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비즈니스 캐주얼이 보편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춰 옷을 입어야 하는 그들에게 더위란 정말 참기 어려운 적이다. 게다가 맡은 업무에 따라 ‘어느 정도’ 라는 기준도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불볕더위로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도 반드시 정장 차림을 고수해야 하는 남성들이 아직 많다. 얇은 면 또는 리넨으로 된 재킷이나 여름 정장이라 하더라도 팔, 다리를 다 가리고 있는 한 답답하고 덥다. 그러다 보면 셔츠의 등 부분은 금세 땀으로 축축해지기 마련. 겉옷을 바꿀 수 없다면 일단 속부터 잡아야 한다.

상의부터 살펴보자. 덥더라도 셔츠 안에 러닝셔츠는 가급적 입어주는 것이 좋다. 더위에 한 겹이라도 덜 입는 게 시원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땀 흡수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다. 러닝셔츠를 입지 않으면 얇은 여름셔츠에 땀이 그대로 배어버리기 때문이다. 겨드랑이와 등 부분이 축축이 젖어버린 셔츠는 남이 보기에도 좋지 않고 위생상으로도 해롭다. 그래서 여름철에 입는 러닝셔츠는 땀을 잘 배출하고 시원한 촉감을 주는 흡습속건 및 냉감 기능성 소재로 된 제품이 쾌적하고 상쾌한 착용감을 준다. 그리고 여름철 끈적해지기 쉬운 피부에 덜 달라붙도록 인공적으로 주름지게 하거나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가공한 원단도 좋다. 원사를 여러 번 꼬아서 피부에 닿는 촉감이 깔깔하고 시원한 강연사 소재도 추천할 만하다.

소재뿐 아니라 러닝셔츠의 색상도 잘 선택해야 한다. 얇은 여름용 흰 셔츠 아래로 진회색 또는 푸른색의 러닝셔츠가 고스란히 비쳐 보인다면 차라리 안 입으니만 못한 격이다. 이렇듯 강한 색상이나 진한 줄무늬가 있는 러닝셔츠는 당연히 밖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가능한 옅은 색을 선택하되, 피부에 가장 가까운 살구색>흰색>라이트블루>라이트그레이 순으로 비칠 가능성이 적다.

마지막으로는 러닝셔츠의 네크라인 부분을 잘 살펴보자. 여름엔 노타이 차림이 많고 셔츠도 윗단추 두 개쯤은 풀어서 입는 경우가 많다. 이때 러닝셔츠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네크라인이 좀 더 깊게 파인 스타일의 러닝셔츠를 선택해야 한다. 목 근처, 셔츠 밖까지 뻔뻔하게 얼굴을 내민 러닝셔츠는 명실공히 ‘아저씨’ 패션의 대표급. ‘그냥 흰색 티셔츠인 줄 알거야’라는 자기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상의를 잘 챙겼다면 다음은 하의 차례다. 얇고 구김도 잘 가지 않는다는 여름용 바지에는 몸에 밀착되는 드로즈를 입는 것을 권한다. 게다가 요즘에는 정장바지도 주름을 하나만 잡든가 아예 주름이 없는 슬림한 라인이 유행이기 때문에 몸에 딱 붙는 드로즈는 여러 모로 유용한 아이템이다. 드로즈는 삼각팬티와 트렁크 팬티의 중간 형태로, 삼각팬티보다 답답함이 덜하고 엉덩이 팬티 자국이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슬림한 바지를 입더라도 트렁크팬티처럼 옷 안에서 구겨지거나 접히는 등의 문제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남성용 팬티도 쿨링 기능성 제품이 다양하다. 상의와 마찬가지도 하의의 경우도 속옷 안에 땀이 차면 불쾌할 뿐 아니라 남성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다. 땀을 빨리 발산하고 청량한 느낌을 주는 기능성 소재로 된 드로즈를 입으면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

본래 남성 드레스셔츠 안에는 러닝셔츠를 받쳐 입지 않는 것이 패션의 정석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여름과 같이 덥고 습한 기후에는 맞지 않은 충고다. 얇은 여름 옷 안에 땀을 효과적으로 흡수해주는 러닝셔츠 정도는 필수로 갖추고 코앞에 다가온 더운 여름을 잘 견디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