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엄마 역의 김혜자가 돌연 독립을 선언했다. 당시 나는 드라마를 보며 느닷없이 불안했다. 혹시 아내가 나보다 먼저 독립을 선언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괜한 두려움이 엄습했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나는 아내에게 선빵(?)을 날린 셈이다. 그런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아내는 나의 독립을 은근히 반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고생 좀 해봐라 남편아!

꽃같이 고운(하하하…)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이 있는 대구로 가야 하는 주말. 토요일 진료를 마치니 벌써 늦은 오후다. 마음은 이미 대구지만 몸은 진료실 의자 위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퇴근 후 안아 달라 놀아 달라 보채는 아이들 없는 일주일을 보냈는데, 분명 아내느님의 심부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주일을 보냈는데 왜 내 몸은 이렇게 무거운가. 아직 혼자라이프의 몸풀기가 끝나지 않았다.

총알택시보다 빠른 KTX가 나를 대구까지 인도하면 가족과의 꿈같은 주말이 솜사탕처럼 녹아내린다. 아내가 싸준 밑반찬을 받아들고 서울로 돌아왔는데, 미처 다 먹지 못한 반찬들이, 쓰레기로 환골탈태한 음식물이 나를 기다린다. 묵은 것들을 버려야 아내가 싸준 신선한 반찬들을 넣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 주말 싸준 반찬을 모두 먹었다고 선한 거짓말을 하고 받아온 NEW반찬).

 

집밥 최 선생, 짜게 먹고 싱거워지기

대학시절 자취를 하면서도 손수 차려낸 밥상은 기껏 라면이 전부였다. 당시엔 다들 그랬다. 하지만 21세기 혼자남이란 무릇 눈 감고도 뚝딱 차려내는 레시피 한두 개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쿡방이 대세라는 말을 실감케 하듯 서점에는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다는 레시피북이 잔뜩이고,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봐도 같은 요리 하나에 십수 가지의 요리법이 즐비하다. 운동을 하면서 몸짱이 되는 즐거움을 누렸으니 이제 맛있게 먹는 식도락과 혼자 차려낸 밥상에 대한 성취가 필요하다. 우리에겐 ‘집밥 백 선생’이 있나니~

아내가 담아준 밑반찬이 있으니 메인디시 하나면 되겠다. 가장 만만하고 든든한 두부조림 당첨! 밑재료는 진료 시작 전 온라인 마트에서 주문하면 퇴근시간 맞춰 현관까지 친절하게 배송해준다. 역시 입에 단 음식은 몸에 나쁠까. 기왕 먹을 때는 기분 좋게 먹어야 한다.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나트륨을 빼주는 음식을 곁들이면 된다.

 

한의사 최종원이 전하는 “나트륨 배출 쉽지 말입니다”

1. 나트륨 배출을 위해 바나나를 챙겨먹자. 바나나는 풍부한 칼륨을 함유하고 있어서 나트륨의 배출을 돕는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진 상식이다. 나는 더 현실적인 이유로 바나나를 권해주고 싶다(값이 저렴하고, 까먹기도 귀찮지 않으면서, 맛까지 좋다는 게 그 이유이다).

2. 출출한 저녁 라면이 당긴다면, 우유를 넣은 라면을 권해주고 싶다. 야식으로 라면을 먹고도 얼굴이 붓지 않는 노하우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만약 깔끔한 국물을 원한다면 라면을 끓일 때 양배추를 넣어보자.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면 스프의 양을 조금 줄이고 청양고추나 고춧가루를 조금 넣는 것도 좋다.

3. 간식으로 시원한 오이를 하나 씹어먹는 것도 좋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부족해지기 쉬운 수분과 미네랄을 공급해주면서, 나트륨의 배출까지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