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출처 = 아시아나항공

국토교통부(국토부)의 ‘갑질’에 에어서울의 취항 시기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당초 사업면허 신청 당시 설정된 초기 자본금 150억원을 현금으로 다시 채워 넣으라는 비상식적인 주문을 국토부가 에어서울 측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 현금 보유···에어서울 부담↑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항공사의 사업면허와 운항면허를 관리하는 권한을 지녔다. 취항을 원하는 신규 항공사는 국토부로부터 재무건전성 등을 확인받아 사업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이후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운항증명(AOC)을 거쳐야 비행기를 띄울 수 있다.

에어서울은 이미 2015년 12월28일 사업면허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AOC 과정에서 난항을 겪어 아직 공식 취항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항공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AOC 심사 과정에서 에어서울에게 사업면허 신청 당시 자본금으로 설정된 150억원을 현금으로 보유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일은 전례가 없었던 특수한 상황”이라며 “사실상 취항을 앞두고 ‘갑질’을 하고 있는 모양새로 비춰진다”고 밝혔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의 2번째 저비용항공사(LCC)다. 아시아나가 100% 출자해 설립했다. 사실상 아시아나가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초기 자본금은 회사를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업에 필요한 재화를 구매하거나 수익 창출을 위해 다른 분야에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보통이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현금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에어서울 역시 신입사원 공채 등을 이미 진행했다.

현금을 보유하라는 국토부의 주문이 ‘비상식적’ 이라고 해석되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기업이 은행도 아닌데 현금을 들고 있어야 운항을 허가해준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 측으로부터는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사업면허 발급은 항공산업과, AOC 승인은 항공운항과에서 진행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150억원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사업면허와 관련된 금액인지 AOC와 연결된 돈인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처음이 아니다

에어서울이 취항 관련 국토부와 마찰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따는데도 수차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6년 1월 사업면허 발급 이후에는 AOC 신청서의 심사를 보류한 바 있다. 사업 면허를 따고 한 달여가 지나도록 신청서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LCC들의 사고가 연이어 터져 안전 강화에 대한 새로운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2016년 5~6월로 예정됐던 에어서울의 취항 일정은 올 하반기로 미뤄졌다. 국토부는 5월에 들어서야 AOC 예비평가를 마치고 서류심사를 시작했다. 사업 등록 이후 취항까지 1년여가 소요되게 되는 셈이다.

한 관계자는 “LCC들의 안전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AOC 인가가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과거 대한항공의 자회사 진에어가 3개월만에 운항을 시작한 것과 대조적”이라며 “에어서울의 취항 예정 시기가 올 하반기라고는 하지만 유례없는 최근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장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억울한 아시아나

문제는 에어서울의 자회사 아시아나의 경영 상황이 최근 좋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부의 ‘현금 보유’ 강요에 골머리를 썩게 되는 셈이다.

아시아나의 2016년 1분기 매출은 1조4763억원, 영업이익은 587억원, 당기순이익 444억원이다. 양호해 보이지만 부채비율(부채/자본)은 900%를 넘겨 불안한 상황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영업이익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도 1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채무능력이 취약한 상태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2015년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평가기관들은 아시아나의 신용 등급을 일제히 한 단계 내렸다.

아시아나의 동원 가능 현금 자산은 올해 1분기 들어 2000여억원이 늘었다. 2016년 3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4600억원어치 발행한 영향이 커 보인다. ABS는 기업의 유동화자산을 바탕으로 증권 상품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현금화 가능한 ‘미래의 자산’을 담보로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절박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나는 칼을 빼들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결심한 것. 2015년 12월30일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노선구조조정, 조직슬림화, 항공기 업그레이드 등 전 부문에 걸쳐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회사 경쟁력 강화와 임원 구조조정 등을 제외한 전략의 핵심은 ‘에어서울의 성공적 안착’이다. 비수익 노선을 에어서울로 이관해 적자노선에서의 손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 면허 관련해서 사실상 국토부는 ‘슈퍼 갑’”이라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아시아나가 에어서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자칫 날개가 꺾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