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3대 글로벌 이벤트로 불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의·미국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투표 중 첫 번째 주자인 OPEC회의는 아무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지난 목요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이 회의에서 원유 가격 안정을 위해 산유량 동결이나 감소를 기대되기도 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신임 석유장관과 OPEC석유장관은 어떤 변화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번 회동 역시 지난 4월 카타르 도하 회동과 마찬가지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아무 성과 없이 끝나자 이제는 더 이상 OPEC회의에 세계 석유 생산량 조정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사회과학 연구소인 Brooking의 조지 페리(George L. Perry)는 “중요한 것은 누구도 2014년 말부터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른 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산유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는 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저유가가 시작되기 전인 2014년 말까지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른 것은 중국을 비롯해 에너지에 목말랐던 개발도상국들의 수요증가와 서방 국가들의 이란 경제제재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아메리카의 미국과 캐나다에서 셰일오일 대량 생산을 실현해 내면서 급속도로 산유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사우디는 전체 산유량이 일정한 상황에서 셰일오일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자신들이 산유량을 줄여야 원유 가격을 배럴당 100달러 선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들은 석유생산의 패권을 내줄 생각이 없었고 결국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2년 가까이 저유가가 지속되었다.

게다가 OPEC 산유량의 11%를 차지하던 이란이 올해 초 서방의 경제제재에서 풀려나면서 제재 이전 수준의 산유량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생산 경쟁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석유이외의 문제에서도 철천지원수 관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산유량 동결 합의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21st century wire

최근에는 또 다른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시리아 그리고 이라크 같은 국가들의 정치, 군사적으로 갈등으로 인해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기며 원유 가격 상승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전망하기 힘든 상황이다.

페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20세기 초반, 아무것도 없는 중동의 모래사막에서 최대의 유전이 발견된 것과, 석유 시장이 여전히 한 세기 가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들의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지금의 배럴당 50달러 수준에서 미국의 원유 생산업체들이 산유량에 변화를 줄 것인지와 저유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셰일오일 생산은 전통적인 원유 생산처럼 마음먹은 대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연 초부터 많은 셰일 업체들이 몰락하고 있다. 일부 셰일오일 생산 업체들은 여전히 낮은 유가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지만 사우디를 비롯한 OPEC국가들이 이같은 치킨게임을 계속하고 있어 이들의 장래도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원유 가격에 따라 미국의 산유량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의 산유량 또한 원유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당분간 국제 원유 시장은 불확실성이 지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OPEC 국가들이 과거처럼 산유량에 대해 합의를 한다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아랍권 국가들이 과연 자신들의 산유량을 축소하고 이란만이 생산을 늘려 높은 가격에 원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할지를 생각해보면 유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산유국들의 생산 경쟁 외에도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인한 중장기적 탈(脫)석유화, 세계경기침체의 지속 등 저유가가 지속될 요인이 많은 상황이다.

다만 3일(현지시간) 미국 고용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발표되면서 14~15일에 있을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폭 줄어듦에 따라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가치와 유가는 역의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 출처=네이버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며 달러 가치 하락 시 원유를 결제하는데 더 많은 달러를 지불해야 해 달러로 표시된 유가가 상승하게 되며, 반대로 달러 가치 상승 시 더 적은 달러로 같은 양의 원유를 살 수 있게 되어 유가가 하락하게 된다.

미국 노동부는 5월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가 3만8000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2010년 9월 이후 5년8개월 만에 최저치다. 노동시장 상황은 금리 인상 여부에서 중요한 지표다. 스티브 블리츠(Steve Blitz) M사이언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일자리를 중시하는 연준 입장에서는 이번 고용 지표 부진에 골치가 아플 것”이라며 “23일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11월 미국 대선 등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최소 한 번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출처=미국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6월 글로벌 경제 3대 이벤트 중 첫 번째인 OPEC회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FOMC회의와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