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없어질 업종일까요. 해운이 없어질 업종일까요. 철강이 없어질 업종일까요. 세상이 바뀌어도 많이 바뀐 것 맞지만, 요즘처럼 언론에 도배를 하듯이 나오는 소식을 접하면 이들 업종이 곧 망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이들 업종은 지구가 존재하는 한 절대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바다에 물이 다 말라버리면 이들 업종은 없어질 겁니다. 단순히 글로벌 경기 악화라는 상황 변수로 인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불황을 겪고 있을 뿐이죠. 새로운 금속으로 대체될 세상을 맞이하게 될 철강업계로는 또 다른 소재의 금속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런 와중에 한 기업의 행보가 눈길을 끕니다.

아마존은 왜 배를 사들이고 있는 걸까요. 해운선사들 대부분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하는데 이 어려운 시점에 선박투자를 하는 아마존은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아마존은 종합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하지만 하지 않는 사업이 없습니다. 인공지능 사업도 인공 위성 사업도 합니다. 물론 자주 회자되는 드론 부문에서는 세계에서 제일 앞서가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물론 IT 사업도 단연 선두권입니다.

아마존의 경영원칙은 딱 한 가지입니다. 오직 수익률 1%의 목표를 지켜내기 위해 경비 최소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합니다. 1% 수익률 유지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이 아마존입니다. 10%도 아니고 1%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가격경쟁력 때문입니다. 최저가는 아름답다는 원칙으로 최우선 가치가 1%의 수익성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쇼핑몰이 아마존을 이길 수 없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아마존과 싸우려면 1%의 수익 기반에서 가격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힘든 원칙을 구현해내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최강의 쇼핑몰로 여전히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왜 배를 사들이고 있는 걸까요. 이런 그림을 그려봅니다. 물류는 유통의 가격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물론 모든 산업군이 마찬가지입니다. 현지 조달로만 풀 수 없는 물류는 역시 해운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아마존이 배를 사서 물건을 운송하고 인천항에 정박하면서 육상 물류와 연결만 해준다면, 아마존은 아마도 한국 현지에 물류센터를 설립하지 않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배달할 수 있게 됩니다.

어차피 비용을 들여 해야 할 해운을 직접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배가 항구에 정박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는 떠다니는 물류 센터 역할도 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아마존이 한국 물류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계획한다면 육상에 최첨단 대형 물류센터를 지어야 합니다. 신설비는 물론 땅 매입과 인허가 절차 등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해운을 담당했던 배가 어느 순간 항구에 물류센터를 대신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지상 간의 물류는 드론이 해주거나, 현지 육상물류 업체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으면 될 것입니다. 해운과 물류센터를 동시에 해결하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닐까요.

최소의 물류비로 역시 최저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또 하나의 비법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아마존이 인공위성사업을 하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아마존의 물건을 지구상 어디에서나 편안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아마존의 선박 프로젝트로 해운과 물류센터를 동시에 해결하는 그림이 완성될 듯 합니다.

아마존은 글로벌 조선과 해운업이 최악의 상황을 맞아 선박이 가장 헐값인 상황을 최저가에 매수할 기회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인수합병 시장으로 치면 지금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투자는 지금 해야 하지 않을까요.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을 거라는 두려움을 갖고 투자를 미루다 보면 결국 발목, 아니 허벅지에서 인수를 할 수밖에 없는 ‘하이리스크’를 짊어지게 됩니다.

조선 해운업이 상투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지금은 바닥 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현실이 공교롭게도 지금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라는 아이러니를 보게 됩니다. 상투에 사면 바닥에 땅을 칠 수밖에 없는 것과 바닥에 사면 대박을 칠 수밖에 없다는 상반된 진리가 존재합니다.

늘 쫓아가는 구조조정은, 투자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평소에 이루어져야 할 구조조정을 늘 사단이 벌어지고 난 후 허겁지겁 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준비는 늘 없는 것입니다.

현재의 이 상황은 준비를 해 온 기업에게는 빅찬스 상황입니다. 인수합병시장은 늘 최악의 상황에서 투자를 하는 바이어들이 늘 크게 먹게 마련입니다.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자본력이 있다면 그들은 늘 위너입니다. 지금 글로벌 시장은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지만 자본력이 막강한 자본주들에게는 시장을 값싸게 장악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입니다.

자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망하기 일보 직전인데 웬 헛소리냐고요. 그렇습니다. 헛소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헛소리가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헛소리로 귀결될까요.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격언을 우리는 늘 하곤 합니다. 최악의 상황에 미소를 지으며 선박을 값싸게 사들이고 있는 아마존의 행보를 우리는 되짚어 봐야 합니다. 자본이 없다고요. 자본이 없는 게 아니고 그런 그림을 못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국부펀드는 왜 만들었을까요. 차라리 국부펀드가 나서서 자본조달을 최대한 더 하고,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선박들을 사들이거나 조선업체들을 인수할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역발상은 역경을 기회로 둔갑시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