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실물경제가 침체되면서 원자재 시장이 지속적으로 수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유독 가격이 폭등한 소재가 있다. 바로 배터리 소재인 리튬(Li)이다. 리튬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으로 다양한 용도에 사용되고 있지만 비중이 물보다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특히 모바일 전자제품의 배터리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전자기기나 전동기기에 채용되는 배터리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금속의 양이 스마트폰 2~3g, 태블릿 20~30g, 노트북 30~40g, 전동드릴 40~60g 등으로 매우 적다. 하지만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리튬 소비량의 단위가 달라졌다. 하이브리드 승용차라면 3~5㎏, 전기차는 20~40㎏ 그리고 전기버스엔 150㎏ 정도가 들어간다. 전기차 수요가 적을 때엔 이마저도 별 문제가 되지 못했지만 작년부터 전기차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시장에서의 리튬금속 거래는 화학적으로 안정된 탄산리튬(Li2CO3)이나 수산화리튬( LiOH.H2O)으로 대신한다. 그래서 리튬 수요량을 LCE(Lithium Carbonate Equivalent, 탄산리튬 상당)로 표기하는데 리튬금속 1㎏은 탄산리튬 5.322㎏에 해당한다. 2015년 3/4분기까지 중국 시장에서 순도 99.5% 이상인 탄산리튬 가격이 톤당 7590달러 수준이었으나 4/4분기부터 폭등하여 2016년 2/4분기에 2만5060달러로 3.3배나 올랐다. 탄산리튬 가격이 이토록 급등하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탄산리튬 소비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튬배터리 수요가 계속 폭등한다

2015년도에 팔린 전기차는 통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SNE 분석치를 기준으로 삼으면 하이브리드(HEV) 174만9000대, 프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23만6000대, 전기자동차(EV) 33만5000대 그리고 e-버스 11만6000대를 합하여 총 243만6000대로 전체 차량 9000만대의 약 2.7%를 점유했다.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하면 충전형 전기차 증가율이 86.7%에 달한다. 2015년에 자동차에 장착한 리튬 배터리의 양은 26.5GWh로 추정되고, 2016년엔 48.5GWh로 증가한다고 SNE는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전기버스에 17GWh 정도가 소비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설비는 중국(51%), 한국(21%), 일본(16%) 등 3국에 88%가 집중되어 있다. 이 중 자동차용만을 비교하면 중국(41%), 일본(21%), 한국(17%) 순으로 역시 79%를 점유한다. 현재 가동 중인 생산설비는 51.549GWh로 중국 16.7GWh, 일본 10.8GWh, 한국 16.1GWh, 미국 3.8GWh, 유럽 1.8GWh, 기타 지역 2.4GWh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가 일반 내연기관자동차와 가격경쟁을 할 수 있는 경계를 $150/kWh로 본다. SNE 분석에 의하면 배터리 생산원가는 현재 봉지형이 $160~210/kWh, 각기둥형이 $170~230/kWh 정도 되는데 판매가는 $180~250/kWh 정도 된다고 한다. 원통형을 채택하고 있는 테슬라는 $200~300/kWh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3월 말에 테슬라가 선보인 ‘모델 3’을 기준으로 보면 차량가격 3만5000달러의 25%가 배터리 가격이라 보고 기본형 44kWh를 대입하면 $157/kWh 정도 된다. 테슬라는 음극재를 개선하고 기가팩토리에서 35GWh/년을 생산하면 30%정도 배터리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테슬라는 궁극적으로 배터리 팩 단가를 2019년 $120/kWh, 2021년까지 $100/kWh로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테슬라가 네바다주 르노(Reno) 외곽에 건설 중인 기가팩토리는 부지만 1.208제곱킬로미터로 축구장 169개보다 약간 더 넓다. 전기차 배터리만이 가정용과 건물용 에너지저장장치인 ESS도 생산하기로 계획되어 있다. 이미 벽걸이형 파워월(PowerWall) 주문량도 3만8000건이나 선주문 받아놓은 상태다. 250MWh 정도로 기가팩토리 연간 생산량의 25% 정도 된다. 게다가 전기차 모델 3을 40만대 선주문 받았으니 대당 44kWh로 계산하면 1.76GWh를 생산해야 공급이 가능하다. 기가팩토리 2년 생산량을 이미 선주문 받아 놓은 상태가 된다. 오는 7월 29일에 공장 개소식을 거행한다고 하니 어떤 복안을 설명하게 될지 궁금하다. 테슬라는 2015년에 전기차 5만658대를 공급했다. 올해는 8만대를 생산 공급하고 기가팩토리가 완성되는 2018년까지 50만대 공급능력을 갖추고 2020년엔 100만대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는데, 최근 이를 수정해서 1~2년 앞당겨진 2018년경에 100만대 공급능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 배터리가 미래 휘발유다

중국 정부는 대기 중 스모그를 없애기 위해서 전기차와 전기버스를 2020년까지 500만대로 늘리는 정책을 진행시키고 있다. 중국에선 수백 개의 업체가 자동차용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다. 중국에서 전기버스는 전기차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전기차 전문 업체인 BYD는 이미 10GWh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2020년까지 34GWh 정도로 배터리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매년 6GWh씩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아이폰을 조립 생산하는 대만기업 폭스콘도 8억달러를 투자해서 안휘에 15GWh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있다. 보스턴 파워가 중국에 건설하는 10GWh도 있다. 지난 3월엔 다임러 벤츠도 6억달러를 투자해서 LG화학 기술로 배터리 공장을 독일에 건설하기로 했다. 5월 말엔 폭스바겐이 110억달러를 투자해서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보다 규모가 더 큰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계획되었거나 새로 투자하기로 결정한 배터리 설비생산 규모를 합치면 2020년 초에는 210GWh 이상의 생산규모가 된다.

이론적으로 리튬원자가 100% 전류를 공급한다면 1kWh전기를 생산하는 데 리튬금속 73g(탄산리튬 385g)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4~10배의 금속이 필요하다. 배터리에서의 전력 용량은 전력량, 양극소재, 음극소재, 전해액, 충전회수, 반응속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여러 가지 변수의 지배를 받는다. 공업적으로 설계한다면 1kWh 전력생산에 필요한 탄산리튬량은 3㎏ 정도로 보면 맞다. 따라서 1GWh 용량의 배터리를 추가로 생산하려면 탄산리튬이 3000톤이 필요하다. 앞으로 150GWh만큼 증산을 한다면 전기차 배터리용으로만 적어도 탄산리튬 45만 톤 이상(리튬금속 8만4600톤 이상)을 추가로 생산해야 한다. 2015년에 전 세계 리튬금속의 생산량이 3만2500톤이었으므로 현존하는 리튬생산설비의 2.6배가 추가로 건설되어야만 한다.

 

리튬 수요를 해소시킬 공급 여건은 열악하다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에 매장된 리튬의 총량은 4070만톤 정도 된다. 매장 지역은 볼리비아 22.7%, 칠레 18.9%, 아르헨티나 16.4%, 미국 13.9%, 중국 13.6%, 호주 4.3%, 그리고 기타 지역에 10.2% 정도 있다. 이 중에서 경제성이 있는 가용 자원은 1400만톤 정도이다. 연간 리튬금속 수요가 13만톤이 된다 해도 리튬 가용자원은 100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양이다. 문제는 생산공급 능력이다.

탄산리튬은 SQM, FMC, Rockwood 등 3대 회사가 세계 시장의 56%를 점유하고 있는 공급자 주도 시장이다. 이 중 칠레의 SQM이 글로벌 생산량의 26%를 점유하고 있다. 염호(鹽湖)에 녹아 있는 리튬을 소금염전과 같은 방식으로 태양열을 이용해서 수분을 증발시켜서 잔류한 리튬을 회수한다. 이때 생산된 리튬은 염화리튬이지만 이를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으로 바꿔서 판매한다. 금년도 1/4분기 실적을 보고한 SQM 자료를 보면 1/4분기 매출이 62%나 증가했고 신규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리튬 수요증가에 맞춰 리튬생산에 신규 진입한 기업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수요증가폭에 비해 공급증가폭이 아주 적어서 향후 5~10년 이상 리튬의 품귀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염호에서 생산하는 ‘증발추출법’은 40~50%로 순도가 낮은 리튬을 생산한다. 비교적 리튬 농도가 높은 호수에서 적용이 가능하지만 생산기간이 길고 회수율도 낮다. 국내 대표적인 소재기업인 포스코는 리튬함유량이 20ppm 이상인 저농도 염호에서도 99.9% 이상의 고순도 리튬을 농축시켜 생산할 수 있는 ‘LiSX’을 개발했다. 현재 아르헨티나 포주엘로스 염호(鹽湖)에 연간 2500톤 규모로 생산설비를 건설 중이며 금년 말부터 생산에 돌입한다고 한다. ‘LiSX’ 공법은 생산설비 건설기간이 짧고 설비가동 후 8시간이 지나면 리튬화합물이 바로 생산되는 공법이라 리튬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리튬 배터리는 미래의 핵심 에너지원이다. 배터리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국내 기술이 선도한다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면 전형적인 전기차용 배터리는 음극재에 NCA(80% 니켈, 15% 코발트, 5% 알루미늄)와 리튬을 사용하고 양극재로 그래파이트(그래핀 나노튜브)을 사용한다. 또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예, 파워월)는 NMC(33% 니켈, 33% 망간, 33% 코발트)와 리튬을 사용한다. 이때 핵심원소로 첨가된 코발트는 희귀원소로 무한정 공급되지는 않는다. 현재도 정제된 코발트 금속의 49%를 배터리에 사용하고 있다.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 즉각 품귀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리튬전지기술은 리튬원자를 최대한 음극재에 고농도로 함유되는 기술이 중요하다. 희귀원소를 대체하거나 리튬이온의 밀도를 높이는 신기술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