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가 지옥만큼 힘들다는 뜻의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거의 정착됐다. 사회에 불신이 만연하다. 성별, 계층별로 서로를 비방하기 바쁘다. 

이시형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정조절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위기나 어려움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국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전 생애 케어’를 해결책으로 꺼내들었다. 출산에서부터 육아, 청년, 장년, 노년기까지 모두 아우르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살 예방부터 시작해 어린이집 운영, 희귀난치성질환자 치료비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아픈 사회를 고치려 노력하는 이시형 이사장을 만나봤다.

 

정부 틈새 메우는 역할… 자살 예방 중요

이시형 이사장이 이끄는 생보재단은 크게 ▲자살예방 지원 ▲저출산해소 지원 ▲고령화극복 지원 ▲생명존중 지원 등 4가지 사업 을 진행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정부는 보건복지정책을 대국적인 시각으로 하기 때문에 틈새가 나타나게 된다”며 “그 틈새를 메워주는 것이 중요한데, 생명보험재단이 그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보험이라는 것 자체가 소비자의 전 생애를 보장하는 회사인데, 전 생애주기에 걸쳐 취약계층들이 존재한다”며 “이들을 도와주자는 것이 우리 재단의 설립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저출산해소 지원사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이시형 이사장은 말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환경을 보완하기 위한 지원책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엄마들에게 ‘아이를 애 왜 안 낳느냐?’고 물어보니 ‘안심하고 맡길 데가 없다’는 대답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가 적게나마 어린이집을 짓자고 결심했던 것이 어린이집 보육사업의 시작이었다”며 “보험인구 감소와 보험료 수입 감소로 인해 힘든 와중에도 가장 비중이 높은 예산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또 “어린이집의 경우 연 3~4개 짓는 것도 벅차고, 많이 축소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건립했던 어린이집들은 공공기관 등 많은 곳에서 벤치마킹을 해갈 정도로 모범사례로 손꼽힌다”며 “최근에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우리 어린이집에 찾아오기도 했다. 그만큼 이 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고 덧붙였다.

고위험군 산모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도 추진한다.

이 이사장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주변 환경이 도와주지 않는 엄마가 약 10만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또 아기를 가지려 해도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위험한 산모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높은 자살률에 대한 대책 역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자살률 1위라는 건 굉장히 창피한 이야기이다. 근본 원인으로는 첫째로 우리가 사회가 안정돼 있질 않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사회 환경 속에서는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취약해지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주변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조용하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나 자살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사인을 보낸다”라며 “‘죽고싶다’는 말을 절대 가볍게 들으면 안 된다. 특히 평소 안 하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형 이사장은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예방에 대해 제일 신경을 많이 쓰고 예산도 많이 배정을 한다”며 “올해 11월경에는 자살예방협회와 일본 쪽 학회와 함께 자살 예방에 대한 프로토콜을 연구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생보재단은 농촌지역 노인 음독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농약보관함’ 사업을 펼쳐 큰 자살 예방 효과를 거두었다.

이시형 이사장은 “농촌 노인들은 힘든 농사일과 더불어 자식들도 찾아오지 않게 되면서 우울증 인구가 높다. 특히 대부분 농약을 통한 음독자살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농약보관함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 보관함을 설치하고 열쇠를 배우자나 마을이장이 갖고 있는 제도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농약보관함을 만들고 난 후 그 마을에는 자살이 없었다”며 “가장 성공적인 자살예방제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드리면 폭발… 생애 전 주기 케어 필요

이시형 이사장은 우리 사회의 문제와 더불어 국민들의 정서적 불안에 대해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굉장히 폭발적이고 감정조절능력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며 “요즘 보복운전부터 시작해서 묻지마 살인 등 건드리면 폭발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자살이란 것도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우리나라 자살 시도자의 34%는 자살에 성공한다. 문제는 1명이 자살하면 그 주위에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자살위험군’은 5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자살 시도 후 성공한 사람을 4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자살위험군은 총 2000명으로 불어나게 된다.

그는 “우리 사회가 자극적이고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막가는 사회’가 된 이유는 국민들이 감정조절 안 되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라며 “마치 고슴도치처럼 건드리면 폭발하는 모습이다. 우리가 너무 과민상태에 빠져있다”고 분석했다.

이시형 이사장은 “특히 우리 국민들은 계층과 나이를 막론하고 스트레스를 극복해내는 훈련이 돼 있지 않다”며 “생애 전 주기를 통틀어서 관련된 케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