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정액에서 처음으로 살아있는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된 가운데 지카 바이러스가 구강성교로도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랑스 46세 남성은 브라질로 여행을 다녀온 후 발진, 열, 두통 등 지카바이러스 감염 증상이 나타난 상태에서 배우자와 구강성교를 했다.

이후 이뤄진 검사 결과 남성의 정액에서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침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자의 침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현지 의료진은 구강성교를 통한 감염의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 국내 환자 정액 내 살아있는 지카 바이러스 검출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팀은 지난달 5일 귀국한 국내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 중 1명의 정액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RT-PCR)와 바이러스 배양검사로 살아 있는 지카 바이러스를 분리, 검출해 냈다고 3일 밝혔다.

환자의 정액 속 살아 있는 지카 바이러스 검출은 감염 양성 판정이 나온 지 7일 후에 이뤄져 플루 바이러스가 증상이 생긴 후 일주일 정도 생존하는 것과 일치했다.

혈액이 아닌 정액에서 살아있는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성접촉을 통한 전파 가능성과 해외 사례와 같이 소두증에 걸린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프랑스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 구강성교로 전염 가능성 파악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은 프랑스 내에서 일어난 구강성교로 인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의심 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는 46세 프랑스 남성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을 여행한 후 파리에 돌아와 26세 배우자와 구강성교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해당 남성이 지난 2월 초 발진, 열, 두통과 같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보이는 와중에 배우자와 성관계와 구강성교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남성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 유무를 검사한 결과 소변과 정액에서 많은 양의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됐으나, 혈액과 침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반면 배우자 여성의 경우에는 소변, 침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나, 성기 검사에서는 검출되지 않아 음성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국립의료원의 야스단 야스단파나 박사는 "검사 결과 여성의 성기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구강성교를 통한 감염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예측했다. 이어 "그러나 감염자들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속단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는 구강성교를 한 여성의 침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점 때문에 키스를 통한 전염 가능성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존 브룩스 박사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브룩스 박사는 "일상적인 가벼운 키스는 상관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깊은 키스의 경우 가능성을 확인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성의 정액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처음 분리 검출된 것은 지난 2013년 12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타히티 섬에서 발생했다. 모기가 아닌 성관계를 통한 지카 바이러스의 전염 사례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1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접촉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뉴질랜드 등 10개국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