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병원을 찾은 박모(62·여)씨는 오른쪽 갑상선에 암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흉터와 통증 걱정에 수술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흉터가 없는 로봇 수술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오른쪽 갑상선과 주변 임파선을 깨끗이 절개했다. 박씨는 수술 다음날부터 자유로운 식사가 가능했고 2주일이 지난 후 입안상처는 거의 사라졌다.

입안을 통해 턱 밑으로 수술용 로봇팔을 넣어 갑상선을 수술하는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이 3년 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성공한 후 아시아 국가와 미국을 중심으로 수술이 진행되는 등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고려대학교병원 갑상선센터 김훈엽 교수가 개발한 새로운 노츠 수술법(NOTES, Natural Orifice Transluminal Endoscopic Surgery, 자연 개구부 수술)인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은 흉터가 완전히 사라지는 수술법이다.

이 수술법은 외과학 분야의 선도저널인 외과 내시경지(Surgical Endoscopy)지에 논문으로 출판되었을 뿐 아니라 노츠 수술의 세계 양대 학회인 '미국 노스카(NOSCAR)' 학회에서 수상하며 독창적 수술법으로 인정받았고, 특히 지난달에는 김교수가 수술법을 전수한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도 수술을 실시하며 미국 학계의 주목 받고 있다.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은 기존 갑상선 수술법의 단점을 보완한 수술법이다. 기존에 많이 시행되었던 로봇 갑상선 수술법은 겉으로 수술 흉터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정밀도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겨드랑이나 귀 뒤, 혹은 가슴에서부터 갑상선이 있는 목 사이 피부 속에 수술 공간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절개를 이용한 수술 방법보다 눈에 보이지 않게 피부를 많이 절개해야 한다. 때문에 통증도 심할 뿐 아니라 수술시간도 오래 걸려 진정한 최소 침습 수술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김훈엽 교수가 시행하고 있는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법은 입 안에 5mm 크기의 작은 구멍 2개와 20mm 크기의 구멍 1개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상처가 적고 수술 후 2주 뒤 입안 상처가 거의 희미해지며, 한 달 정도면 대부분의 상처가 사라진다.

또한 구조적으로 입과 목이 매우 가깝기 때문에 수술 거리가 짧아지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수술 후 통증도 기존의 내시경이나 로봇수술에 비해 훨씬 적다. 수술 시간 역시 30분가량 단축시킬 수 있다. 특히 3차원으로 보여지는 로봇 영상과 360도 회전하는 로봇 팔이 있기 때문에 입안 좁은 공간을 통해 수술이 이뤄지더라도, 갑상선 전체 부위를 충분히 관찰 가능하며, 안정적이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이 경구 갑상선 수술은 현대 외과 영역의 화두인 '노츠' 수술의 일종이다. '입'이라는 자연개구부를 이용해 수술을 진행함으로써, 수술 후 흉터가 안보이도록 숨기는 게 아니라, 완전히 아물어 아예 흉터가 남지 않게 한다. 그 동안 소화기 분야에서 대부분 이뤄지던 노츠 수술이 갑상선에까지 영역을 넓혀 확장되는 첫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최근 1~2년 사이 일본,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국가와 미국의 유수 대학 병원을 중심으로 내시경을 이용한 경구 갑상선 수술이 시작되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고대 안암병원 갑상선센터 김훈엽 교수는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은 기존 수술법과 비교해 흉터가 전혀 없고, 통증이 적고, 수술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