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당동의 15평대 삼겹살 전문점은 낙지대학 떡볶이꽈라는 국물떡볶이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꾼 후 50만원대이던 매출이 100만~150만원대로 올랐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도 어려웠던 처지에서 줄서는 점포 반열에 오른 것.

우리나라에는 매년 80만~90만명이 창업을 하고 비슷한 숫자가 폐업을 한다. 그런데 창업자들 중에서 사업 초보가 몇 명이나 될까?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창업자들 중 상당수는 다른 사업을 했던 경험이 있는 재창업 또는 업종 변경 창업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불확실한 경기 전망으로 인해 사업 경험이 없는 초보 창업 희망자들은 점점 더 도전을 움츠리는 데 반해 사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매출과 수익을 높이기 위해 새롭고 유망한 아이템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종 변경 창업은 최근 창업 시장에서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올랐다.

업종 변경이 많은 대표적인 분야는 커피나 카페, 시설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식전문점들, 저가 고깃집들, 경쟁력 없는 분식점이나 유행이 한물간 것으로 여겨지는 스몰비어전문점 등이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밥버거 전문점들도 최근에는 업종 변경이 늘고 있다. 소매업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저가 화장품이나 미니슈퍼의 업종 변경이 많다.

업종 변경은 해당 분야에 대체 업종이나 신상품이 등장한 경우에 대량으로 발생한다.

가령 편의점에서 커피를 강화하고 ‘빽다방’같은 저가 커피전문점이 뜨면서 영업에서 밀린 중간 가격대의 중형커피점들이 매물로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중대형 커피전문점들도 저가 커피 전문점과 주스 전문점의 타격으로 매물이 늘고 있다.

디저트 카페 프랜차이즈를 전개하는 ‘쑤니’의 경우 인테리어가 깨끗한 커피전문점들이 업종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뜨는 업종이 등장하면 해당 사업이 출점할 수 있는 적합 상권에서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업종 변경이 일어나기도 한다. 매출이 신통찮은 점포들이 뜨는 업종을 찾아서 변신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에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서 주스 전문점들이 뜨면서 소형 테이크아웃 카페나 10평대 전후 떡볶이전문점, 화장품가게들이 주스 전문점으로 업종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2~3년간 프리미엄 김밥이 뜨자 그동안 시장을 관망하던 오래된 분식점들이 프리미엄으로 옷을 갈아입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6년 역사를 가진 분식브랜드 얌샘의 경우 2015년 하반기에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인 ‘얌샘김밥’을 출시한 이후 오래된 분식점들의 업종 변경 문의가 이어져 즐거운 비명이다. 서울 중랑구에서 기존 김밥집으로 운영되던 한 매장은 하루 120만원대이던 매출이 프리미엄 얌샘김밥으로 바뀐 후 매출이 25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50만원대이던 매출이 업종 변경 후 150만원대로 오른 경우도 있다. 프리미엄 김밥의 대표 브랜드인 ‘바르다김선생’ 역시 업종 변경을 통한 프리미엄 김밥집 창업 사례가 많다.

대형 편의점 3사가 도시락과 커피 판매를 강화하면서 경쟁에서 밀린 볼런터리형 개인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업종 변경도 적지 않다.

경쟁력 없는 호프전문점들의 경우 수제맥주 전문점이나 밥과 술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는 가정식 술집 및 포차형 주점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

사무문구점은 온라인 시장의 발달, IT화로 인한 문구 수요 감소로 오프라인에서는 사양길 업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디지털 사업에 맞는 기업형 사무문구점이 인기를 끌면서 경쟁력 없는 영세한 문구점들이 구매파워를 가진 프랜차이즈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에 각종 물품을 공급하는 기업전용몰이 발달하면서 기업 타깃의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본사 지원을 통해 지역에서 매출 규모를 키우면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 흐름을 반영, 사무문구전문점 부문에서 가맹점 매출 1위를 자랑하는 오피스넥스는 지금까지 주로 순수 가맹점 형태로 출점했으나 최근 상권이나 입지 특성, 규모가 잘 맞는 경우 업종 변경 창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업종 변경이 100%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상권과 맞지 않거나 경쟁력 없는 업종을 택하면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업종 변경을 할 때는 인근 상권 특성, 경쟁 상황, 최근의 창업 트렌드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변경하는 업종이 유행을 타는 업종이면 수명이 짧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재창업 후에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변신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프랜차이즈라면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