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셔 인증 중 하나인 OK 인증. ▲ 출처=OK Kosher

최근 이슬람 율법에 따른 식품 인증인 ‘할랄(Halal)'에 이어, 유대교 율법에 따른 식품 인증인 ‘코셔(Kosher)’ 인증이 주목받고 있다.

코셔는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식품 위생관리 절차로써 엄격함이 알려지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에 대한 인증제도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미국·캐나다·서유럽 등 기독교 문화권의 국가들뿐만 아니라 이슬람 국가에서도 통용될 수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적용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코셔 인증이란?    

코셔(Kosher)는 히브리어로 ‘적절한’, ‘적합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구약 성경 레위기 11장에 나오는 유대 민족의 생활과 행위의 규범이다. 종교적 행위라기보다는 식품 위생 관리로 인한 건강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또한 코셔 율법은 이슬람의 할랄보다 엄격한 상위개념으로, 유대인들은 할랄을 못 먹어도 무슬림들은 코셔 식품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각 국의 다양한 코셔인증 마크. ▲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코셔 율법에 따르면 육류의 경우 발굽이 갈라지고 되새김질을 하는 짐승(소·염소·양 등)과 닭·칠면조·오리·거위 등 가금류는 섭취할 수 있다. 반면, 낙타, 토끼 등은 비(非)코셔로 섭취할 수 없다. 섭취가 가능한 짐승이라도 전문도살자(shochet)에 의해 도살돼야 하며 고기는 반드시 소금에 절여 피를 제거해야 한다. 고기를 제거하고 남은 부산물은 섭취할 수 없다. 어류의 경우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는 것만 섭취할 수 있으며 채소는 기본적으로 씨를 맺는 것이면 모두 섭취 가능하지만, 종류에 따라 수백 가지의 제한 규율이 존재한다. 이 외에도 식자재를 손질하거나 요리하는 기구도 구별해서 사용하는 원칙 등이 있다.

코셔 인증 기관은 전 세계적으로 약 200~300개에 이르며 각 기관별로 다른 인증마크를 사용한다. 인증은 최종 생산품에만 국한된 인증이 아니라 원재료와 가공 절차에 이르는 모든 식품제조 전체 공정을 평가해 이뤄진다. 코셔 인증을 받으려면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와 식품 생산 설비·제조 방법이 모두 현장을 방문한 인증기관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인증 유지기간은 1년으로 자격을 유지하려면 매년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점검을 받아 갱신해야 한다.

295조 그 이상, 코셔의 경제효과  

현재 글로벌 식품업계에서는 코셔 시장의 규모를 약 2500억 달러(한화 295조500억 원)로 추산하고 있다. 가장 주된 소비층인 세계 유대인 인구는 약 1400만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스라엘 외 미국을 포함한 기독교 문화권 국가들과 이슬람 국가 등지에서 점점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어 시장규모는 주 수요층의 소비를 훨씬 상회한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에서 코셔 인증상품의 판매는 연평균 12.5%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캐나다에서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코셔 인증을 취득한 업체가 50% 이상 증가했으며 영국의 경우 현재 전체 식품시장의 40% 정도를 코셔 식품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한식 세계화의 또 다른 기회, 전략적 접근 필요  

현재 코셔 인증에 대한 한국 식품 기업의 인식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관련 시장의 규모 및 잠재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증을 획득했거나 인증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최초의 코셔 인증 식품은 2011년 7월 대상 청정원의 천일염 브랜드 ‘신안섬 보배’이며 이후 고려인삼공사·CJ제일제당· 샘표 등이 코셔 인증을 취득했다.

▲ 코셔 인증을 마친 우리나라 식품들.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최근에는 코셔 인증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응 전략이 제시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4일 농식품부는 할랄·코셔 식품 시장 등 거대 신 시장 수출 정책 및 사업에 대한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했다. 본 행사에는 국내 각 식품·외식 업체 및 협회, 수출업체, 생산자 단체, 지자체 공무원 등에서 약 100여명의 인원이 참석해 많은 관심을 표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한식을 ‘건강한 식품’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식품 안전성을 보장하는 코셔 인증이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셔는 영국·미국·프랑스 등 주요 서구권 식품시장에서 시중 유통제품의 약 40%를 차지할 만큼 거대한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접근이 수반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