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올리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부족하다고 공감대가 이뤄지면 국민이 선택을 해야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직접 언급한 말이다. 대통령의 말에는 세금 인상이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부처의 행동은 ‘정반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들은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유 값 인상을 추진해 논란이 일었다.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경유에 세금을 높여 환경부담금을 충당하고 경유소비를 억제시키겠다는 의도다.

대부분의 화물차가 경유를 사용하는 가운데 경유 가격이 인상될 경우 물류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결국 유통업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당장 소비자들의 생활에도 직접적인 부담을 가중시킨다. 

문제는 경유 값 인상에 대한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는 데 있다.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이 지난 2009년 진행했던 ‘연료 종류에 따른 자동차 연비, 배출가스 및 CO₂ 배출량 실증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유가 다른 연료와 비교해도 미세먼지 배출 정도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정부는 지속적으로 경유차량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했다. 경유차 매연저감장치 설치 의무화와 더불어 질소산화물 배출을 규제하는 기준인 ‘유로6’를 도입했다.

사실상 미세먼지의 ‘주범’은 중국에서 넘어오는 공해와 국내 석탄발전소와 철강산업 시설들이다. 석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미세먼지 발생이 가장 심한데, 철강의 경우 고온을 지속해야 하기에 역청탄 등 석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경유값 인상은 제대로 된 원인을 모른 채 ‘덮어놓고 지적하고 보자’는 식의 규제인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는 경유값 인상이 무산됐지만 소비자들과 기업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경유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국민들과의 합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세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주류세 인상 얘기는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으며, 담뱃값 인상 역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음에도 강행했다.

물론 세금 인상의 취지와 의도는 좋다. 하지만 지금처럼 ‘막무가내식’ 인상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

세금 인상의 이유와 그에 따른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충분히 토의하고 합의점을 찾은 뒤 추진한다면 지금처럼 큰 반발은 없을 것이다. 토론과 합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정부가 국민의 공감대를 이루는 상식적인 움직임을 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