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이 오는 7월 도쿄증권 거래소에 상장할 것이라는 일본 현지 보도가 눈길을 끈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일 라인이 조만간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노무라 증권, 모건 스탠리 등이 주관한다고 보도했다.

상장시 시가 총액은 6000억엔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상장설 초기 금액과 비교해 크게 줄었으나 올해 일본에서 실시한 기업공개 중 최대규모가 유력하다. 일본 도쿄 거래소 상장과 더불어 미국에서의 상장 가능성도 꿈틀대고 있다.

▲ 출처=라인

잊을만 하면 나오던 상장설
사실 라인의 상장은 업계에서 잊을만 하면 나오던 이야기다. 2014년부터 상장 가능성이 대두되며 모두의 관심을 모았지만 마지막 순간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라인의 입장표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인 상장이 번번히 결정적 순간에서 미끄러진 이유는 뭘까? 상장 자체에 대한 회의감 및 재무, 현실적 동력의 문제와 더불어 사실상 일본 기업처럼 운영되는 특수한 사정도 작동했다는 설이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라인 상장설이 대두되었을 무렵 네이버 관계자는 사석에서 "일본 우익단체가 라인의 모회사인 국내 네이버의 기사를 살핀 후 이를 일본에서 라인 비판의 소재로 삼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민감한 문제다.

이 지점에서 라인은 지난해 2월 믹스오디오를 버리는 등 나름의 체질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2014년 12월 Microsoft Mobile OY로부터 사업을 인수하는 데 합의하고 그 후 신설법인 MixRadio(믹스라디오) Limited를 통해 라디오형 음악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사업의 성과와 서비스 운영 비용, 라인 전체적인 우선순위 등을 신중히 검토한 결과 앞으로의 성장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전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음악이라는 고유의 가치도 서구권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뚫기 어려웠다는 점을 반증한다. 믹스오디오와의 결별은 라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한 선택과 집중으로 풀이된다.

그런 이유로 오는 7월 제기된 상장설에 더욱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3월 현재 라인은 글로벌 이용자 수 2억1840만명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다소 정체를 보이고 있다. 제2의 도약이 필요한 상황에서 라인의 진짜 선택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최진홍 기자

라인, 어디까지 왔나
하지만 라인의 경쟁력이 일본에서만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까지는 대만에서의 라인열풍이 재조명됐으나 이제는 태국이 본무대다.

실제로 태국에서 라인은 올해 초 기준 이용자 수 3300만 명을 돌파한 후 라인TV, 라인뮤직, 라인웹툰 등 콘텐츠 서비스가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특히 라인TV는 현재 72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현지에서 유튜브와 치열한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다. 태국 최대 콘텐츠 업체인 ‘GMM Grammy’와의 제휴를 통해 라인TV에서 독점 공개하는 드라마 ‘미운 오리 새끼(Ugly Duckling)’는 당시 재생 수 1억 7800만 건을 넘겼다.

태국에 진출한 게임 ‘라인 렛츠겟리치(한국명 모두의 마블)’는 2년 연속 태국에서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라인은 지난달 3일 태국 방콕에서 LINE THAILAND 미디어데이를 열고 현지 스타트업과 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비즈니스 가능성을 공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Closing the Distance’의 방향성이다. 이에 바노미옹 라인 태국법인장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태국에서 굳건히 뿌리를 내린 라인의 경쟁력은 물론, 단순한 모바일 메신저에서 벗어나 태국 국민의 일상으로 더 깊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 최진홍 기자

3개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방식을 천명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입장에서 문화와 마케팅, 생활의 측면에서 자신들의 플랫폼 전략을 고도화시킨다는 전략이다. 문화 연결고리 전략에는 8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주류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는 라인TV의 성공과 7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라인뮤직의 영향력을 중심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라인맨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택배부터 음식까지 배달하는 라인맨은 O2O의 관점에서 추진되는 한편, 추후 다양한 나라에 전파할 수 있는 핵심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키운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라인의 O2O 전략은 부침이 극명한 상황이지만, 최소한 자리를 옮겨 태국 등 다양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그 위력이 점점 살아나는 분위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젝과의 협력도 눈에 들어온다.

다만 이러한 방식을 해외로 확장하는 전략에는 호불호가 갈릴 전망이다. 로컬, 나아가 문화적 측면의 전략을 새롭게 재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라인의 선택에 시선이 쏠린다. 일본에서 실패한 라인의 음식 및 택시 O2O 전략을 꼼꼼하게 비교하며 말 그대로 문화적 측면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네이버

처음부터 글로벌, '시선강탈'
라인은 국내 경쟁자인 카카오톡과 달리 처음부터 글로벌을 지향한 메신저다. 카카오가 포도트리, 키즈노트 등 자회사를 개별적으로 움직여 접점을 찾는 것과 달리 라인이 모바엘 메신저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서는 이유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라인이 글로벌 사업에 나서는 장면이 고무적인 이유다.

다만 이런 방법론은 라인의 '공격력' 자체를 담보하기는 하지만 글로벌 강자인 텐센트, 스냅챗 등과의 맞대결을 시사하기도 한다. 결국 상장을 앞둔 라인의 앞날에도 가시밭길이 펼쳐진 셈이다. 실탄을 모아 대도약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글로벌을 지향하는 기업의 아픈 단면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라인의 외국 분위기가 자주 일변하는 것도 문제로 보인다. 실제로 라인은 일본에 이어 대만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 라인은 '태국'을 이야기 하고 있다. 지난달 3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 부분을 지적하자 라인은 "흐름과 트렌드가 변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넓은 시장에서 빠르게 핵심으로 파고들어 트렌드라는 바람에 휘말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라인 상장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특히 관동 재무국과의 공탁금 기부 문제를 들어 라인의 올해 상장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