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가 한창이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발생하는 유행성 질환으로 인해 병원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어난다.

여름철에는 높아진 기온과 습도 때문에 세균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반대로 우리 몸의 면역력은 크게 떨어져 감염성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눈을 만지게 되면 각종 안질환으로 이어지기 쉬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대표 유행성 질환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여름철 불청객 '유행성 각결막염', 위생 관리로 예방

 

여름철 눈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으로는 유행성 각결막염이 있다. 아데노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유행성 각결막염은 대개 3~7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발생하며 충혈, 통증, 눈물 등이 한 달 가량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 중 절반은 5~14일 사이 눈부심을 경험하곤 하는데 이는 각막 중심부에 발생된 상피성 각막염이 원인이다. 각막 상피에 혼탁이 생기게 되면 수개월간 시력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발병 2주까지는 전염력이 강해 증상이 감지되면 타인과의 접촉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유행성 눈병은 무엇보다 손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만일 증상이 발생하면 냉찜질 등으로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것이 도움이 되며, 가족 구성원간이나 주변 사람들과 수건을 나눠 쓰는 행위도 삼가는 것이 좋다.

안대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분비물 배출을 막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되도록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안과 전문의 김희선 원장은 "여름철만 되면 유행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크게 증가한다"며 "병원에 방문하기 전 민간요법으로 식염수나 소금물 등을 투약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증상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으니 절대 삼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유아에게 전염력 강한 '수족구병', 예방백신 없어 주의

 

대표적인 여름철 질환으로 수족구병을 빼놓을 수 없다.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은 기온이 오를수록 활발히 활동하는 것이 특징인데 때 이른 더위로 확산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9일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99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4주간 수족구병 증상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만 5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흔히 발생하는 수족구병은 손과 발, 입 안에 수포성 발진이 생기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과 함께 몸에 수포가 생기고 가벼운 미열 및 통증이 동반된다.

입 안에도 궤양이 생기기 때문에 먹는 양이 급격히 줄어 탈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충분히 수분을 공급해 줘야 한다. 대부분 1주일 이내에 회복하지만 드문 경우 신경계 합병증, 신경원성 폐부종, 폐출혈 등 기타 합병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수족구병이 의심되면 신속히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수족구병은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만큼 무엇보다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좋다. 외출 전후, 배변 후, 식사 전후, 기저귀 교체 전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장난감, 놀이기구, 집기 등을 꼼꼼하게 소독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감기인 줄 알았는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A형 간염'

 

A형 간염은 3월부터 환자수가 늘기 시작해 6월이면 최고조에 이르는 유행성 질환이다. 오염된 음식물을 먹거나 환자와 접촉했을 때 쉽게 노출된다.

감염 초기에는 열이 나고 전신 피로감, 근육통이 생기며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질이 나타나 감기 몸살 등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 후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발생하게 되며 심하면 간부전이나 금성신부전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감기 증상이 있으면서 식욕 저하, 피로, 온몸에 힘이 빠지는 권태감이 심하고 속이 울렁거린다면 한 번쯤 A형 간염을 의심하고 전문의를 만나보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하면 입원해 안정을 취하고 약물치료를 하면서 회복될 때까지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A형 간염 역시 전염성이 높은 질환인 만큼 평소에 철저히 예방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사 전이나 음식을 조리하기 전, 화장실 이용 후나 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하게 씻고 날것이나 상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지하수나 약수는 반드시 끓여 마시는 것이 좋다.

피부 질환 어루러기, 1년에 60% 2년 후 80% 재발

▲ '어루러기' 질환의 2013년도 연령별 진료인원 분포

어루러기는 덥고 습한 환경에서 쉽게 발병하며 말라세지아(Malassezia)라는 곰팡이균에 의해 생기는 피부질환으로 주로 땀이 많이 나는 겨드랑이와 목, 등, 가슴 등의 부위에 자주 발생한다. 이 균은 피부의 기름을 좋아하며 모공에 살고 있으므로 병변은 모공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2013년 어루러기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모두 7만3069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남성이 4만9471명으로 여성보다 2.1배 많았다. 또한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환자가 급증해 지난해는 전체 환자의 47%가량이 6~8월에 집중됐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피부과 조남준 교수는 "말라세지아 효모균에 의한 표재성 피부 감염으로 발생하는 '어루러기' 질환은 지방성분을 좋아하는 균의 특성상 피지 분비가 많은 부위에 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특별한 생물학적 원인은 없으나, 보통 남성이 여성보다 신체활동량이 많아 땀 분비가 활발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20~40대 연령층에서 많이 나타나는 이유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피부과 전문의 김태은 원장은 "어루러기 예방을 위해서는 신체에 땀이 차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땀에 젖은 옷은 빨리 갈아입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는 것이 좋으며 샤워 후 잘 건조시키고, 시원한 환경에서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루러기 치료는 전문의의 처방을 받은 알약과 연고제 및 곰팡이 균을 억제하는 샴푸를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땀을 흘린 후 즉시 샤워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물티슈를 이용해서 땀을 닦아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바르는 약은 최소 2주 이상 지속하고 이후에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한 달에 1~2회 정도 발라주는 것이 좋다. 이트라코나졸(스포라녹스) 복용도 효과적이나 터비나핀(라미실) 복용은 약이 각질층까지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말라세지아 효모균이 사라지더라도 탈색반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