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렬한 붉은색이 특징인 5Npt 레드 골드는 플래티넘이 함유돼 산화 방지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출처=파네라이

티타늄, 카본, 세라믹 등 신소재가 득세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최고의 소재는 금이다. 금 시계는 케이스만 녹여도 돈이 되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환금성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 세기 전 왕족과 귀족들만 시계를 갖던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금은 시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첨단 소재처럼, 금 또한 놀랄 만큼 다양해지고 새로워지고 있다.

‘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순도 24캐럿의 노란 빛깔 황금이다. 그러나 24K 골드는 너무 무르기 때문에 보통 은, 구리 등 다른 금속과 합금 처리해 소재의 강도와 내구성을 높이곤 한다. 이때 기타 금속의 첨가 비율에 따라 옐로, 화이트, 핑크 등 다양한 색상의 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옐로 골드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6 SIHH(스위스 고급시계박람회)에서 오데마 피게가 선보인 로열 오크 퍼페츄얼 캘린더다. 가장 고전적인 소재로 거듭난 오데마 피게의 아이코닉 워치는 불멸의 아름다움, 에너지, 빛을 의미하는 18K 옐로 골드 케이스를 장착했다. 따뜻하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전하는 옐로 골드와 반대로 시크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기엔 화이트 골드가 제격이다. 올해 출시된 수많은 시계 중 화이트 골드의 매력을 가장 잘 담아낸 시계는 브레게의 클래식 문페이즈 담므 9088을 꼽을 수 있다. 18K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같은 색의 에나멜 다이얼을 장착한 이 시계는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지녔다.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 다음으로 클래식한 금 소재는 핑크 골드다. 우아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전하는 핑크 골드는 여성 시계와 만났을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이번 SIHH에서 예거 르쿨트르가 공개한 리베르소 원 듀에토 문은 케이스는 물론 브레이슬릿까지 18K 핑크 골드로 제작해 여성스러운 매력을 한껏 끌어 올렸다.

몇몇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는 고유의 금 주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롤렉스는 철저한 기밀로 유지하는 합금 비율을 통해 오랫동안 변함없는 광택을 유지하는 에버로즈 골드를 만든다. 에버로즈 골드는 내구성과 연마성이 뛰어나 특유의 색감이 보다 오래 지속된다. 쇼파드는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매뉴팩처에서 자체적인 합금 작업을 통해 원하는 컬러와 적합한 경도를 갖춘 18K 골드를 주조한다. 최고의 순도를 자랑하는 금괴를 사용해 옐로 골드, 로즈 골드, 화이트 골드를 포함한 총 다섯 가지 컬러의 금을 생산한다. 특히 쇼파드는 시계업계 최초로 공정채굴 금으로 시계를 제작함으로써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표방하고 있다. 오메가 역시 세드나 골드라는 유니크한 로즈 골드를 사용하는데 이는 금, 구리, 팔라듐을 섞어 재창조한 일종의 18K 로즈 골드로 금 함량이 75% 이상에 이른다. 세드나라는 이름은 태양계에서 가장 붉은 빛깔을 띤 통과 천체에서 착안했다.

시계업계의 연금술사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럭셔리 스포츠 워치 브랜드인 오피치네 파네라이는 5Npt 레드 골드를 사용한다. 구리 함량이 높은 특수 금합금인 5Npt 레드 골드는 강렬한 붉은 빛이 특징이며 소량이 함유된 플래티넘이 산화 방지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샤넬은 브랜드 고유의 특수 합금 소재인 베이지 골드 시계를 선보이고 있으며, 랑에 운트 죄네는 지난해 창립자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1815 200th 애니버서리 F.A 랑에 모델에 허니 골드 케이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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