이어지는 반면 몽골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부에는 중앙아시아의 사막과 역시 사막과 흡사한 반사막이 차지하고 있다.

대부부의 여행지가 대륙성 기후로 사계절이 뚜렷하고 일교차가 크다. 봄엔 황사 현상과 영하의 일교차, 가을은 초겨울 날씨, 한겨울엔 너무 추워 여행에 적합하지 않고, 여름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나 비가 거의 오지 않지만 습도가 낮다.

온도 자체는 높은 편(12~30도)이나 습도가 낮아 그늘만 들어가도 시원하며 건조해 땀이 잘 나지 않는다. 여름철에도 일교차가 크며, 야간에 기온이 급격히 내려갈 수 있으므로 따뜻한 옷 준비는 필수. 고위도 지역으로 자외선이 강해 차단크림, 선글라스, 모자를 준비한다. 땀이 잘 나지 않기 때문에 운동화에 청바지, 긴팔 티와 얇은 점퍼 또는 얇은 파카, 양산(다목적임), 양말과 속옷은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게 좋다.

몽골 여행 이것만은 꼭 챙기자

몽골은 2년에 4회 이상 방문 시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 그러나 2년의 기준 해석상 오류로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날짜 계산에 의한 2년(730일) 동안이 아니라, 전년도 1월1일부터 올해 현재까지 4회 방문이 된다. 올해 1월2일이면 366일 동안 4회란 얘기다. 이 문제로 종종 몽골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심사 과정에서 다투다 대부분 다음 항공편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도착비자가 허용되었으나 지금은 제도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에 반드시 한국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또 몽골을 거쳐 러시아 바이칼호수를 다녀올 경우 한국에서 몽골 입국, 러시아 여행 후 몽골 입국이 됨으로 몽골은 복수비자, 러시아는 단수비자가 필요하다.

여권은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하며 사진 1장, 집 주소, 연락처가 있으면 몽골비자 신청이 가능하다. 몽골비자 신청 및 발급은 한몽교류진흥협회(주한몽골명예영사관)로 일원화돼 직접 진행할 수도 있다. 출입국시에는 귀금속에 대해 세관원에게 신고를 해야 출국 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웅담, 녹용, 사향은 반출 금지 품목으로 반출이 되지 않으며 적발 시 형사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골동품 역시 반출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특히 유사 골동품 또는 유사 골동품인 줄 알고 관광지에서 구입 했는데 진짜 유물인 경우가 있어 구입 시 영수증을 반드시 받아 지참해야만 세관원이 요구 시 제시해야 탈이 없다(영수증이 없는 경우 출국 시 공항에서 압류 당할 수도 있음).

무심코 한 손짓·술자랑 자칫하면 낭패

몽골의 문화는 독특하다. 손짓 하나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행동 자체를 조심해야만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일례로 어깨나 엉덩이를 두드리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의미로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또 식탁을 두드리는 것은 결투를 신청한다는 의미다. 몽골 여행 중 주의해야 할 행동 몇 가지를 소개한다.

몽골인은 유목 생활 중 도축할 가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때문에 사람은 손바닥을 위로 펴서 가리킨다. 실내에서 모자를 쓰고 있거나 문턱, 부뚜막을 밟지 않아야 한다. 또 실수로라도 상대방의 발을 밟으면 곧바로 악수를 해야 한다. 이밖에 몽골인과 술 대작을 하거나 힘 자랑을 하면 큰 오산. 70 노인이라고 해도 주량과 힘이 만만치 않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