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맵 논란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 5월 17일(현지시각)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한국의 지도 서비스 규제에 반발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나온 직후, 최근 구글이 한국 정부에 지도를 국외에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낸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 구글맵으로 본 서울. 출처=구글맵

논란의 이유는?
구글은 구글맵 데이터를 미국의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10년전부터 다양한 경로로 한국 지도를 반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안보상의 문제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지도 데이터가 악용될 경우 국가 안보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어스 등 정교한 위성맵 등이 등장한 상태에서 구글맵까지 더해질 경우 이를 북한이 남한에 대한 테러 및 공격용으로 활용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타협의 실마리도 있었다. 한국 정부가 구글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중요한 안보관련 시설을 가리라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비슷한 맵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따르는 부분이며, 당연히 구글도 이에 동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구글은 "지도 반출 허가와 필터링은 별개의 문제"라며 "구글어스만 필터링하는 방식은 글로벌 경쟁사와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그런 이유로 최근 구글이 2014년 12월 지도 국외 반출을 심사하는 협의체 규정을 도입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신사업 규제 완화에 나서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는 쪽에 중론이 실린다. 10년 동안 이루지 못했던 '숙원'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로 봤다는 뜻이다.

구글이 지도 정식 반출을 한국 정부에 요구한 것은 2010년 한 번 뿐이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봤다는 주장이다. 현행법 상 지도 반출 여부는 정부에서 60일 이내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결과는 늦어도 오는 8월 초 나올 전망이다.

▲ 출처=픽사베이

안보냐, 신사업이냐
구글이 '민감한 정보'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한국에서 제대로 된 구글맵 서비스를 실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이다. 현재 구글맵은 내비게이션 및 다양한 부가 서비스와 결합해 '글로벌 맵'으로 거듭나고 있으나 유독 한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신들에게 익숙한 구글맵을 한국에서 써야 하며, 이런 방법론이 대승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북한의 경우 구글맵을 보면 오히려 남한보다 정보가 더 공개되어 있으며, 구글맵만 막는다고 북한의 테러 및 공격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다. 일단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 서버에 저장되는 지도의 반출을 심사숙고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북한이 버티고 있는 이상 휴전상태의 안보상황이라는 특수한 케이스를 고수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구글을 향한 각 국 정부의 압박이 한국에서도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각 국 정부는 구글세 및 독과점 위반 혐의 등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는 구글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구글맵에 대한 '압력'을 현상유지하는 상황에서 자국 서비스를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신사업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하려는 구글의 행보를 막아서기 위함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ICT 기업의 화두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한 큐레이션을 시도하는 방법론이 대표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빅데이터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확보할 수 있지만 지도만큼 확실한 '보물상자'도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자율주행차 및 기타 ICT 발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글맵 서비스를 제한해 한국을 테스트 베드로 설정하려는 의도를 차단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현 상황에서 업계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린다. 안보상의 이유로 특수한 한국만의 분위기를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구글맵을 가로막아 구글의 차세대 서비스를 한국에서 구현할 수 없으면 ICT 경쟁에 있어 뒤쳐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구글의 '요청'에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