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도전하는 묻지마 창업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첫 출발이 미약하더라도 기회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그 기회를 잘 다듬으면 성공의 꽃을 피울 수 있다. 기회란 ‘성공을 만들어내는 최적의 조건’을 말한다. 창업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발굴해서 잘 키운 사람들이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첫 출발은 미약했지만, 작은 기회를 발굴하고 크고 작은 난관들을 극복하며 한 발 한 발 성장을 향해 나아간 결과물들이다.

▲ 행주산성 어탕국수 최정연 사장

한 달에 1천5백만 원대 매출을 올리던 평범한 백반집에서 월 매출 1억 5천만 원대 대박 음식점으로 변신한 ‘행주산성 어탕국수’는 ‘보양식 한 그릇’ 전략으로 평범한 음식점에서 대박 음식점으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대기업 임원이던 오랜 단골이 가맹점이 되고 그 가맹점이 동반자가 되어 프랜차이즈 사업에까지 도전했다.

어탕국수는 어떻게 성장과 성공의 기회를 발견하고 키워나갈 수 있었을까?

대박 음식점에는 히트 메뉴가 있다

첫 단추는 ‘히트 메뉴’의 개발에서 시작됐다. 
진정한 대박집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다름 아닌 메가 히트 메뉴의 존재다.

음식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식업계에도 마케팅 전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아무리 강력한 마케팅도 메가히트 메뉴를 이길 수 없다는 게 외식업계의 정설이다.

행주산성 맛집으로 유명한 ‘행주산성 어탕국수’는 메가 히트 메뉴로 대박집 반열에 올라선 대표적인 곳이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이 집의 어탕국수를 맛보려면 줄 서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테이블 12개에서 평일에는 4백만 원대, 주말에는 8백만 원대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메뉴도 어탕국수, 어탕, 만두 딱 3개다.

뚝배기에 담긴 어탕국수를 땀 흘리며 먹는 사람들은 ‘이건 보약이야’라는 말을 연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잉어 붕어 메기 등 5가지 자연산 민물고기를 통째로 고아 낸 국물에 얼갈이배추를 넣어서 걸쭉하게 끓여내 국수라기보다는 보양식에 더 가깝다.

일반적으로 국수는 여타 음식에 비해서 원가율이 낮아 마진이 매우 높다. 하지만 어탕국수는 국물에 들어가는 민물고기의 양이 만만치 않아 원가율이 일반 국수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그만큼 고객 입장에서는 손해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행주산성 어탕국수’가 처음부터 맛있는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 행주산성 어탕국수 외부 모습

현재의 자리에서 매장을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당시 현재 최정연 사장의 시어머니가 백반집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백반은 준비해야 할 반찬 가짓수만 15가지가 넘었다. 그러다 보니 일이 많아서 새벽 3~4시부터 영업 준비를 해야 했다. 한 마디로 그냥 동네 식당이었다. 가격은 한정돼 있는데 제공해야 할 반찬 가짓수가 많다 보니 원가도 만만치 않게 높았고 인건 비율도 높았다.  그렇게 고생하는 데도 매출이나 수익은 한계가 있었다. 

“열심히 일하는 것과 지혜롭게 성공하는 것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최정연 사장의 성공 기회 발굴은 전문화를 결심하면서 시작됐다. 시댁의 고향인 경남 함양에서는 강가에서 어탕을 즐기는데 여기서 신메뉴 개발을 착안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건강원 등에서 보양을 위해 가물치 잉어 등 민물고기를 고아서 일회용 레토르트 파우치에 담아 즙으로 마시곤 했다. 하지만 동네에서 건강원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전통적인 보양식을 섭취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게 요즘 실정이다.

조상들이 즐기던 민물 보양식으로 ‘보약 한 그릇’ 메뉴 탄생 

▲ 행주산성 어탕국수 메뉴

최 사장은 어탕이 이전에 우리 조상들이 즐기던 민물 보양식을 대체할 수 없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고 그것이 성공으로 가는 기회를 만들었다.

어탕국수를 전문으로 하게 된 건 8년 전이다. 다른 메뉴를 대폭 줄이고 행주산성이라는 행락지 성격에 맞게 지리산 흑돼지와 파전  도토리묵 등 몇 가지만 메뉴로 남기고 어탕 국수를 전문화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 같은 히트 메뉴가 된 건 아니다. 민물고기에서 나기 쉬운 비린내를 없애기 위한 노력은 물론 최적의 맛을 내기 위한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얼갈이배추의 경우 계절에 따라 가격 등락폭이 심하고 심지어 특정한 가격에는 구매하기도 힘들어 무시래기 통배추 등 다양한 식재료로 교체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 행주산성 어탕국수을 찾은 고객이 어탕국수를 맛보고 있다.

자연산 민물고기는 잉어, 붕어, 메기, 동자개(빠가사리), 숭어 등을 사용하는데 생선의 비린 맛을 잡기 위해 된장 생강 소주는 물론이고 다양한 양념으로 실험을 해야 했다. 건강과 맛을 위해 다양한 한약재를 사용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거듭했다.

최정연 사장은 현재의 맛이 본인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한다. 손님과 합작품이라는 것. 그만큼 현재의 맛을 잡기 위해서 고객 반응을 평가하며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이제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맛만 잘 보존하면 손님들의 만족도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단 맛에 자신이 생기자 그때부터는 마케팅이었다. 마케팅에 가장 큰 힘은 바로 손님들이었다. 맛이 자리를 잡으면서 단골들이 하나둘씩 늘어났고 그 와중에 방송이나 미디어에 종사하는 고객들이 우연히 들렀다가 맛을 보고 홍보를 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맛 집으로 방송을 타면서 바빠지기 시작했다. 손님이 불어나면서 4년 전부터는 어탕국수와 어탕에 밥을 말아먹는 어탕을 빼고는 다른 메뉴를 모두 없앴다.

백반집을 할 때 매출은 한 달에 1500만 ~ 1800만 원대였는데 지금은 10배 이상 매출이 올랐다.

“음식점가의 삼성 되자” 직원은 즐거운 동반자 
 
평범한 백반집에서 대박 매장으로 변신하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대박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도 남다른 비결이 필요하다.

최정연 사장이 꼽는 비결은 두 가지다. 

▲ 행주산성 어탕국수 주방 모습

첫째 표준화된 맛을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 직원관리다. 어탕 국수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보니 맛에 대한 이견도 있다. 최적의 맛을 찾기 전까지는 고객들과 함께 고민하고 맛에 대한 실험을 멈추지 않았지만 지금은 현재의 맛이 최적이라고 판단해 철저하게 맛을 지키는 데만 집중한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감 있게 현재의 맛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무리 얼갈이배추가 비싸도 양도하지 않는다. 표준화된 레시피도 철저하게 준수한다. 

대박매장은 직원 관리가 쉽지 않다. 너무 많은 손님이 몰리다보니 쉴 틈 없이 일을 해야 한다. 현재 ‘행주산성 어탕국수’에는 총 14명의 직원들이 함께 일을 한다.

62세 된 어르신 직원만 2명이다. 한 명은 주차장에서, 한 명은 주방에서 일을 한다. 나머지는 대부분 40대이다. 최 사장의 조직 관리 철학은 ‘행주산성 식당계의 삼성’이 되는 것이다. 

이곳의 직원 월급은 동 업종보다 개인당 월 50만 원 가량 높다. 매년 10%씩 급여를 인상하고 있으며 명절 연휴도 3일을 준다. 하루 매출이 높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영업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겠지만 가정을 가진 주부 직원들이 많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크리스마스 등에는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서 간식이라도 더 챙겨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여름휴가도 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외벌이 가정의 경우 자녀들 학원비를 지원해주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단체로 대상포진 예방 접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늘 돈은 직원들이 벌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직원들을 대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5년 이상 장기 근속자들이다.

외식업소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사연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집에 가서는 어떻든 간에 매장에서 일하는 동안만은 누구 부럽지 않게 마음 편하고 즐겁게 한 식구처럼 잘 지내자는 게 최 사장의 조직관리 철학이다.

단골이 가맹 점주. 사업 파트너로, 함께 프랜차이즈 개척 도전 

어려울 때는 없을까? 현재는 행주산성 최고의 맛집으로 자리 잡아 메가 브랜드파워를 자랑하므로 특별히 어려운 건 없다. 다만 어탕국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TV만 보고 찾아왔다가 입맛에 안 맞는다며 무례한 행동을 하고 갈 때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 고객들이 어탕국수를 먹기위해 줄을 서고 있다.

장사가 잘 되다 보니 가맹점을 내달라고 찾아오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섣불리 마음을 못 내고 있었는데 지난해에 ‘행주산성 어탕국수’의 단골고객이던 대기업 임원 한 명이 퇴직을 하고 어탕국수 분점을 냈다. 워낙 오래된 단골이라 흔쾌히 가맹점을 내고 지금은 사업 파트너가 되었다.

대박 맛집을 운영하는 것과 외식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해 사업 확장을 자제해 왔는데 오래된 단골이 사업 파트너가 되어 동업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전개하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 퇴직 임원이 분점을 차리자 역시 어탕국수의 광팬인 변호사가 사업 파트너로 참여했다. 모두 어탕국수가 가진 보양식으로서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랑해서 의기투합한 것이다. 

새로 법인을 설립하고 백화점에도 매장을 출점시켰다.  우리나라에는 보양식이 많다. 
장어나 설렁탕, 추어탕 등은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최정연 사장은 ‘어탕’이 전통을 잇는 새로운 대중적인 보양식이 되기를 바란다. 단골이던 대기업 임원이 합류한 이유 중 하나도 해외 출장을 많이 다녔던 그가 한식의 세계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잘 것 없는 평범한 맛집에서 메뉴 전문화를 통해 맛있는 성공을 거둔 최정연 사장은 ‘어탕’을 대표적인 전통 보양식으로 키우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은 동업하면 안 좋다고 말하는데 저는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동업을 해야만 제대로 기업을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지분도 동일하게 했고, 서로 다른 능력으로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법인을 설립하고 백화점을 비롯해 또 다른 분점을 내고 메뉴 연구 개발팀과 교육 부서를 강화하면서 새롭게 기회를 찾아가는 ‘행주산성 어탕국수’의 행보가 주목된다.

◆ 어탕국수 벤치마킹 포인트 - 성장 기회 발굴 

첫 술에 대박 성공을 거둔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많다. 대부분의 큰 성공은 미약한 출발 이후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가운데 발견된다.

‘행주산성 어탕국수’의 경우 ‘전문화’를 통해서 성공의 기회를 발견했다.

전문화가 비용과 노력은 줄이고 부가가치를 키운 비결이 된 것이다. 전문화의 기저에는 ‘건강한 음식’에 대한 철학이 있었다. 기왕이면 사람을 살리는 전통 음식으로 승부를 걸고 싶다고 선언한 것이다.

전문화 뒤에는 최정연 사장의 ‘인내’ 역시 한몫했다. 과감하게 어탕국수 중심으로 메뉴를 재편한 이후에도 ‘어탕국수’만으로 대박집이 되기까지는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긴 세월동안 꾸준히 맛을 개선하고 발전시킨 결과 대박 매장을 위한 초우량 메뉴를 완성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성장의 기회는 마케팅에서 발견했다. 맛에 자신감을 갖게 되자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고 고객 자산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현재는 더 큰 성장을 위해서 ‘동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박 음식점을 넘어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튼튼히 해야 한다.  그러려면 특정 매장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해 새로운 기회를 키워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경영과 조직 관리에 역량을 가진 사업 파트너와 힘을 합한 것은 선진적인 시도이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올바른창업포럼 대표회원

 

 

 

 

 

 

 

 

창업컨설턴트 및 칼럼니스트.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렛비즈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협업상생위원장, 올바른창업포럼 대표회원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KFCEO과정 주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Entrepreneur MBA 과정, 경희사이버대 호텔관광학과 MBA과정,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창업과 프랜차이즈 부문 강의를 맡았다. 지난 20년간 창업, 신사업 개발 및 유통 프랜차이즈  분야에서 아이템선정 및 사업타당성 분석, 마케팅 및 경영 전략 컨설팅 업무를 수행해왔다. 저서로 <탈샐러리맨 유망사업정보>, <맛있는 요리, 돈 되는 창업>, <실버정책과 창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