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샤오미

샤오미 드론 역시 샤오미답다. 드론 시장에서도 가격 파괴를 선언했다. 샤오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Mi) 드론을 공개했다. DJI 팬텀 시리즈와 기능과 디자인이 비슷한데 가격은 훨씬 싸다. 소형 드론시장 세계 1위 DJI를 위협하면서 새로운 드론 강자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샤오미는 레이 쥔 CEO가 미 드론을 소개하는 영상을 전 세계로 송출했다.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제품 스펙과 홍보영상이었다. 실제 시연 장면을 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제품이 출시된 후에야 미 드론의 진짜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드론이 정교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 집약체인 만큼 스펙 수치나 홍보영상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놀라운 가격, 이건 사야 해"

미 드론은 나무랄 데 없는 스펙을 지녔다. 시리즈 최신작인 DJI 팬텀4에는 못 미치지만 팬텀3 스탠다드보다는 앞서는 부분이 있다. 미 드론은 카메라 화질에 따라 1080P와 4K 모델로 나뉜다. 카메라 모듈은 1/2.3인치 1240만 화소 이미지 센서에 35mm 환산 20mm F2.8 렌즈로 정지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3축 짐벌을 채용해 항공촬영을 할 때 흔들림을 줄여준다.

배터리 용량은 5100mAh다. 최장 비행시간은 27분이며 전력이 부족해지면 자동으로 비행 시작지점으로 돌아오는 기능을 갖췄다. 물론 이 기능은 팬텀 시리즈도 갖추고 있다. 미 드론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 영상을 확인하며 조종이 가능하다.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결해 720P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촬영 환경을 볼 수 있으며 조종 범위는 4K 모델은 2㎞, 1080P는 1㎞다.

▲ 출처=샤오미

여러 편의기능도 갖췄다. 이착륙은 버튼만 누르면 간단하게 이뤄진다. 원터치로 이륙 지점까지 되돌아오게도 할 수 있다. 비행 경로를 지정해 자동 운항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피사체 주위를 돌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샤오미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가격이다. 4K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 가격은 2999위안(약 54만 원), 1080P 카메라를 장착한 모델은 2499위안(45만 원)이다. DJI 팬텀3 프로페셔널은 6499위안이다. 팬텀4는 8999위안이다. 최신 제품을 기준으로 하면 샤오미 드론이 절반 가까이 저렴한 셈이다. 다시 한 번 ‘샤오미는 가격 파괴자’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미 드론을 두고 국내 드론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나 가격에 대한 언급이 많다. 팬텀 시리즈와 비교하며 “(미 드론은) 놀라운 가격”이라며 “이건 꼭 사야 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전문가 생각도 다르지 않다. 오승환 드론프레스 대표는 “현재 공개된 내용만 보면 스펙 자체가 좋다”며 “이 가격에 이런 스펙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가격 말고는 글쎄"

그렇다면 미 드론은 진정한 가격 파괴에 성공한 셈일까. 아직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나 부가세, 딜러의 가격 정책에 때문에 한국에 제품이 들어왔을 때 얼마에 판매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실질적인 기능과 기술력에 대해서도 완제품이 정식 출시되기 전에는 정확한 판단이 어려우니 이번에 공개된 가격이 과연 싼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드론 동호회 회원 A씨도 미 드론이 마냥 저렴하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생각이다. 미 드론을 “보급형으로 보기에는 비싼 가격으로, 취미용으로는 10만 원대 이하 제품도 쉽게 구할 수 있다”며 “이왕 전문가급 드론을 사려면 돈을 조금 더 보태서 이미 검증된 DJI 제품을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 말고는 별 다른 메리트가 없는 제품이라는 지적도 있다. 선두업체들이 기존 제품을 통해 보여준 기능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렀을 뿐 특별한 기능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일부 최신 기능은 빠졌다. 팬텀4에 포함된 장애물 회피 기능을 미 드론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 출처=샤오미

디자인 역시도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긴 어렵다는 평가다. 카메라 모듈의 경우 삼성전자의 기어360을 연상시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팬텀과 디자인이 유사한 제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며 “OEM으로 브랜드만 다르게 제품을 찍어내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 드론은 샤오미의 기술력이 아니라 중국에서 보편화된 기술에 자본을 투입해 브랜드를 입혀 싸게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날려봐야 대단한지 알 수 있지"

“날려봐야 알 것이다.” 드론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아직은 미 드론을 직접 날려보기는커녕 날리는 모습을 본 사람도 거의 없는 탓이다. 샤오미가 미 드론을 당장에 판매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드론은 우선 1080P 모델이 클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이달부터 제작된다. 이후 4K 모델은 7월 말 오픈 베타 방식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 출처=샤오미

드론은 추락할 경우 그 자체가 흉기가 되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한 검증은 필수적이다. 제품이 출시되고 신뢰를 쌓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원한다는 기능 자체도 검증이 필요하다. 4K 영상을 지원한다지만 드론이 보내온 영상이 콘트롤러에 장착된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실시간으로 끊기지 않고 재생될지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술 집약적인 호버링이나 짐벌 기능 역시 완벽하게 구현됐을지도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미 드론이 시장에서 분명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승환 드론프레스 대표는 “미 드론은 드론 대중화에 기여해 1인 1드론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며 “15만 원 이하에 구매할 수 있는 시마(SYMA) 드론과 DJI 제품 사이를 샤오미의 드론이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